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생명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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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생명의 몫
  • 관리자
  • 승인 2009.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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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에세이 /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도 그 깊이를 더해 가고 있다. 햇볕은 하루가 다르게 따뜻해 지고, 서울 도심에 서 있는 가로수도 푸르러져 잎새들의 초록빛도 짙어져 있다.

 변두리에 살고 있는 까닭으로 아침 저녁 출퇴근 길에 풀꽃이 피어 이는 것을 매일 본다. 풀꽃들은 자기의 생명의 몫이 꽃을 피우는 것임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려는 듯이 개화하고 있다. 나는 그것이 자연의 이치 또는 섭리라는 간단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

 봄이니까 자연히 풀꽃이 돋아나고 꽃을 피운다는 사실이야 수천년 동안 있어 왔던 일이다. 그러나 봄이 되어도 작년에 피었다가 올해 다시 피어나지 못하는 풀꽃도 얼마든지 있다. 씨를 맺지 못해서, 뿌리가 죽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사람이 꺾어 버려서, 죽여 버려서 피어나지 못하는 꽃들이 있는 것이다. 결코 자연의 이치대로 봄이니까 꽃이 핀다는 생각만을 할 수가 없다.

 하나의 작은 씨앗이 바람에 날려서, 혹은 곤충에 의해 외진 곳에 떨어지고, 그래서 흙에 묻혔다가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 돋아나서 꽃을 피우는 그 과정이 자연의 이치대로 된다기 보다는 무릇 자기에게 주어진 생명의 몫을 다하려는 풀꽃의 아름다운 힘으로 나는 본다.

 사람에게도 그와같은 아름다운 힘이 있다. 세상에 하나의 생명으로 태어나, 그 생명의 몫을 해내고자 하는 의지가 그것이다. 어려운 삶을 살아내기 위해 현실적 고통과 정신적 번뇌를 거듭하면서도 자기의 전생애를 부둥켜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해를 달리 하는 그 누구도 이것을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자기 생명의 몫보다도 더 많은 것을 누리려고 하는 사람을 종종 본다. 좋은 명분을 앞세워 놓고 실제로는 남의 몫까지 차지하는 사람 말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이는 자기 생명의 몫을 남에게 나눠 주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포기하고 방기해 버리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의 이런 행위도 어쩜 자기 생명의 몫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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