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천(도솔천)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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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천(도솔천)의 봄
  • 관리자
  • 승인 2009.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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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시심

“산 강아지가 죽은 정승보다 낫다.”

아무리 고생스럽고 천하게 산다해도, 그리하여 힘들고 고통스런 삶이라 해도, 죽음보다는 낫다는 우리 선조들의 소박한 사생관(死生觀)이 잘 나타나 있는 속담이다. 사실 우리는 주변에서 처절한 고통 속의 삶을 살면서도, 암흑같은 어둠 속의 죽음같은 나날을 보내면서도, 누구를 원망하거나 삶을 저주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고통을 극기(克己)로 이겨내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본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에게서 생(生)의 존엄성과 경건함을 본다. 그렇다. 사람은 태어날 때 자기 뜻대로 태어난 것이 아닌 것처럼, 삶이 고통스럽다 하여 이를 자기 마음대로 버릴 수는 없다. 자연스럽게 자기의 생명이 다 할 때까지,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며 자연의 섭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주변은 어떠한가. 꼬리 무는 자살사건이 날마다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하고, 이와 같은 생명 경시의 풍조가 사회 전반을 풍미하고 있다. 성적이 나쁘다고 부모로부터 꾸중을 들은 중학생이 자살을 하는가 하면, 입시에 낙방한 고교생이 스스로 목을 매기도 한다. 신병을 비관한 가장이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목숨을 끊는가 하면, 장가 못간 농촌 총각이 음독자살을 하기도 한다. 가정불화로 말다툼을 한 주부가 집에 불을 질러 온 식구가 모두 죽는가 하면, 전세값 마련이 어렵다고 방 안에 연탄불을 피우고 온 식구가 집단자살을 하기도 한다.

치안본부의 통계에 의하면 작년 1년간 7,674명이 자살하였고, 이는 매일 21명꼴이라고 한다(조선일보 4월 13일자). 또 Y대 정신과에서 조사한 바로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48.7명으로 세계 최고라고 한다. 이런 불명예스러운 결과는 과연 어디서 오는 것일까. 여기에는 사회구조의 모순, 경제정책의 잘못, 정신병적 원인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제일 큰 원인은 삶의 참 뜻을 몰각한 생명 경시 풍조의 만연이 아닌가 한다.

생명은 신성하고 경건한 것이기에 자살은 살인과 함께 인간이 저지르는 가장 큰 죄악이다. 기독교에서 자살은 신의 존엄성에 대한 강장 큰 도전으로 보고 있으며, 불교에서는 자비의 본질은 바로 생명 존중에 있다고 보아 자살을 부처에 대한 반역으로 말하고 있다. 불교의 오계(五戒)의 첫째가 불살생(不殺生)이거니와, 생명에 대한 집착은 버리되 이를 초극하는 차원 높은 삶을 이룩해야 한다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이다. 온 중생은 불성(佛性)이 있는 것이기에 모든 것은 부처님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불교에서 이와 같은 생명존중의 사상은 방생(放生)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방생은 실로 불교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자비(慈悲)의 실천행이다. 그리고 그것은 물고기와 같은 미물 몇 마리를 강에 넣는 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더 나아가 숭고한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는 인간방생(人間放生)으로 승화되어야 하는데에 참 뜻이 있다. 단순히 물고기 몇 마리 강에 넣는 것으로 자기 개인이 바라는 행운을 얻게 해 달라는 방생은 아무래도 자리(自利)만을 위한 소승적 방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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