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탄 받아야 할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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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탄 받아야 할 이웃
  • 관리자
  • 승인 2009.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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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찬탄을 온 이웃에게

 불광의 편집자는 나에게 "찬탄을 온 이웃에게"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 달라고 했다. 아무 생각없이 가볍게 받아든 이 제목은 생각할수록 나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게 있었다. 너는 너의 이웃들에게 얼마나 관용을 베풀고 그들의 장점을 찾아 칭찬하고 찬탄하는 긍정적 삶을 살았는가? 혹은 욕망과 모자람의 투성이인 것 같은 이웃들에서 부처님을 발견하고 그를 찬탄하는 형안이 너에게 열려 있는가? 또는 그런 이웃을 찬탄할 만한 너의 자격조건이 구비되어 있는가? 등의 의문사를 나에게 퍼붓는 것 같은 자격지심이 나의 머리를 채웠다.

 송 선배는 후배들에게 칭찬이 옹색하다는 항변을 간간히 들은 바 있는 나의 공복고심과 오만방자함을 힐책이라도 하는 양 싶었다. 그러나 아마도 우리 모두 그렇게 하자는 피킷을 드는 소임을 맡긴 것으로 알고 동참하는 마음으로 편집자의 의도에 끝까지 따르기로 했다.

 이제 입춘이 지났다. 곧 긴 겨울의 잿빛 장막이 걷히고 생명의 아지랭이가 산하를 어루만져 기화요초의 눈을 틔울 봄이 올 것이다. 또 찬란한 봄의 색깔로 형형색색 수놓게 될 것이다. 뿐이랴. 골짜기마다 눈녹은 물은 옹골차게 개울져 흘러 내리며 조잘대고 대지를 촉촉히 적셔줄 것이다. 하늘에 높이 솟은 종다리가 목청껏 뽑아내는 바리톤에 장다리 꽃밭의 호접은 봄의 왈츠를 흐드러지게도 추어댈 것이다.

 목전에 전개되는 이 희망찬 생명을 잉태한 봄을 어찌 감탄과 찬탄으로 그 경외를 노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삼라만상 두두물물 그대로가 진여법성의 발현이며 자성심의 스펙타클이다. 그야말로 신비롭고 장엄한 대자연의 객체와 그 앞에 선 나는 이미 미분전(未分前)의 원 뿌리, 원각산(圓覺山)에서 환희와 용약으로 어우러질 뿐 시시비비를 초월한 절대세계에 벌써 도달되어 진것이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의 우렁찬 코러스가 원음이 되어 흐를 뿐 약육강식 생존경쟁의 꿈틀대는 애환이 쇠사슬도 얽어묶인 그런 삶이 이 봄 안엔 없다. 녹아 흐르는 시궁창의 썩은 물과 여울물이 부딪치는 상대음(相對音)이 아니다. 그 절대정경의 봄 속에서 더불어 그대로 좋을 뿐 버려야 할 극복해야 할 악마의 봄과, 찬탄해야 할 취해야 할 신비로운 봄이 따로 없다.

 그저 엔돌핀이 넘치고 찬탄과 감탄의 시가 저절로 이웃한 모두에게 노래로 용솟을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인 것이다. 무르녹은 법열이 법열이랄 것도 없이, 나와 남을 나와 남이랄 것도 없이, 뛰어 넘을 것도 없이 이미 뛰어 넘은 단계인 것이다. 주체(心)와 객체(衆生) 그리고 절대(佛)의 삼위(三位)가 일체(一體)로 쌍차(雙遮)하고 쌍조(雙照)하는 진리의 언덕 바로 그 자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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