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염송[禪門拈頌] 제 11권 [대산{臺山]조에 한 노파의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그녀가 어디 사람이며 몇 살인지도 기록되어 있지 않다. 또 한 그녀의 이름도 알 수 없다. 조주종심 선사[778~897]가 한 때 오대산 에 머물고 있었다. 큰스님이 오대산을 향해 몰려들었다. 오대산으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언제부터인가 이름 모를 노파 한분이 앉아 있으면서 오대산으로 들어가는 스님네를 시험하고 있었다.
한 스님이 물었다. “오대산으로 가려면 어떻게 갑니까?” 노파가 대답했다. “곧장 가시오.” 그 스님이 노파의 말대로 서너 걸음 앞으로 내딛으니 노파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에이그! 멀쩡한 스님이 또 저렇게 가는구먼.” 많은 스님들이 당하고 나서 조주 선사를 찾아 뵙고 사실을 털어놓았다.
다 듣고 난 조주 선사가 말했다. “이 늙은 중이 그녀를 한 번 시험해볼 것이다.” 이튿날 이었다. 조주 선사는 단신으로 절 입구에 이르러 보니 과연 한 노파가 앉아 있었다. 조주 선사가 물었다. “오대산으로 가려는데 어떻게 가오?” 노파가 대답했다. “곧장 가시오.” 선사가 앞으로 서너 걸음 내딛자 노파가 혀를 차면서 말했다. “쯧쯧! 멀쩡한 스님이 또 저 모양으로 걷는구먼!”
선사는 오대산으로 돌아와 남자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내 오늘 그대들을 위해 그 노파를 감파하였다.” [선문염송]은 모두 30권으로 이루어졌으며 이 30권 속에는 1463칙[則] 의 공안이 수록되어 있다. 위의 내용은 [선문염송] 11권 [대산[臺山] 이라는 공안에 해당하여 일련번호로는 412번에 해당한다. 우리는 이 공안을 [조주감과]라는 공안으로 알고 있으며. 또 그렇게 전해지고 있다. 선문의 천칠백 공안 가운데서도 조주 스님으로부터 비롯된 공안들은 매우 유명한데 이 [조주감과]도 지금까지 납자들 사이에는 꽤나 거론되는 것 중의 하나다.
[선문염송]에도 무려 42명의 선사들이 이 [대산]즉 [조주감파]에 대해 송[頌]을 붙였고, 14명의 선사가 염했다. 그렇다면 그토록 중국 당대의 선사들의 시선을 모으고 이목을 집중시켰던 그 노파는 어떤 분이었을까. 선사들이 염송한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목암층[牧庵忠]이 염했다. “대중들이여! 말해보라. 조주가 노파를 감파한 곳이 어디인가를 자세히 알고자 하는가. 산승의 한 게송을 들으라.” 그리고 다음과 같이 송[頌]했다. 고금 [古今]의 오대산 길 평탄하거늘 오가는 이따라 혐하다 하네. 그대는 노파선[老婆禪]을 설명치 말라. 감파가 오히려 점검을 당함일세.
선사가 다시 대중을 부르며 말했다. “이미 감파해버렸느니라.” 진전문{眞淨文]이 상당[上堂]하여 이 이야기를 듣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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