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심신장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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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심신장애자
  • 관리자
  • 승인 2009.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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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덕 칼럼

  여기는 광주(光州)시 교외 금당마을에 있는 자비원 (慈悲院)이다. 새벽 예불때도 달빛이 구름 사이에 있었는데 어느 새 후두둑 빗방울 소리가 들리더니 추녀끝에 낙수물 소리가 다정하다. 아직 창문에 어둠은 걷히지 않고 있다. 마침 원장스님이 볼일로 어제밤 제주도로 떠나시며 법당을 맡긴다 하셨기에, 나는 난생 처음 새벽 예불을 혼자서 드렸다. 백팔배와 염불정진까지 정성껏 모시었다.

  자비원은 한식으로 새로 지은 작은 규모의 양로원이다. 지금은 신청자를 받을 준비 기간인 듯, 한 사람도 들어와 있는 노인은 없다. 앞으로 노인들과 동거하게 될 절 식구들만 있는데, 팔이 불편한 청년도 있고 고아 소년도 있다.  영리하게 생긴 것이 인상적이다.

  나는 하루밤 견학 온 인연인데, 어쩌면 내가 제일 먼저 이 양로원에 들어온 제 일호 할머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나는 심신장애자' 라는 느낌이 지금 절실하기 때문이다. 몸도 지치고 마음도 아픈 노인들 지금 내 상태가 바로 그렇다. 그리고 저쪽 별채에 있는 청소년들 또한 그렇다. 고통을 가진 자만이 아픈 사람의 고통을 안다는 것은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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