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경전을 비롯해 많은 대승경전이 역사고증에 의해 위찬(僞撰)의 시비에 휘말리고 있는 듯합니다. 물론 역사상의 진실을 밝히는 학문연구는 매우 중요하고 훌륭한 일이지요.

저는 불교교학이나 불교역사를 연구하는 전문 불교학자가 아니라서, 이 분야에 관하여 전문식견이 없습니다. 따라서 권위 있는 해석이나 학설 견해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다만 신앙과 수행의 관점에서 약간의 소감과 소원(희망)은 피력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보지 않고서도 믿는 자는 얼마나 복된가

정토삼부경 중에, 관무량수불경만 아직 범본(梵本)이 발견되지 않았을 뿐, 소본 아미타경과 대본 무량수경은 상응하는 범본이 존재하여, 범한(梵漢) 대조본도 이미 나와 있습니다. 물론 현전하는 범본 자체도 그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극심한 혼란의 와중에서 구전으로 필사로 전승되었으니, 그 확실성을 어느 누가 100% 보증할 수 있겠습니까? 이는 꼭 불교만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고, 기독교나 유교나 모든 종교철학에 공통된 역사성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남전(南傳) 소승불교가 부처님 당시의 육성법문을 가장 진실에 가깝게 보존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겠지만, 옛 성인들의 도력 경지를 말세의 우리 범부중생이 망령되이 억측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