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 그늘
5주간의 교습 수강료도 대단했지만 교습훈련 과정도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손발이 말이 잘 듣는 젊은이들 보다는 항상 한 두 종목이 뒤지기 마련이요, 여러 가지 운전행위에 필요한 사항이 제대로 기억되질 않아서 차바퀴가 엉뚱한 옆길로 미끄러져 나갈 때의 추상같은 젊은 코치의 호통은 반평생을 남을 가르친다는 자부심으로 교직에 종사해 온 나로 하여금 생의 허탈감마저 느끼게 하는 슬픈 현장이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벌인 춤이려니 기간을 마치고 당당히 시험장을 찾아 들었다. 오후한 시부터 시작되는 첫 관문으로서의 학과 시험장 앞에는 남녀노소의 다양한 수험생들이 책자를 펼쳐들고 열심히들 암기하고 있었다. 「학과 시험쯤이냐」하는 가벼운 마음이 있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긴장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박사과정 논문 시험도 아닌 운전면화 시험에 떨고 있는 내 자신을 의식했을 때, 나는 또 한번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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