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외로움
상태바
방치된 외로움
  • 관리자
  • 승인 2009.04.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비의 손길

서울 삼전동 주택가에 위치한 상가건물의 비좁은 계단을 올라 2층 단칸방에 살고 있는 최교식(52세)씨를 찾았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겨울임에도 방안이 냉랭하다. 생후 7개월 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한 최교식 씨가 “바깥 날씨 춥지요 여기로 앉으세요.”라며 앉아 있던 자리를 내준다.

 

  최교식 씨는 5년 전 같이 살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혼자 살고 있다.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고 찾아오는 이도 거의 없으니, 며칠 동안 누구와 말 한 마디 없이 혼자서 지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속에 담아놓은 이야기가 어찌 많지 않겠는가.

  “제 나이 또래 사람 중에 소아마비가 많아요. 6․25전쟁 바로 직후 어수선할 때니 보건복지도 형편없어 예방주사 맞기도 힘들었거든요. 다 제가 시절을 잘못 만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젊었을 때는 단 한 번도 두 발로 설 수 없다는 사실이 어찌나 서럽고 억울했던지…. 제가 어머니께 못할 짓을 참 많이 했습니다. 신세한탄 할 곳이 어머니밖에 없었고 어머니는 그 걸 또 다 받아주셨습니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당시에는 지금 살고 있는 건물의 지하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화장실이 없어 1층 화장실로 계단을 올라 다녀야 하는 불편함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나마 어머니의 도움으로 힘겹게나마 볼 일을 볼 수 있었지만, 돌아가신 이후에는 바지에 실례를 한 적이 있을 정도로 몇 배의 큰 고통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은행에서 1,000만원의 융자를 받아 화장실이 딸려 있는 2층으로 올라오게 되었다.

  

  “아무리 삶이 불편해도 혼자 사는 게 편합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장애인을 보는 편견이 심하고 저 또한 자격지심이 있어 나가는 걸 꺼리게 됩니다. 몇날 며칠이고 혼자 있다 보면 어찌 외롭지 않겠습니까. 느는 게 이런 저런 생각뿐이지요, 정 못 견디겠다 싶으면 술 한 잔 마시고는 술기운으로 노래 한 곡 부르면서 외로움을 날려 보냅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