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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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사람
  • 관리자
  • 승인 2009.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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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정신위생

정신건강의 이런저런 경우

매일같이 정신과 환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면 환자 중에도 좀 가벼운 환자를 만나게 될 때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다. 정신과의원을 시작한지 이십여 년이 되는데, 그 동안 우리 병원에서 일한 종업원들을 돌아보면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 드물다. 그러나 옛날에는 비교적 머리가 좋고 건전한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처음에는 남자 간호원이면 싸움을 해서 팔에 칼자국이 있어서 군대에서도 입대를 거부당한 경우도 있었으나, 대체로 성실한 바탕이 있어 오래 있을수록 건강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비교적 성실한 친구는 일이 한가할 때마다 옛날의 5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서 교도관이 되어 인사를 하러왔던 친구도 있었다. 처음에 왔을 때에는 뭘 시키면 헛기침을 하는 여자 간호원이 있었는데, 근무하면서 보조간호학교를 나오고 통신 고등학교도 졸업해서 초등학교 교사의 사모님이 되어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정신 건강이 좋지 않는 경우로 덩치가 큰 건강한 사나이가 잘 근무하겠다고 병실에 올라가서는 불안해서 잠을 못자겠다며 며칠이 되지 않아 그만 둔 경우도 있다. 어떤 예쁜 여자 간호원은 열심히 근무하겠다고 다짐을 한 뒤에 병실에 올라가서 그날로 못 견디겠다고 울고불고 하면서 그만 두었다.

심한 경우에는 병실을 하나 점령을 하고 들랑거리면서 간호원이 아니라 마치 자기가 입원을 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을 해서 그만 두게 한 일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자기의 잘못을 깨닫지 못한다. 늘 환자와 다투는 여자 간호원들도 종종 있다. 이런 때는 그만 두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다른 직장을 구해서 나간다. 건강은 안 좋아도 나쁜 마음은 없고 근무하는 동안에 어느 정도 좀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며칠 근무하다가 몰래 도망치는 경우도 한두 번 있었다.

흥분 환자를 입원시키려면 체격이 좋은 남자 간호원이 있어야 되는데 아무리 채용을 해도 제대로 구실을 하는 간호원을 구하기가 어렵다. 산업이 발달해서, 옛날처럼 직장이 적을 때에는 비교적 머리도 좋고 똑똑한 사람이 걸리는데 근래에는 남녀를 막론하고 수준이 떨어진다.

얼마 전에 간호원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여자 간호원이 둘 있었다. 많이 좋아지기는 했어도 아직 멀었고 장차 뭘 책임지고 할 수 있는 정도로 가기는 불가능한 정도였다. 하루는 내가 운동을 갔다 오니 취직해서 나갔다고 했다. 우리 집사람이 다른 간호원을 대신 구해 놓고 그만 두라고 부탁했는데 그런다고 했었다.

이렇게 나간 간호원의 언니와 친구간인 다른 간호원에게 물어 보았더니 모 백화점의 점원으로 취직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점원노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하루만에 다시 올 수 없느냐고 전화가 왔단다. 하루만에 거기서 쫓겨난 모양이다.

다른 한 간호원은 다른 데 취직을 해서 나갔는데 놀러 오겠다고 인사를 하고 나갔다. 이 간호원은 환자와 싸웠어도 자기 문제를 해결하면 그래도 잘 살아갈 수 있는 바탕은 있다.

정신 건강의 표본

그런데 제대로 기능을 못하는 두 여자 간호원이 나간 뒤에 스물 한 살 먹은 여자 간호원이 들어왔다. 제주도 출신으로 형제가 여럿이란다. 우리 병원을 개설한지 이십여 년 만에 처음 보는 건강한 직원이다. 정신 건강의 표본이다. 워낙 요사이는 건강한 사람을 보기가 어려운데 이 간호원은 전혀 타인에게 스트레스나 부담을 주지 않는다.

뭘 물으면 반드시 성실하게 대답을 한다. 취미가 뭐냐고 물었더니 독서라고 한다. 환자들 간호에 도움이 되게 내가 쓴 글을 모은「현대인과 노이로제」란 책을 주고 읽어보라고 하고, 다음 날 물어보니 조금 읽었다고 하면서 다른 소설책을 들고 있다. 「왜?」라고 물으니 조금 딱딱하다고 한다. 모든 것을 사실대로 대답한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언행이 자연스럽다. 마음이 거울같다.”

한 열흘 후에 물었더니 다 보았다고 한다. 이 간호원은 인사 바르다.꼭 만나면 인사를 하고 병실에 올라갔다가 나오면「수고하십시오」하면서 가벼운 미소를 짓는다. 만날 때마다 가볍게 웃는 얼굴인데 아첨하는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고 은근하고 조용하다.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다.

정신과 간호도 처음이고 간호 보조학원을 졸업한지 일 년 밖에 안 되고 그 동안 일반 의원에서 근무하다가 왔다. 혼자 병실을 지키고 있다가 일요일에 입원환자의 부모가 왔을 때도 전화로 어떻게 할까 물어본다. 모든 것을 시키는대로 하고 모르면 물어본다. 일을 시키면,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고 가르쳐는 대로 하니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가정부나 다른 간호원, 환자 모두가 좋다고 한다. 그렇게 되니까 온병원 전체의 분위기가 좋아진다. 모든 것이 부드럽다. 아직 스물 한 살이니 완숙된 인격은 아니더라도, 아직 미숙한 부분이 있어도 그대로 건강하다.

맑은 거울과 같아야

나는 늘 새로 직원을 채용하면 처음에 일러두는 말이 있다.

우리가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나 취직하는 사람이 서로 조건이 맞아서 고용하고 고용되는 것이니 서로의 요구 조건을 분명히 알고 출발해야 된다. 부모형제도 형편이 바뀌거나 뜻이 안맞으면 따로 살게 되는데…조건이 안 맞으면 스스럼없이 얘기하고 떠날 때는 미리미리 얘기를 하라. 고용하는 측도 고용된 사람이 마음에 안 들면 나가달라고 할 터이니 그리 알고 이것은 양편이 똑같이 가지는 권리라는 것을 말해 둔다. 대개는 자기 입장만 생각하고 자기가 그만 두고 싶을 때에는 고용자의 사정을 생각지 않는 사람이 가끔 있다. 다 같은 권리자라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한다.

그리고 무엇이든지 시키는대로 하고 모르거나 불확실한 것은 물어보라. 무엇이 잘못되거나 사고가 나면 즉각 보고해라. 만약에 무엇이 잘못되어도 보고를 안 하면 24시간 내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나 않나 걱정을 해야 된다. 보고를 잘 하면,보고가 없으면 모든 일이 잘 되고 있는 것이니 안심을 할 수 있다 말을 잘 못 알아듣겠으면 되물어서 확실히 이해를 해라. 이런 식으로 지시를 해도 상당히 건강한 사람이 아니고는 잘못된 것도 보고 않고 있거나 자기 딴은 잘 한다고 지시대로 않고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마음속에 특별한 감정이나 생각이 없기 때문에 맑은 거울과 같아서 모든 것이 깨끗이 반영이 된다. 이상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다. 모든 언동이나 자세가 자연스럽고 부드럽고 급하지 않고 느리지도 않고, 모르면 묻고 배워서 하고 책임을 질 줄 알고 자유스럽고 경직되거나 긴장하지 않고 집중이 잘 된다.

모든 것을 힘 안들이고 잘 배운다. 불평이나 잔소리가 없다.

어려우면 어렵다고 하고 못하겠으면 못하겠다고 하고 대화가 잘 되며 타인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정신 불 건강은 이것과 정반대다, 건강한 사람만이 사는 곳이 극락이고 천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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