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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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집
  • 관리자
  • 승인 2009.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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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아침 일찍부터 밖에서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옵니다.

   나는 엄마가 잠이 깨지 않도록 가만히 문을 열고 골목으로 나옵니다.

   웬일인지 큰 집 대문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대문 앞에는 모래와 자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언제나 굳게 닫혀 있던 대문도, 현관도, 창문들도 모두 열려 있습니다.

   '드르르륵'하고 바닥을 파는 울림 소리가 집안에서부터 들려나옵니다.

   '집을 고치나부다.'

   훤하게 트인 마당이 꼭 들판 같습니다. 잔디에 드러누워 마냥 딩굴고 싶어집니다.

   '이 집엔 아이가 없나봐. 나 같은 애가 있으면 좋을텐데.'

   우리가 이 차고방으로 이사 온 뒤로 엄마는 처음으로 집에서 쉽니다. 회사에 나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엄마는 매일 새벽이면 집을 나갑니다. 엄마가 다니는 회사는 아주 높은 빌딩입니다. 엄마는 그 속에서 청소를 합니다. 바닥에 떨어진 휴지도 줍고 커다란 재털이에 박힌 담배 꽁초를 치웁니다. 또 계단에 붙은 쇠붙이를 노랗게 윤을 내기도 하고 화장실도 청소합니다.

   엄마는 둘째와 넷째 일요일엔 회사에 안 갑니다. 그래서 달력에 있는 날들 중에서 나는 둘째, 넷째 일요일을 제일 좋아합니다.

   오늘은 넷째 일요일입니다. 엄마가 회사에 가지 않는 날입니다.

   쉬는 날인데도 엄마는 쉬지 않고 집안일을 합니다. 밀린 빨래며 청소로 엄마는 하루 온 종일 일을 합니다.

   "이 영주씨라고 계십니까?"

   오토바이를 타고 온 아저씨가 엄마한테 물어옵니다.

   "난데요." 하고 내가 대답합니다.

   엄마는 전보를 보더니

   "영주야. 아빠가 보내셨어."

   "아빠? 언제 오신대? 집 다 졌대?"

   "며칠 있다가 잠깐 오실 수 있겠대."

   "야이, 신난다!"

   나는 밖으로 나갑니다. 아이들은 모래 위에 올라 앉아 굴도 파고 성도 쌓고 집도 짓습니다. 또 어떤 아이들은 모래를 퍼서 사방으로 휙휙 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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