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종(梵鐘). 그것은 범종각에 있다. 그 집이 2층의 누각으로 형태를 바꿀 때는 범종루(梵鐘樓)라 하게 된다. 이 범종각은 일반적으로 불이문(不二門)과 동일선상에 위치하고 있다. 즉 불이문을 들어서는 사람이 볼 때에는 왼쪽, 법당쪽에서 볼 때는 오른쪽에 해당한다.
왜 범종각은 불이문과 일직선상에 놓이는가? 글자 그대로 범종각은 범천(梵天)의 종소리가 흘러나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수미산 정상에 우뚝 선 불이문.
범천은 그 산정에서, 수미산 위의 하늘에서 불이문으로 들어오는 구도자를 환영하고 그가 불이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입증하는 하늘의 주악을 연주한다. 천의(天依)를 날리며 주악을 울리는 상원사(上院寺) 범종의 비천상을 보노라면 이와같은 장면이 문득 가슴에 와 닿는다. 구도자를 환영하는 하늘의 음악 소리를 상징하기 위해서 범종각은 불이문과 동일선상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럼, 왜 법당쪽에서 볼 때 범종각은 오른쪽에 위치하는가? 불교의 체용설(體用說)에 입각하여 볼 때 왼쪽은 체(體)에, 오른쪽은 용(用)에 해당하는데, 소리는 곧 용에 속하기 때문이다. 체, 그것은 본질이다. 움직이지 않는 것이요,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용은 작용이다. 항상체에 근거하여 다양한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범종각에서 울려나오는 소리는 곧 우리들 일심의 작용이요, 부처님의 위대한 작용을 상징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소리는 스스로를 맑히고 중생을 교화하는 크나큰 울림이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범종각은 법당쪽에서 볼때 오른 쪽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 범종각에 때로는 범종만이 홀로 있기도 하지만, 규모있는 사찰에서는 법고(法鼓. 목어(木魚). 운판(雲板)등이 범종과 합하여 '불전사물(佛殿四物)' 이라는 이름 아래 함께 배치되기도 한다.
사물들은 각각 소리를 울린다. 범종은 쾅더웅─쾅더웅─. 속을 비우고 여운을 길게 늘이며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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