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자연스러운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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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자연스러운 손길
  • 관리자
  • 승인 2009.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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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얼 우리 문화

훈훈한 인정이 흐르고 말이 없어도 서로 돕고 살던 그 고향은 우리들에게 따스한 어머니의 품속같은 푸근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예전에 비해 고향마을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다. 초가지붕도 거의 슬레이트지붕으로 바뀌었고 가난하지만 떡 한조각도 나눠먹던 인심도 옛날같지 않다. 저녁 무렵 집집마다 아스라이 피어 오르던 굴뚝 연기도 이제는 보기 어렵고 향나무 그늘 아래 우물가에서 물긷던 동네 처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도 우리는 설날이나 추석날이 되면 그 지옥같은 교통체증을 겪으리라는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또 고향으로 간다. 도시의 메마르고 긴장된 생활을 벗어나서 고향에 가면 어릴적의 흙내음이 되살아나고 냉이를 캐고 칡뿌리를 씹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산자락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고향마을을 바라보면서 따뜻한 느낌을 주던 노오란 초가집과 날아갈 듯 지어놓은 기와집을 다시 기억해 본다.

우리의 조상들이 수천년에 걸쳐 우리의 풍토에 맞게 지어놓고 생활하던 한옥, 그 한옥에 대하여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한옥은 북쪽의 추운 지방에서 내려온 온돌과 남쪽의 더운 지방에서 올라온 마루가 합쳐진 한국의 가옥이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욱 눈여겨 보고 본받아야 할 특징은 한옥의 자연스러움이다. 초가집이건 기와집이건 우리의 전통한옥에서는 인공적인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한옥은 기둥이나 대들보,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이 본래의 제모습인데 그것들이 목재소에서 켠 것처럼 다듬어져 있다면 이미 그 집은 전통의 한옥이 아니다. 기둥도 생긴대로, 대들보도 생긴대로, 서까래도 생긴대로 자연스럽게 짜맞춘 점이 바로 한옥의 특징이다.

예전에는 그 대들보를 얼마나 실하고 좋은 나무를 썼는가에 따라서 그 집을 평가하기도 하였지만 지금도 대청마루에 앉아 대들보나 기둥의 자연스러움과 거기에 나타난 아름다운 나무 무늬를 감상하는 것도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또한 사찰의 건물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비록 건물의 장엄과 보존을 위하여 단청을 입히긴 하였지만 그 목재를 다루는 자연스러운 방법은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목재를 자연스럽게 다루면서 집을 지었으므로 솜씨있는 대목(大木: 집을 지을 수 있는 목수)의 정성스런 손길이 닿은 한옥은 몇 백년을 내려가도 깨끗하게 보존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 예로 국보 18호인 부석사 무량수전은 이미 600년이 넘는 세월을 말없이 이겨왔고 국보 15호인 안동 봉정사 극락전도 역시 그만한 세월을 바람과 빗속에서 견디어 오고 있다. 나무와 흙과 얼마간의 돌로 지어진 이러한 한옥에 비하여 지금의 그 튼튼해 보이는 콘크리트 건축물의 수명이 70~80년 밖에 되지 않는 것을 보면 한옥의 질긴 생명력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한옥의 또 다른 특징은 서양식 주택과는 달리 실내와 실외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서양식 건축물은 문을 열고 나가면 실외이고 문을 밀고 들어오면 실내가 되겠지만 한옥에서는 이러한 구별이 적용되지 않는다. 신발을 벗으면 실내이고 신발을 신으면 실외인지, 방안은 실내이고 마루는 실외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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