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에 삼라만상을 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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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에 삼라만상을 담고
  • 관리자
  • 승인 2009.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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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그늘에 살며 생각하며 /동양화가 . 송영방교수

    사람을 볼 때면 '저 사물을 어떻게 종이에 옮겨 조형 예술화 할 것인가'하는 생각 때문에 무슨 물체든지 뚫어지게 관찰하는 버릇이 있다는 송영방 교수는 가능한 많은 대상을 보며 많은 뎃상(소묘)과 크로키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슴속에 넣어 그 잔영을 늘 챙기고 있다가 뇌속에 여과시켜 이를 다시 표현해보고 심득이 있다면 그것을 작품으로 표현해본다. 일생을 천진한 마음으로 살면서 좋은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그는 이를 위해서 하나하나 껍질을 벗겨 나가고 쓸데 없는 사족을 떼어버리려고 한다.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서설이 다북히 쌓이던 날 송영방 교수댁을 찾았다.

 화선지에 먹으로 인물화를 많이 그리고 돌과 물 산과 나무 그리기를 좋아하는 동양화가 송영방 교수.

 성북동 그의 집 뜰에는 석등과 석탑, 그리고 부처님의 형상을 한 작은 돌들이 여기 저기 놓여 있었고, 가지가 축 늘어진 노송과 함께 야산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이름 모를 나무들이 머리에 눈을 이고 서있었다.

 차분하면서도 번거롭지 않고 자연의 모습과 그대로 닮아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송영방교수의 그림을 보아오면서 그의 박품속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의재의 필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뜻이 있어서 붓이 나간다는 말이지요. 서양화는 대상을 놓고 그 대상을 그리지만 동양화는 달라요. 흉중에 삼라만상이 다 들어가 있어야 하지요. 대상을 꿰뚫어 보고, 그 대상을 흉중에 넣어서 걸러 그 형태가 닮았든 닮지 않았든 그 성정이 나타나면 되는 것이예요."

 사물을 볼 때면 '저 사물을 어떻게 종이에 옮겨 조형 예술화 할 것인가'하는 생각때문에 무슨 물체든지 둟어지게 관찰하는 버릇이 있다는 송영방교수는 특히 시간이 있을 때마다 그림공부의 기본인 소묘(뎃상)를 철저히 한다. 그리고 사물에 대한 관찰이 관조의 세계까지 가길 노력한다.

 나무 한 그루 풀 한포기도 뎃상을 하면서 그 상을 가슴에 담는다. 우리에게 주어진 눈은 보라고 주어진 것이기에 하나하나의 물상들을 꿰뚫어 보고 가슴에 넣어 눈을 감고도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날아가는 새도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새도 보지 않고 그냥 그릴 수 있는 것이 동양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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