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떠나는 산사여행 / 외로움의 가슴을 다잡아주는 원주 치악산 구룡사
그 몸부림의 기억을 안고 치악산 구룡사에 갔다. ‘치악산’이라는 산 이름이 내 이마를 쳤고, 거기에 산문을 연 구룡사라는 절집 이름이 불안으로 콩콩 뛰는 내 외로움의 가슴을 다잡아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침묵의 아름다움, 묵언의 위대함
산문 입구에 있는 ‘치악산 관광가든 식당’에서 산채 정식으로 배를 불리고 민박집에 들었다. 잠이란 참 좋은 묘약이다. 어제의 불안과 초조를 달래주고, 어제의 강박과 분노를 씻어주며, 어제의 들뜸과 자아도취를 차분히 헹궈주니까.
이튿날 아침 일찍 다시 ‘치악산 관광가든 식당’에서 황태해장국으로 몸을 푼 뒤 구룡사에 올랐다. 구룡사(龜龍寺)라는 절집 이름답게 용과 거북이가 제일 먼저 맞아주었다. 구룡교(龜龍橋)다. 마침 한국문인협회 원주지회에서 주최한 치악산 생태문학축제가 눈에 띄었다. 내 발걸음을 붙드는 시화 한 폭.
귓속이 늘 궁금했다
그 속에 달팽이가 하나씩 산다고 들었다
바깥 기척에 허기진 그가 저 쓸쓸한 길을 냈을 것이다
길 끝에 입을 대고
근근이 당도하는 소리 몇 낱으로 목을 축였을 것이다
달팽이가 아니라
도적굴로 붙들려간 옛적 누이거늘
평생 앞 못 보던 외조부의 골방이라고도 하지만
부끄러운 저 구멍 너머에서는
누구건 달팽이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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