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향을 왜 떠나지 못하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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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향을 왜 떠나지 못하였던가
  • 관리자
  • 승인 2008.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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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 고향

떠나야 하는 곳인가 돌아가야 하는 곳인가? 떠나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는 곳이되 떠났어도 돌아갈 수 없는 곳이 그곳이요, 돌아올 줄 알아도 떠나지 못하는 곳이 그곳이다. 고향! 금의환향이 아니라도 왜 돌아가지 못하랴마는 옛 시인의 노래에서처럼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옛 고향이 아닐진데 돌아가서는 무엇 하리. 더구나 이제는 살던 집도 부모 형제도 살가운 이웃 친척도 없어져버린 고향이라면 그 뼈아픈 상실감을 이겨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눌러앉은 곳에 정을 붙이고 살기에는 도시는 너무도 삭막하고 팍팍하여 마음은 항상 부평초처럼 떠돌지 않던가? 그러다가 언제 어느 때 어떻게 생을 마칠지 모르는 나이가 되면 고향은 눈을 감은 후에나 더러 오는 곳이 되고야 만다.

반면에 나는 나이 오십이 넘은 지금껏 나 태어난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내 나이 17~8세 무렵의 우리 동네는 60여 가구 5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전형적인 반농반어의 아늑한 촌락이었는데 1970년대 중반부터 몰아친 ‘무작정 상경’ 바람은 우리 동네도 예외 없이 휩쓸어가기 시작 했다.

일찍 떠난 친구들은 초등학교를 마치고 떠나기도 하고 그러지 못한 사람들은 나처럼 집에서 농사일을 거들거나 배를 타기도 하던 게 동네에서 젊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던 것이 하나둘, 먼저 떠난 사람들이 묻혀오는 도시 냄새는 남아있던 사람들에겐 도저히 물리칠 수 없는 엄청난 유혹이 되었다. 있어봐야 결국 배나 타고 농투산이가 되어 평생 가난에 찌들릴 게 뻔하기 때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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