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문 : 선이란 무엇인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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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문 : 선이란 무엇인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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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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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入門

     5, 인간 회복의 문제점(계속)

 교외별전(敎外別傳)에 보이는 흑시범지(黑氏梵志)의 오도(悟道)는 이것을 잘 말해준다. 부처님의 영산회상에서의 일이다. 한번은 흑시범지가 부처님을 찾아뵈었다. 그의 두 손에는 꽃이 활짝 핀 오동나무를 한 그루씩 뿌리채 뽑아서 들고 있었다. 범지는 수행을 하여 五신통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본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놓아라』 그는 오른손의 꽃을 땅에 놓았다. 부처님은 또 『놓아라』하신다. 이번에는 왼손의 꽃을 놓았다. 부처님은 또 『놓아라』하신다. 어리둥절한 범지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손에 아무 것도 갖고 있지 않사온대 무엇을 또놓으라 하십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선인(仙人)아, 내가 놓아라 한 것은 그대의 손에 든 꽃을 놓으라 함이 아니니라. 네가 안으로 六근을 놓고 밖으로 六진을 놓으며 중간에 六식을 놓아 가이 놓을 게 없는데 이르르면 그때가 네가 생사에서 벗어나는 때이니라.』

 범지는 이 말씀 아래 즉시에 자기 본성을 깨달았다. 망념을 놓았던 것이며 거기서 영겁으로 찬란한 불성태양인 생명본분을 보았던 것이다.

 여기 흑시범지의 오도에서 보는 것처럼 불성의 자각은 마음을 써서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놓아 있고 없는 것이 없는 데 이르러서 비로소 보게 되는 것이다. 불성이라는 인간본분은 이와같이 사유와 이론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것이며 사유와 이론이 끊어진 데서 알 수 있다는 것을 명념할 필요가 있다.

      6, 교(敎)와 선(禪)

 서산(西山)대사는 말하기를, 『선은 부처님의 마음이고 교는 부처님의 말씀』이라 하였다. 말씀은 논리가 있고 사유가 있고 이해가 있다. 그리고 그 말씀은 말씀을 통해서 일러주시고자 하는 뜻과 사상체계가 거기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자비의 말씀, 지혜의 말씀, 진리의 말씀은, 법문을 열어주신 부처님 자신의 깨달음이 그 근원이 된다. 진리를 깨달으신 깨달음이 있고 그 깨달음을 열어보이며 중생을 가르치고자 이론과 말씀을 펴신 것이다. 부처님의 본 뜻으로 말하면 중생 모두를 깨닫게 함에 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깨달음 자체를 직접 열어주고자 하는 것이 본의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문제가 있다. 깨달음 자체, 말을 바꾸어 불성이라는 본성은 말로 표현하거나 생각으로 그리거나 논리로써 담을 수 없는 논리 이전의 주체이므로 말로 할 수 없다. 생각으로 그릴 수 없다. 깨달음 자체는 말과 생각이 끊인 곳이다. 이론이 없는 곳이다. 이것을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범상적인 말로는 하지 못한다. 그러나 부처님의 수많은 말씀은 필경 말이 끊인 깨달음에서 나온 것이며 수많은 말이  필경 말 없는데 이르게 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이것이 팔만대장경으로 표현되는 경의 근본 성격이며 교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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