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보다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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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보다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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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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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의 현장 / 금강선원 명상프로그램

일요일 저녁 7시. 강남구 개포동 금강선원 법당에는 중고등학생 100여 명이 빼곡히 앉아 반가부좌를 한 채 자신들 앞에 놓인 명상표를 응시하고 있다. 그렇게 25분쯤 지났을까. 종소리와 함께 다리를 푼 학생들은 이어서 선원장이신 혜거 스님의 강의를 듣는다.

그리고 ‘잔상훈련’, 일명 ‘잔상찍기’ 시간이다. 잔상훈련은 명상표에 집중한 후 자신의 집중력이 얼마나 향상되었는가를 학생들로 하여금 직접 확인하도록 함으로써 명상의 유익함과 즐거움을 맛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잔상훈련이 끝나면 당일 좌선과 잔상훈련, 그리고 일주일동안의 생활선 과제에 대해서 본인이 직접 체험하고 느낀 것을 솔직하게 기록하여 제출한다. 제출한 수행일지는 지도법사(박영희, 동국대 선학과 박사과정 수료)가 점검한 후 다음 강의시간, 혹은 개인면담을 통해 설명과 답변을 준다.

일지 쓰기가 끝나면 조모임 시간에 그날 체험하고 느낀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함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느낌을 함께 공유한다. 필요할 경우는 개인면담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생활명상이라고 해서 1주일간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과제가 주어진다. 예를 들면 선생님 얼굴 집중하기, 시선 가는 데 마음 두기, 버스 안에서 간판 잔상찍기, 걸음에 집중하기, 화내지 않기, 수업시간 후 1~2분 정리하기 등이다.

지난 1월 6일부터 4월 13일까지 매주 일요일 저녁 7시에서 9시까지 총 15회 이루어진 ‘청소년을 위한 15분 집중공부법 명상프로그램’에는 총 130명의 학생들이 신청을 했다. 방학 중 비교적 한가한 일요일 저녁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고 개학 후에도 중간고사가 겹치지 않게 프로그램을 개설한 덕분인지 참가자 중 100여 명의 학생이 끝까지 참가해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멀리 대전에서 매주 참가한 학생도 있다.

【 화두보다 집중력 향상 】 “일반적으로 명상을 할 때에는 삶의 근원적인 질문인 ‘나는 누구인가’ 또는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등을 화두로 삼습니다. 그러나 청소년기에는 가치관을 재정립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 데다 이러한 무거운 주제는 맞지 않을 것 같아 대신 한창 공부에 열중하며 미래를 구상하는 학생들에게 구체적으로 도움을 주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명상표에 집중하는 훈련과 잔상훈련을 통해 기억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좌선으로 지구력과 인내력을 길러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돕고자 한 것이지요.”

혜거 스님은 1988년부터 참선지도를 해오면서 청소년들에게 효과적인 참선법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중 무거운 화두 대신 집중력 향상이라는 구체적인 계기를 마련해주고자 청소년들에게도 명상을 지도해왔다. 명상을 하면 집중력과 기억력, 참을성과 자기 통제력이 높아지는데 이러한 정신력의 변화가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에서였다.

청소년을 위한 명상프로그램의 주된 내용은 명상표 응시하기, 잔상훈련, 그리고 좌선을 통해 집중력과 기억력, 그리고 인내력을 키움으로써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자신을 다스리는 힘과 주변에 대한 긍정적인 힘을 길러주고, 주인공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길러주는 데 그 뜻이 있다.

처음에는 15분 동안 명상표에 집중하는 것은 물론, 움직이지 않고 바른 자세로 앉아 있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적응하기 시작했다. 15분을 거뜬히 해내자 명상시간을 15분에서 20분으로, 그리고 30분으로 조금씩 늘려갔다. 동시에 학생들의 집중력과 참을성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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