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은 그물같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를 연기(緣起)라고 합니다. 만일 단절이 되면 그 생명은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소통이 되지 않고 단절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특히 어렵고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을 도와주지 않고 무관심 또는 학대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러한 일들은 모두 연기라는 진리에 무지함으로 인해 일어나는 것이니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단절을 피하고 돈독하게 하기 위해 상대방의 필요와 요구에 맞도록 유연하게 대한다든지,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이해한다든지 상대방의 약점보다 장점을 본다든지, 훈계하기보다 독려와 배려하고 평등하게 대하여 균형감각을 맞춘다든지, 잘못을 관용으로 또는 용서로 받아들인다든지 하여 관계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호 소통시키는 근본은 진리를 현현시키는 자비심입니다. 자비심은 그대로 관계성, 즉 연기이기 때문에 모든 생명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일체 생명은 자비심으로 존속하는 것입니다. 자비심을 일깨우는 것은 연기실상의 순간순간 현현이기 때문입니다.

몸 기운 바꾸어 마음을 치료하기

자비란 기쁨을 주는 사랑(慈)이며 고통을 빼앗아 주는 연민(悲)입니다. 자비수관(慈悲手觀)은 자비심을 회복하는 첫 걸음입니다. 자비심이 부처님께서 깨달은 연기법의 진리를 나타나게 하는 사랑과 연민의 마음이라면, 자비수관은 몸 관찰을 통해 잠자고 있는 자비심을 발현시켜 구체화하는 수행법입니다.

자비수관은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과 연민)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 자비손이 필요합니다. 사랑이 몸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의식을 자비심으로 형상화한 자비손입니다. 중요한 것은 관계 속에서의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자비손을 몸에 접촉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접촉의 변화를 직관하면서 자비감정을 몸에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