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사문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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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사문의 이름으로
  • 관리자
  • 승인 2009.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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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에세이/내 이름을 걸고

  ‘사문(沙門)은 애절한 정일수록 가슴에 묻고 삭이며 사는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십여 년 세월동안 다정한 문안전화 한번 드린 일없이 늘 걱정 근심으로 애태우시며 기다리게 한 죄인이 오늘에서야 참회의 글월을 올립니다.

  유난히 고집스럽고 영악스럽게 자란 사십동이 막내가 ‘사문’이 되기 위해서 새벽안개 속에 집을 나간 후, 어머니는 수년간 화병으로 모진 추위 속에서도 맨발로 눈 덮인 앞마당을 밤새워 서성거리며 저를 기다리셔야 했고 지금까지도 대문을 잠그지 않고 사신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몸이 떨어져 살다보면 마음조차도 떨어진다.’는 세상의 푸념은 먹물 옷만 보아도 가슴이 설레는 진한 모정에는 실없는 말이 되고 마나 봅니다.

  비록 저로서는 철들어 사명감을 가지고 택한 길이지만, 끝내 어머니의 허락을 받지 못하고 성급하게 삭발한 것이, 자식을 신앙처럼 간직하고 살아가시는 어머니에겐 그토록 큰 아픔을 드렸나봅니다. 때로는 저도 ‘사문’이라는 이름 하나로 여러 사람들에게 수행인 이상의 대접을 받은 적도 있었고 때로는 형편없이 질타당하고 비방당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결코 우쭐대지도 않았고 또한 쉽게 좌절하지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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