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교리강좌] 유식사상 (唯識思想)
상태바
[알기쉬운 교리강좌] 유식사상 (唯識思想)
  • 해주스님
  • 승인 2009.05.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의 집착과 속박을 여의고 반야공의 중도적 공덕행을 통하여 성불의 세계로 인도하였던 용수의 공사상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차츰 원래의 뜻과는 달리 지나치게 공허한 사상으로 치우쳐 가게 되었다. 공을 드러내는데 너무 집착한 나머지 모든 존재를 부정하는 잘못 이해된 공(惡取空)을 비판하고 이를 바로 잡고자 다시 아비달마불교의 부족한 교리를 보충하여 나타난 것이 유식사상(唯識思想)이다.

반야 공성(空性)이 성립하는 장으로서의 식(識)의 존재를 인정한 것이다. 유식사상은 무착(無着, 310-390) 세친(世親, 320-420) 등에 의하여 성립되었으며 인도 유식사상을 담고 있는 대표적인 경론으로서는 해심밀경, 입능가경과 유가사지론, 섭대승론 유식삼십론, 성유식론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유식(唯識)이란 글자 그대로 ‘오직 식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유식무경(唯識無境)이 바로 유식사상의 근본명제이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마음(識)뿐이고 외적 사물은 식이 변하여 나타난 마음의 그림자라고 본 것이다 (唯識所變). 유식 (Vijñapti-mãtra)이라는 말이 처음 사용된 곳은 해심밀경의 분별유가품이다. 유가 체험으로 유식임이 설해졌고 요가를 수행하는 유가사(瑜伽師, Yogãcãra) 들에 의해 봉지되었다. 따라서 이들 유식학파를 유가유식학파로 부른 것이다.

유식의 식은 근본적으로는 아뢰야식(阿賴耶識, 第八識)이며, 혹은 8종의 식(八識; 眼識, 耳識, 鼻識, 舌識, 身識, 意識, 末那識, 阿賴耶識)을 가리킨다. 유식학에서는 일체제법을 오위백법(五位百法)으로 분류하고 있으니, 심왕법(8) 심소유법(51) 색법(11) 불상응행법(24) 무위법(6) 등이다. 법의 분류가 아비달마 구사론과 상사한 면이 많이 보이긴 하지만 그 내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선 오위의 순서에 8식인 심왕법을 처음에 둔 것 부터가 제법은 유식이라는 유식사상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색법을 심법 다음에 둔 것도 물질은 우리 인간의 정신이 변한 것, 다시 말해서 식소변(識小變)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위법은 어디까지나 식이 변해서 나타난 것으로서 가유(假有)이며 유위법이 모두 멸하여 없어질 때 비로소 진여가 현현되는 것이므로 무위법을 마지막에 둔 것이다. 아뢰야식 내지 제식의 존재도 궁극적으로는 부정되는 것이며, 결국 중생의 본성인 진여성으로 되돌아가야 함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심식을 질적으로 변혁시켜 진여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먼저 심식의 본질을 구명하고 그 구조를 해명하는 것이 급무이다. 바꾸어 말하면 자기 마음을 해명해 가는 노력의 절정에 아뢰야식이 발견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비달마 사상까지는 6식을 들고 있는데 유가행파는 6식 속에 이들 식을 일으키는 근원적인 식으로서 아뢰야식을 발견하고, 이어서 아뢰야식을 자아라고 집착하는 말나식을 상정하였다. 그리하여 전5식(前五識), 제6의식(意識), 제7말나식(末那識), 제8아뢰야식(阿賴耶識) 등 여덟 가지식(八識)의 존재를 주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전오식은 5근(眼根 耳根 鼻根 舌根 身根)에 의하여 각기 그 인식의 대상인 5경(色境 聲境 香境 味境 觸境)을 구별하는 마음으로서 안식(眼識) 이식(耳識) 비식(鼻識) 설식(舌識) 신식(身識)을 가르킨다. 제6의식(意識)은 의근(意根)에 의지하여 물질계 정신계를 포함한 유형무형의 모든 대상(法境)을 분별하는 마음이다. 이 의식은 전오식과 명확히 구별된다. 우선 의식의 의지처인 의근은 물질로 이루어진 전오식과는 달리 순수한 정신적인 기관으로서 제7식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그 인식대상인 법경(法境)도 객관계만이 아니라 내면의 경계까지도 포함된다. 그리고 전오식은 대상의 자성만을 분별하지만 의식은 자성도 분별하고(自性分別)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생각하며(隨念分別) 착각과 더불어 오류를 범하기도(計度分別) 한다. 그리고 이 식은 전5식과 함께 객관계를 인식하기도 하며(五俱意識), 객관계의 대상과는 관계없이 단독으로 내적 명상(名相)을 대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獨頭意識). 꿈속에서도 활동하고(夢中意識) 선정에 들어 마음이 고요함은 의식이 안정된 결과이다(定中意識). 이처럼 의식은 현재의 사물을 헤아리고(現量), 여러 가지를 비교 판단하고(比量) 잘못 판단하기도(非量) 하는 등 광범하게 작용하는(廣緣意識) 것이다.

제7말나식(末那識)은 아뢰야식에 의지하며, 항상 끊임없이 아뢰야식을 상대로 사량 집착하여 근본번뇌를 일으킨다. 아뢰야식의 견분(見分)을 ‘나’라고 집착<護法說>하여 자아의식을 일으키는 것이다. 무아인 줄을 모르고(我痴), 자아가 존재한다는 견해를 일으키며(我見), 그릇 집착한 나를 의지하여 자기가 제일이라는 오만한 마음을 내며(我慢), 자기에 대한 강렬한 집착심을 일으킨다(我愛). 자기에 대한 애착심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괴로움인 죽음에 대한 공포를 야기시킨다. 이러한 아치, 아견, 아만, 아애의 근본 4번뇌는 의식 등 다른 식에게 많은 지말적인 번뇌를 일으키게 하는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리하여 생사윤회하는 괴로움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제8아뢰야식(ã-laya vijña)은 장식이라 번역되니, 능장(能藏) 소장(所藏) 집장(執藏) 등 3장의 뜻이 있는 연유에서이다. 아뢰야식설의 맹아는 부파불교에 있어서 윤회하는 주체의 추구이다. 업감연기에서 말하듯이 우리는 자기가 지은 업의 세력에 의해서 삼계에 생사윤회한다면, 그 업의 영향이 결과를 초래할 때까지는 대체 어디에 보존되어 었다가 차례로 나타나는가 라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