노랫말
언제부터일까. 어쩌면 동굴같기도 하고 어쩌면 허허벌판같기도 한-. 그것은 아주 검은 장막이 덮인 거칠고 긴 황야인 듯, 동굴인 듯 했다. 보일 듯하면서 보이지 않고 잡힐 듯해서 잡아보면 속은 텅 비었다. 길인 듯, 언덕인 듯하여 기어오르려면 천길 벼랑이었다.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이러하였고, 먼 과거생도 그랬는 듯 싶다. 그 사이에 사람 만나 마주잡는 손이여, 어쩌면 이 같이도 겉잡을 수 없느냐. 따뜻한 듯 싶어도 차갑고 차가운 듯 싶어도 또한 차지만은 않다. 험하고 거칠은 손결이 내 살갗에 닿는 감도는 헤아릴 길 없다. 내가 잡고 잡힌 손은 순간순간 닿는 면이 다르고 나의 느낌이 뒤바뀌며 온 몸에 독기를 느끼게 한다. 넘어질 수 없어 일어서고 서 있을 수 없어 앞으로 가고 아른거리는 황홀한 욕망이 앞으로 또 앞으로 내닫게 한다. 뜨거운 한숨은 구름을 이루고 요란한 구호가 가물가물 현기증을 불러 온다. 나는 고함치고 흐느끼고 신음하고 한숨 지면서 시작 모를 발자욱 남기고 끝 없는 이 길을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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