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빛, 가을처럼 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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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빛, 가을처럼 번지다
  • 관리자
  • 승인 2008.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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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 가을의 상념(想念)

잡지사에 다니는 친구로부터 글 청탁을 받았다. 가을 초입이니만큼 시절에 맞는 토막글 하나 보내달라고 한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거절을 거절하는 목소리에 응낙하고야 말았지만,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라는 직업 때문에 수년 동안 상업적 글쓰기에만 전념해 온 터라 그 울타리를 벗어나는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습관처럼 워드 프로그램을 구동시켰다가 맘을 바꿔 전원 코드를 뽑은 뒤, 가지런히 정리한 책상 위에 백지 한 장과 두툼한 국어사전을 꺼내 놓았다. 평소 ‘좋은 생각은 머리가 아니라 손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근거 불명의 지론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정돈되지 않은 생각이나 미처 고르지 못한 단어 따위를 간단히 메모하거나 그려두기엔 종이가 편리해서였다. 하지만 막상 백지를 대하니 머리가 하얘진다. 확장하는 속성을 지닌 백색의 경계가 머릿속까지 침투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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