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 ②
사선(四禪)
선은 원래 범어의 디아나(Dhyāna)를 적은 말이다. 선나(禪那), 지아나(指阿那)라고 적으며, 번역되기는 고요히 생각함(精慮), 사유수습(思惟修習), 기악(棄惡), 공덕총림(功德叢林)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마음을 한 대상에 집중시켜 흩어지거나 흔들림이 없게 하여 자세히 그리고 깊이 사유한다는 말이다. 앞서 ①에서 말해온 선은 교외별전(敎外別傳)이라 하여 중국과 한국의 전통적 선을 말한 것이다.
선은 마음을 고요히 하고 깊이 살피는 것이므로, 대승·소승의 가르침 외에도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아함경을 중심한 부파불교에서는 선을 닦아 가는 과정을 4단계로 나누어 사선(四禪)이라 한다. 사선은 마음에 사려(思慮)의 유무, 깊은 관(觀)의 유무, 희(喜) 락(樂)의 유무에 다라 선정의 깊이를 나눈 것이다.
천상구조에 욕계천(欲界天)을 넘어서 색계천(色界天)이 있지만 색계천의 기본구조가 사선천으로 되어 있고 사선정(四禪定)의 정도에 따라 색계천의 여러 천에 나는 것이다.
사선의 차별은 앞서 말한 바 심(尋, 사려심) 사(伺) -관(觀)·희·락·정(定) 등 5요소가 다 있고, 제2선에는 심·사(尋·伺)가 없으며, 제3선에는 희가 없고, 제4선에는 낙도 멸하여 청정한 정이 바탕이 된다.
제4선정은 부동정(不動定)이라고도 하여 마음이 흔들림이 없다. 부처님도 보리수하에 머무시면서 제4선정에서 대각을 이루신 것이 보인다(능엄경).
원래 사람의 본성이 청정 진여이며, 세간사 일체가 진여법성을 떠나 존재하지 않고 인간 또한 예외가 아니다. 그러므로 흔들리는 생각을 여의어 자성본분에 접근하는 선정을 닦으므로써 깨달음에 가까워짐은 족히 짐작이 간다.
능가경에는 선을 4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1) 성문이 아가 없는 도리를 알아서 닦는 것은 우부수선행(愚夫修禪行)이라 했고, 2) 보살이 법에 아가 없는 도리를 알아 생각하는 것은 관찰의선(觀察義禪)이라 했고, 3) 생각과 분별을 넘어서 마음의 작용을 일으키지 않고 곧 바로 진여법성을 깨닫는 것을 반연진여선(攀緣眞如禪)이라 했고, 4) 여래의 깨달음에 들어 중생을 위하여 불가사의한 작용을 일으키는 제여래선(諸如來禪) 등이다.
그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오늘날 우리가 닦는 선은 달마대사가 전한 계통의 선이다. 이 선은 능가경 사상과 깊이 관계가 있는 듯하나, 교 밖에 따로 전하여(敎外別傳) 이른바 부처님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한 법이라고 일러 오고(以心傳心) 경전문자에 구애 받지를 않는다(不立文字). 좌선 또는 방(棒)·할(喝) 등 방법을 써서 중생의 본래 면목을 드러내며 깨닫게 하는 법문이다.
좌선의
좌선하는데 있어 기본적 격식을 좌선의라고 한다. 선이 앉는데 있지 않다고 하나 초참자는 불가불 조용히 앉아서 배워야 한다. 좌선의 기본자세를 익히지 않으면 마치 기초가 허약한 건물 같아서 성장하기 어렵다. 기초가 든든해야 성장이 있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좌선격식은 자각(慈覺)선사의 좌선의가 기본 규범이다. 이하에 간략히 적어둔다.
1. 서원(誓願) : 도를 배우려는 대장부는 듯이 커야 한다. 불보살의 원을 자기 원으로 삼아 맹세코 일체중생을 제도하겠다는 대비심 대서원을 발하여야 한다.
2. 사연(捨緣) : 좌선에는 모든 생각, 일체 인연, 세간 잡사를 다 놓아 버려야 한다.
3. 조신(調身) : 몸을 바르고 고르게 해야 한다. 발은 가부좌, 손은 대삼마야인, 허리는 반듯이 펴고, 턱은 앞으로 당겨 코끝과 배꼽이 수직이 되게 한다. 그리고 어깨와 목에 힘을 풀고 태산처럼 안정하게 앉는다.
4. 조식(調息) 호흡을 고르게 해야 한다. 호흡은 입을 다물고 코로 한다. 의식과 호흡과 힘이 함께 하여 서서히 의식적 호흡을 한다. 들이쉴 때는 가볍게, 내쉴 때는 되도록 면밀하게 서서히 토한다. 호흡은 되도록 단전호흡을 기본으로 한다. 무리해서 느리게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한다.
5. 조심(調心) : 마음을 고른다. 조식에서 저절로 조심이 된다. 따로 조심할 마음을 내면 오히려 산란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