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앞에 봄볕이 한창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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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앞에 봄볕이 한창인 것을
  • 관리자
  • 승인 2007.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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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그늘에 살며 생각하며/조각가 유영교

盡日尋春不見春

芒鞋踏破壟頭雲

歸來偶過梅花下

春在枝頭已十方

하루종일 봄을 찾아도

봄은 안보여

짚신이 다 닳도록

온 산을 헤매었네

봄찾는 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오니

울타리에 매화꽃이

한창인 것을

"옛글에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기나긴 겨울을 보내던 어떤 사람이 봄을 기다리다 못해 봄을 찾아나섰습니다. 이산 저산 눈이 덮인 산을 짚신이 다 닳도록 헤매었습니다. 그러나 끝내 봄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피로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툇마루에 걸터 앉아 무심히 바라보니 자신의 집 뜰앞 울타리에 봄이 와있더라는 애기입니다. 이 얘기는 저를 두고 한 말인 것 같습니다. 조각을 공부하겠다고 외국에 나가 10여년간 방황하며 찾아헤매던 것이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동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에 유학, 10여년간을 그곳에서 공부한 조각가 유영교 씨(46세). 그는 고국에 돌아와서야 비로소 자신이 찾던 바로 그것을 찾았다. 그것은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이었다. 불상의 모습에서, 그리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파편들 속에서 귀하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따뜻한 우리의 숨결을 느낀 것이었다.

그러나 유영교 씨는 봄을 찾아나섰던 사람이 만약 자기집에 앉아서 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면 과연 봄을 볼 수 있었을까에 대해선 의심을 갖고 있다. 밖에서의 방황과 고달픈 여정이 있었기에 뜰에 아롱거리는 햇볕속에서 순식간에 봄을 느낄 수 있었으리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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