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설움이 멎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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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설움이 멎을 때까지
  • 관리자
  • 승인 2008.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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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수기

     [1] 허무한 가슴 안고

   사람이란 제각기 자기 가슴을 안고 자기 생각대로 사는 것이리라, 그러면서 그 사이에 공통점이 있고 유사성도 있어서 남의 말을 이해하게도 되고 짐작이나 추측도 하는 것일 게다. 그러나 내가 살아온 지난 동안의 내 마음을 돌이켜 보면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세상사람 하는 대로, 나도 부모님 밑에서 커서 학교 다니고 결혼하고 가족을 거느리고 사업이라고 매달려 보고…그렇게 살아오지만 내 가슴 속 텅 빈 것은 언제나 메울 길이 없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가운데에는 그래도 가슴 뿌듯한 보람이 없지도 않을 텐데 나는 허허 웃으며 살면서도 언제나 가슴에는 허무의 한 자락이 깔려 있었다. 먹고 마시고 뛰어 다니고, 흥청대고 웃어 보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지만 그 모두가 허무 위에 둥둥 떠 있는 것을 나는 느꼈다.

   어차피 사는 것이 인생이라니까 살아가지만 인생이란 필경 무엇이란 말인가? 소년이 청년 되고 이제 장년이라는 나이가 되어 머리는 희끗희끗해지고 먹고 마시고 뛰어 다니다가 늙고, 해가 뜨고 달이 지니 인생은 갈 곳 모르는 길로 정처 없이 가는 것인가. 그나마, 인생이 이렇거니 하고 달관하고 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닥치는 대로 살고 헤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불법을 만난 40대까지 이런 허무한 생각을 가슴에 안고 살아왔다. 해가 져서 어둠이 깔리면 일손을 놓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친구 만나 한 잔 두잔 대포잔도 기울였다. 술잔이 들어가면 답답한 가슴이 가라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공허해지는 것 같았다. 공연히 고함을 지르고 그러다가는 비틀거리며 목을 놓고 울기도 했다.

   통곡! 이것은 술이 터져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나의 가슴 밑바닥에 깔려 있던 허무감이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

   지나온 자욱마다 눈물 고였네……』

   어두운 거리를 목을 놓고 노래 아닌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집에 돌아온 것이 몇 번이었던가.

   이렇게 허무 감정으로 그럭저럭 살았으니 부끄러운 데가 어디 한두 군데뿐이겠는가. 가족이나 형제나 나를 도와주시는 여러분에게 실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2] 내 생명이 무한 보배

   이런 나에게 부처님의 자비의 손길이 뻗쳐 왔다. 몇몇 사찰을 더듬어도 역시 속 시원하지 못하던 차에 마을에 사는 한 거사님을 만난 것이다.

  「저분은 무엇을 배웠기에 저렇게 밝고 활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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