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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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삶
  • 관리자
  • 승인 2009.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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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돕는 길 내가 크는 길

  언젠가 동물의 세계라는 다큐멘터리 기록영화를 본 일이 있었는데 주로 동물들의 애정, 상호의존을 테마로 다루어 꽤 감명 깊게 시청한적이 있었다.

  흉폭한 공격으로 먹이를 구하는 악어에게 가냘픈 악어새가 날카로운 이빨 사이를 날아다니며 먹이를 쪼아 생존을 영위하고 악어는 악어대로 이빨사이에 낀 음식 찌꺼기를 제거시키는 천성적 습관을 유지하는 협동 체제를 보며 존재의 미묘한 연줄에 상당한 경외감을 느꼈었다.

  '서로 돕는 길이 내가 크는 길'이라는 특집 원고를 청탁받고 아주 오래전의 이 영상이 자연스럽게 떠올라 잠깐 소개한다.

  월남 전시 중의 일이다.

  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을 때 국내에서 복무하던 나도 자유수호를 위한 위탁용병으로 차출되어 파월되었다. 명분이야 자유수호니 어쩌니 하지만 사실은 달러가 필요했고, 무기가 필요했고, 외세의 압력을 거부치 못해 참전케된 사유는 근대실록을 통해서도 주지된 사실이고 여하튼 우리는 생명을 담보로 격게 되는 경험이라 조심스럽고 두려운 심경이었다.

  그러나 그 곳은 살벌하다고 인식되어진 실상보다는 조국애가 있었고 전우애가 있어 진정으로 다가오는 사람의 가슴이 있었다. 그것은 절대 필요로 하는 거대한 가족이며 일사불란한 팀이었다. 한 내무반에 아주 폐쇄적이며 전쟁의 이슈에 회의적인 사고를 가진 철학도 출신 고참병이 있었는데 무언가 추구하고 종교적인 언어로 다가가는 신병인 나에게 말했다.

  "한 일병, 참 잘 와주었네. 난 여기에 도착하기 전까지 부정적인 견해에서 벗어날 수 없었네 . 조국은 인간의 생명으로 달러를 벌려고 하는 인육 수출국인가? 누가 무슨 권리로 피끓는 조국의 젊은이들을 낯설은 전쟁터로 쓸어 넣고 권력과 금력을 유지하는 도구로 삼으려 하는가? 과연 누가 이들에게 응분의 심판을 할 것인가? 나는 원하지 않는 이 전쟁터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것인가? 나는 그런 고착된 시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네. 하지만 이제 나는 보고 겪었네. 우리가 왜 함께 더불어 왔는가! 왜 함께 호흡하는 동지인가를. 여기는 오욕으로 점철된 인류의 역사에 직시적인 시각으로 생명의 실상을 체험하는 숨쉬는 수련장이네. 난 혼자서는 절대 살수 없으며 혼자서는 살아 있어도 죽어 있다는 것을 이 전쟁터에서 몸소 느껴보게."

  나의 임무는 우리 민족의 사상과 문화를 월남 종교지도자에게 전해 그들로 하여금 일반 대중에 널리 홍보케하여 역사와 문화가 있는 민족, 선량한 민족, 방어적인 민족임을 고취시켜 주한군에 협조적인 자세를 유지케 하는 임무였는데 주로 월남 사찰을 방문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승려의 기본적인 틀(계율)을 가장 벗어나 생활하던 '틱 차이' 란 승려는 데모 군중이 월남 정규군의 총탄에 쓰러지자 비장한 모습이나 처절한 태도없이 자연스럽고 물결 같은 자세로 가사와 방석 몇 개를 휘발유에 적셔 몸에 감고 태우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그 순간 모든 소요는 멈추어졌다. 그 날의 광경은 참으로 전율스럽고 격정적인 모습이었다. 자신의 한 몸을 태워 살신함으로써 수많은 인명을 구제했으니 살아있는 부처의 본행이며 보살의 대원이었다.

  지금까지 마치 하나의 연출처럼 들릴 지 모를 이 얘기들은 나의 불교적 소양과 다양한 경험을 통해 겪은 그 어떤 실증적 체험보다 심중 깊숙히 각인된 감동이며 나의 종교적 가치기준의 핵을 이루었기에 목격대로 기록했다.

  그렇다

  나는 주장하고 널리 법석을 떨고 싶은 것이다. 종교는 인간과 더불어 한 호흡으로 있을 때 그 실체 의미는 사실로서 빛을 발하는 것이며 중생들의 살아가는 소박한 정신적 공감대 위에 일치하는 것이다.

  "간밤에 앓던 손가락 한 마디 머리를 긁다가 땅 위에 떨어지네. 어릴 때 어머님이 쓰다듬던 손가락, 옷깃을 찢어서 고이고이 감싸네. 어느 날 따스한 양지터를 가려서 하늘을 바라보며 깊이깊이 묻어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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