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有)에서 무(無)를 창조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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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有)에서 무(無)를 창조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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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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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그늘에 살며 생각하며 / 조각가 박찬갑
▲ 저 높이 나는 새의 슬픔을 그대는 아시나요? 청동, 20×60×55㎝, 1992.

안양역에서 차로 20~30분.

  시흥시 목감동 자연 부락에 가면 조각가 박찬갑 씨(54세)의 작업장이 있다. 대부분 소치는 농가들이 대부분인 이부락의 허름한  농가를 그는 작업장으로 쓰고 있다.

 작업장 뒷뜰에 가족처럼 함께 살고 있는 개와 닭과 칠면조는 아침 9시가 되면 자신들의 주인이 오려니 기다리다가 주인이 오면 일제히 소리를 한다.

 안양시내 집에서 작업장에 도착하자마자 박찬갑 씨는 이들에게 우선 먹이를 준다. 그리고 그의 '마음 공부방'으로  간다. 그야말로 생각을 비우는 방인 그의 공부방에는 자신이 조성하여 모신 지장보살님과 미륵보살님, 그리고 관촉사 부처님이 계신다. 부처님 잔에 청정수를 올린 후 한사람이 앉으면 딱 맞음직한 그방에 앉아 조용히 마음을 가라 앉힌다. 아니, 일체의 생각을 없앤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공부방을 나온 그는 그의 작업실로 간다. 작업도구를 들고 나무를 대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생각이 없다. 무엇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어떤형상을 지어내야겠다는 생각도 없다.

다만 손이 가는대로 작업도구를 움직여간다. 생각없이 작업에 몰두하다 보면 나무 자체가 무엇을 만들어 달라고 말을 한다.

 생각나는 대로 마음내키는 대로 쪼고 깎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가다 보면 나무와 자신의 마음이 일체되는 지점에서 비로소 조각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무엇을 만들겠다고 착상을 한 후에 조각을 해본적이 없으며, 자연물 형체자체가 무엇이 되겠다고 자신에게 이야기 해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흔히들 예술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이라도 말하자만 그의 경우는 다르다. 오히려 유[껍데기,형체, 재료]에서 무[마음]를 찾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 그는 그의 작업체험으로 말한다.

 주제와 형태를 구상한 다음 그에 맞게 작업을 하는 여느 조각 과정과는 정반대인 것이다.

 "마음의 문을 열어라.  마음의 문을 열어라. 두드려라. 열리지 않으면 더 가슴을 두드려라. 그래도 열리지 않으면 하늘로 크게 외쳐라. 마음의 문을 열어 달라고 목이 메이도록 크게 외쳐라. 마음의 문을 열어 달라고 …."

 박찬갑 씨의 작업노트에 쓰여진 글귀다. 그는 열린 마음의 상태를 조각으로 그려보자 한다. 조각은 오히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는 작업이가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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