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일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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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일념
  • 관리자
  • 승인 2009.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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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믿음 나의 생활
세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무상하며, 무상하기에 고(苦)라고 합니다. 누구나 이에서 벗어나 안주할 곳이 없다는 경전의 말씀은 참으로 비인간적(非人間的)이며, 너무나도 두려운 이법(理法)을 밝힌 것입니다.
그러기에 四제(諦)와 역기의 도리, 공(空)의 철학 등을 내 보이어 중생의 눈을 뜨게 하며, 반야(般若)를 통해서 대 자유를 안겨 주는 가르침에 접할 때, 불자는 한없는 기쁨과 비길 데 없는 감격을 느낍니다.
저는 먼저, 이 한국 땅에서 생을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를 드립니다. 한국이 가난한 나라이어서도 아니고, 외침(外侵)의 시련을 수 없이 겪은 역사를 지닌 땅이어서도 아니며, 분단의 비국이 현존하고 있어서도 아닙니다.
유럽이나 중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어찌 쉽게 이 불연(佛緣)에 접할 수가 있었겠으며, 불연에 접한 보람을 누리는 생활이 있었겠습니까.
이 한국이야말로 저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땅입니다.
나의 생이 있는 이 시기에 어느 나라에 참 불교가 존재하고 있는가요.
불교의 발생지 인도는 이미 불교의 자취만 남아 있을 뿐이며, 보고(寶庫)였던 중국도 황폐된 모습만이 있을 뿐입니다. 불교학으로 볼 때 일본일 뿐, 소승의 남방불교국도 제가 접할 곳이 아닐 때에, 참으로 한국을 구가(謳歌)하는 것입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이 땅에 뿌리를 두신 부모와 조상, 각고의 노력으로 불교를 이 땅에 심은 여러 성현, 아무 때고 찾아가 엎드릴 사찰을 남기신 고승 대덕님들, 오늘에 이어주신 승가와 선지식(善知識)-. 그 분들의 가꿈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저의 현재가 있었겠습니까.
이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불서(佛書)에 접하고, 법회에 발을 옮기며, 때로 산문(山門)에 들어설 때마다-그것이 오늘에 있게 해주신 것에 감사할 때 어찌 내가 혼자 존재한다 하겠습니까.
나〔我〕는 이미 존재도 없는 입자(粒子)입니다. 이는 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이 가죽 주머니가 어제도 있었고, 오늘에도 있고 내일에도 있으려면, 그 있게 해 주는 주위의 모든 분의 도움 없이 어찌 이를 부지하겠습니까.
국가와 사회, 이웃을 실감하게 되는 것입니다.
얼핏 누구나 자기가 사업해서 수입 얻어 생활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입을 있게 해 주는 그 주위를 잊어서는 아니 되며, 인간 일생을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로 표현한다고 하여 허무의 대명사로 알아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참으로 인간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무료(無料)로 살아가는 것을 바로 알아야 합니다.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왕래하는 항공기 선박,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와 식량은 오직 말없이 모두, 땅이 한결 같이 제공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또 자연이, 그리고 태양이 , 공기가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인간의 수입이란, 생을 통해 이를 얼마나 잠시 지녔다가 가는가 그 것 뿐입니다. 버스를 돈 내고 타고 보니 유로로 압니다만, 그 실 돈을 냈 되 엄밀히 살피면 무료인 것입니다.
한없이 원만한 자연이 내게 생을 보태 줄 뿐 아니라, 만법의 도리를 말없이 일러 주고 있음을 체감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에 감사하고 바로 알 때 자기반성 자기관조는 생겨나며, 이러할 때 머리로 알던 경전의 말씀이나 선지식의 인도가 몸으로 받아들여 질 것임을 믿습니다.
이러할 때 삼독(三毒)은 사라지며, 지키는 계(戒)가 아니라 지켜지는 계로 변할 것이며, 스스로 정(定)도 이루어지리라 봅니다. 보살(菩薩)이 보살 아닐 때에 보살이듯이, 불교가 불교 아닐 때에 불교 속에 살게 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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