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병통을 고쳐주신 동산(東山)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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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병통을 고쳐주신 동산(東山)스님
  • 관리자
  • 승인 2007.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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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길 나의스승

   내가 나의 스승님이신 동산(東山)조실스님을 처음 뵈온 것은 지금부터 38년 전인 1952년(임진년)의 가을이었다.

   당시는 6ㆍ25의 전란이 한창 계속 되고 있던 시절이어서 수도승(修道僧)이 안거(安居)할만한 선원(禪院)은 부산을 중심한 경남지방의 몇몇 사찰 뿐이었다. 그 중에서 부산 범어사(梵魚寺)의 동산회상(東山會上)과 통영용화사 도솔암(兜率庵)의 효봉회상(曉峰會上)이 큰스님이 계심으로 해서 가장 으뜸이었고 부산 선암사(仙岩寺)ㆍ창원 성주사(聖住寺)ㆍ진주 은석사ㆍ부산 금정사(金井寺)등이 수도승들의 안식처였으며, 그 외의 많은 사찰은 전란으로 비어 있거나 대처승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임진년(1952년) 여름을 영암(靈岩) 땅 백련사(白蓮寺)에서 은노스님(恩師祖)이신 만암종정(蔓庵宗正) 노스님을 모시고 주경야독(晝耕夜讀)하며 안거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노스님께서 치문(緇門)을 떼고 서장(書狀)을 배우고 있었는데 선문(禪門)이 너무도 어려워 질문하는 횟수가 자연히 많아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노스님께서는 나의 끈질긴 질문에 진력이 나셨던지 결국에는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선(禪)이란 언어 문자(言語文字)를 통해서 입문(入門)하는 것이지만 언어ㆍ문자에 얽매임이 없이 실참실구(實參實究)를 통하여 언어 이전의 소식을 깨쳐야 하느니라.”

    결국 선은 스스로 참구(參究)하여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이에 자극을 받은 나는 그 해 여름내내 뙤악볕에서 황무지를 개간하며 말속으로 실참실구 하는 선원(禪院)으로 가리라고 천번 만번 다짐하곤 했다.

   그래서 추수절에 접어들어 지죽사형(知竹師兄)과 함께 부산을 향해 완행열차에 몸을 실었다.

   당시의 교통 사정은 형편이 없어서 우리는 사흘만에 부산에 닿을 수 있었다.

   며칠을 시내 몇몇 사찰을 순방하며 난생 처음 온 부산을 구경도 하고 선배스님들을 예방도 하다가 동래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범어사로 올라갔다.

   전라도 촌뜨기(?)인 두 납자를 인도해준 이는 비룡(飛龍)스님이었다.

   마침 범어사 금어선원(金魚禪院)에서는 겨울 김장준비로 한창 바빴는데 해제철이라 거의 출타하고 몇분 안되는 선객스님네가 연일 중노동을 하고 있었으므로 한꺼번에 세사람이나 입방(入房)하게 되니 모두들 반갑게 맞아 주었다.

   조실스님은 지죽사형과 나를 매우 따뜻이 맞아 주셨다. 백양사(白羊寺)가 본사(本寺)라고 말씀 드렸더니, 조실스님의 스승이신 용성(龍城)큰스님이 백양사 운문암(雲門庵) 조실(祖室)로 계셨던 일이며 당신께서도 운문암에서 안거하셨던일 등을 소상히 설명해 주시고는 덧붙여 이르시기를,

   “우리 스님께서 운문암 조실로 계신 것은 순전히 만암(曼庵)스님의 배려로 이뤄진 것이었다”고 하시며 나의 은노스님(恩師祖)을 극구 찬양하시는 것이었다.

   이윽고 결제(結制)가 시작되었다. 결제 전날 밤 방(榜)을 짜는데 나는 간병(看病)과 산신각(山神閣) 지전(持殿)의 소임을 맡았다.

   범어사의 겨울철은 부산시내와는 달리 매우 추웠다. 아무리 겨울철이지만 운수납자(雲水衲子)로서는 솜옷은 그림의 떡만큼이나 귀했고 운(?)좋은 이는 겹옷을 한 벌 쯤 갖고 있었고 대개의 경우 홋옷이 고작이었다.

   나는 홑옷 두벌을 껴입다가 겉옷이 때에 찌들면 그것만 빨아 다시 입곤 했다.

   그러나 홑옷을 껴입는 것으로 추위를 이겨내기는 어려웠으므로 어떤 선배스님에게 누더기 한 벌을 얻어서 겨울 내내 입고 정진 했으며 잠잘때는 이불 삼아 배를 덮고 자곤 했다.

    그런데 방(榜)을 짤 적에 조실스님 시자(侍子)로는 조실스님 상좌인 지환(智還)비구를 정했는데 그 당시 직지사(直指寺)에 다니러 가서는 아직 오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나도 시자는 오지 않았는데 한번은 우연히 조실스님 방쪽을 바라보니 조실스님이 응접실로 사용하는 마루청을 손수 쓸고 닦으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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