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불경(常不輕) 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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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불경(常不輕) 보살
  • 관리자
  • 승인 2009.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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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동불서불(東佛西佛)

모두가 귀한 자기 자신

겸손해서 손해 볼 일은 없다. 이웃을 다정하게 대하고 늘 웃는 낯을 띄운다는 일이 그렇게 힘든 일만은 아니다. 그런데도 걸핏하면 화를 내고 남을 탓하는 버릇이 곧 중생심인 줄 안다.

「법화경」에는 상불경보살품이라는 짤막한 가르침이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전생에 보살로서 수행하시던 때의 이야기이다. 위덕왕(威德王)이라는 이름을 가진 임금의 밑에서 묵묵히 수행하는 구도자의 진실한 이야기인데 퍽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름 그대로 상불경보살은 어느 누구도 가벼이 대하지 않는다. 배우지 못한 사람이라도 혹은 나이가 어린 사람일지라도 공경하는 마음을 품는다. 그는 동구 밖에서 절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해를 지운다.

그 겸손의 밑바닥에는 동체대비(同體大悲)라는 믿음이 있다.「법화경」의 사고 방식대로 표현한다면「일체중생 실유불성(一切衆生 悉有佛性)」이 된다. 모두가 자기 자신처럼 귀해 보이고 모든 물건이 내 것처럼 아까와 보이는 것이다.

요사이처럼 빈부 격차가 심각하게 대두되는 시대도 드물 줄 안다. 온통 신문의 논조(論調)가 그렇고 사람들의 의식 자체도 그렇게 물들여져 간다. 이와 같이 「가진자」와 「못가진 자」를 나누는 사고 방식은 끝내 양자의 감정을 첨예화하게 대립시켜 간다.

모 가진자는 억울하다. 똑같이 공부하고 더 많은 노력을 했느데도 왜 남들처럼 잘 살지 못하느냐고 한탄이다. 그러나 가진 자에게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피땀어린 댓가로 이루어 놓은 부와 명예를 단순히 가졌다는 이유 때문에 매도당하는 것이 분할런지도 모른다. 없는 자는 가지려 하고, 가진 자는 더 많이 가지려 하고, 더 가진 자는 뺏기지 않으려 한다. 이 풀리지 않는 악순환이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다시 한 번 상불경보살을 생각해 본다. 그와 같이 이상을 지닌 사람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다, 가진 자가 겸손해 지기는 어렵다. 그런데 그것을 조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상별경보살의 서원(誓願)을 간직하는 길 뿐이다. 물리적 제재는 언제나 반발이 따른다. 무턱된 희생의 강요도 또한 불협화음을 낳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각자의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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