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 슬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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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 슬픔을......
  • 관리자
  • 승인 2009.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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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시심

지난 연말 집안 어른의 회혼식(回婚式)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사람이 60년을 산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결혼한지 60년이 되도록 부부가 해로하여 회혼을 맞이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는 일이어서 나는 그날 뜻깊은 시선으로 식의 진행을 지켜 보았다.

그런데 그날 가장 감명 깊었던 대목은 내빈의 축사에 이은, 86세로 회혼식을 맞은 어른의 답사였다. 주로 자신의 부인에 대한 참회의 술회라 할 답사에 담긴 이야기는 이러했다.

자기 부부는 평생 부부싸움을 한일이 없다고 했다. 싸움이란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상대의 반발이 있어야 하는 법인데, 자기가 화를 내어 싸움을 걸어도 부인이 피하여 대응을 하지 않으니 싸움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그만큼 부인은 자기에 대한 순종의 미덕만으로 살아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부인에 대한 고마움을 늙으막에 와서는 자기가 잘해주어 보답하기로 결심했는데 이번에는 자기의 건강이 악화, 보행이 불편한 처지가 되어, 부인이 없으면 기동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보니, 부인의 자기에 대한 봉사가 더욱 필요하게 되어 그도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자기 부인은 일생을 자기에 대한 순종과 봉사만으로 보내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그지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남은 자기의 가장 큰 소망은 이생에서의 부인의 고마움에 대한 보답은 어렵게 되었으니, 머지않아 가게 될 저 세상에서 저승의 왕에게 내세(來世)의 여러 세계 중 남존여비가 아닌 여존남비(女尊男卑)의 세상에 부부가 함께 태어나 이승에서의 정반대의 위치에서, 이번에는 자기가 일생을 부인을 위해 봉사하도록 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겠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지금 자신의 간절한 소원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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