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머리맡에 있는 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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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머리맡에 있는 불경
  • 관리자
  • 승인 2009.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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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을 결정한 불교서

해마다 연초에 발표되는 신춘문예에서, 당선작 그 자체의 내용보다 더욱 흥미있는 것은 심사위원의 심사평과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냉정을 되찾아서 쓴 당선소감을 읽은 일이다. 당선작으로 뽑게 된 간단한 설명으로 미루어 그 글의 내용은 물론, 당시 문단의 추세에 대해서도 감을 잡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신춘문예에 대하여 이렇게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한 문학지망생이 매년 문에작품 공모에 응모를 하였으나 번번히 낙방을 하였다. 그래서 생각하기를, '필시 심사위원들이 다 읽지도 않고 대충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발표하든지, 아니면 자기들끼리 아는 사람의 글을 뽑아 버리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의심이 들자 심사위원들을 시험하여 보기로 하고, 투고를 하면서 원고의 중간에 풀을 발라 그것을 뜯지 않고는 계속 읽을 수 없도록 하였다.

 그런데 또 기대와는 달리 당선소식이 없었다.

 그는 당장 찾아가선 자기의 원고을 보여 줄 것을 요구했다. 풀칠한 곳을 보니 과연 원고가 그대로 붙어있지 않은가.

 순간 화가 치밀기도 했지만 동시에 진실을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쾌재를 부르며 심사위원을 찾아가서 따졌다.

 "당신은 남의 글을 다 읽지도 않고, 어떻게 평가할 수가 있는가. 그 증거가 여기 있다. 원고 가운데 풀로 붙여놓은 곳이 그대로 있지 않은가. 한번 대답해 보라."

 그런데 그의 말을 다 들은 심사위원이 반문하기를 "당신은 달걀이 썩은 것인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 그 달걀을 다 먹어보는가? 나는 조금만 그 맛을 보고도 알 수 있다."

 이것은 옛날 외국의 어느 단편 소설에 나오는 내용이다.

 우리 주위에는 한없이 많은 책이 있다. 그 많은 책들 중에서 우리의 삶에 필요한 자양(滋養)이 되고, 인생의 길잡이가 되는 것은 반드시 어렵고 두꺼운 책만은 아니고, 또 꼭 다 읽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시, 소설 또는 희곡 등도 그 전체의 내용이나 글 속에서 암시하는 뜻도 중요하지만, 그 가운데 있는 한 구절 혹은 대화에 나오는 한 마디 말이 우리의 심금을 올리며, 마음에 와닿고 감동을 주는 경우도 아주 많다. 앞에서 말한 내용처럼 일부 구절이나, 몇 장만을 읽어 보아도 그 내용의 좋고 나쁨은 물론, 자기의 생리에 맞는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소위 고전이라는 책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과 같아서 독자의 식성과 위장의 소화흡수력에 따라서 글의 가치가 달라진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에게 고전이 같은 무게를 가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불교서(佛敎書)는 더욱더 그러하다. 불경중의 꽃이라고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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