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처럼 새해에도 묵묵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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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처럼 새해에도 묵묵히
  • 관리자
  • 승인 2009.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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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샘 – 새해

나는 무엇을 기대했던가. 아마 그런 기대가 그 기대를 품었던 나이에 걸맞는 것들이었으리라는 건 짐작된다. 갖고 싶었던 것이 손에 들어온다거나 좋은 구경을 하게 된다거나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게 된다거나 운이 좋으면 칭찬을 받게 된다 하는 따위의 것들이었을 것이다.그런 기대는 대개 눈이나 입을 즐겁게 하거나 마음 깊은 곳의 욕구(그것을 커서는 소유욕이라는 이름으로서 타개하거나 극복해야 마땅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를 채우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사소한 것들이었을까. 양철 필통이나 새총, 만화 책… 따위를 바로 그 특별한 날에 갖고 싶어 했을 것이고, 악당들이 픽픽 쓰러지는 영화 구경이나 불구경 같은 것도 좋았을 것이다. 자장면을 한 그릇 그날 먹게 되어도 아마 충분히 흡족했을 것이다. (지금 어른이 되어서 간절히 욕구하는 것도 어렸을 때의 그것과 그본질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으리라는 걸 느낀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특별한 날에 특별한 일이 일어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 덤덤한 경험들이 명절이나 무슨 특별한 날을 때로는 미리부터 거북스러운 심사로 임하게 한 모양이다. 그래서 나중에는 무슨 특별한 날이면 진작부터 더 우울해지던 기억도 떠오른다.

새해에 걸던 기대도, 원인이 자신에게 있었든 외부에 있었든 연말이 되면 제대로 성취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내게는 새해를 맞이하면서 ‘올해에는 그 일이 꼭 일어나야 돼, 그러자면 지금부터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안돼’ 이런 태도가 소년 때부터 전격으로 결여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외부에서 올 좋은 일은 오지 않기 십상이었고, 내 스스로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에 대해서는 끝까지 야무지게 실천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보다 커다란 원(願)을 아직 세우지 못해서 그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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