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쿡의 선禪] 지관(止觀)
상태바
[미쿡의 선禪] 지관(止觀)
  • 현안 스님
  • 승인 2021.11.24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쿡 스님의 선禪 이야기(19)]
Stopping and contemplation

모든 명상은 ‘지(止, 멈춤)’와 ‘관(觀, 들여다봄)’이라는 두 가지 단계와 관련 있습니다. 명상뿐 아니라 요가, 기공, 태극권 등 여러 형태의 영적 수련에도 이런 두 가지 요소가 포함돼 있습니다. 아마도 명상하는 분들은 지관이란 단어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입니다. 지관의 의미를 지적으로만 이해하려면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실제로 명상을 하고 있다면 이미 지관을 경험해봤을 것입니다.

어떤 명상법이든 명상의 첫 단계는 마음을 고요히 하는 것입니다. 달리 말해서 마음이 멈추는 것입니다. 불교 용어로 ‘지(止)’라고 합니다. ‘지’는 멈춘다는 뜻이고, 산스크리트어로는 ‘사마타’라고 부릅니다. 마음이 멈춘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두 번째 단계인 ‘관(觀)’, 즉 위파사나 또는 사띠에 들어갑니다. 지혜를 열어주는 단계죠.

다시 말해서 첫 단계는 마음이 멈추고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입니다. 더는 망상이 일어나지 않는 지(止) 또는 사마타의 상태입니다. 누구나 앉아서 명상하면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 일시적 상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명상뿐 아니라 절 수행, 기도, 염불 등을 통해서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태는 영구적이지 않습니다. 일단 마음이 멈추면 그때 자연스럽게 위파사나라고 불리는 상태에 들어가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다양한 집중 수행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호흡명상 리트리트(Retreat), 100일 기도, 시민선방, 삼천배 수행을 합니다. 스님들은 여름과 겨울에 선방에서 안거합니다. 영화 스님의 도량에서 실시하는 선칠(禪七)도 그런 집중 수행 중 하나입니다. 서양문화에서 가장 잘 알려진 리트리트 중 하나가 ‘10일 위파사나 리트리트’입니다. 이런 집중 수행에서 예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신비한 평화감이나 환희를 느끼는 건 꽤 흔한 일입니다. 그러나 집에 돌아가면 곧 집안 문제와 직장 일로 많은 장애에 부딪히게 됩니다. 평온하고 차분했던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잡념도 파도처럼 몰려옵니다. 그럴 때 명상하기 전보다 문제가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일이 종종 있는데, 그건 새로운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더 고요해진 마음 덕분에 원래 있던 문제가 잘 보이게 된 것입니다.

집중 수행을 통해 차분함, 고요함, 평온함, 예리함을 경험했다면, 그건 일시적일 뿐입니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외부로부터 다시 끊임없이 영향을 받아서 이런 마음을 유지하기 쉽지 않습니다. 외부의 영향뿐 아니라 내면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번뇌와 잡념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의 고요함도 점점 얕아집니다. 수행을 통해 회복된 심신의 건강도 예전으로 돌아가 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상 속 명상은 필수입니다.

여러분이 매일 명상할 수 있다면, 예전보다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문제를 판단하고 해결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을 “지혜가 늘었다”고 표현합니다.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동안 마음이 멈추고 차분해질 수 있었기 때문에, 일상에서 부딪히는 문제해결 능력도 향상된 것입니다. 명상하는 동안 사마타(止, 지)와 위파사나(觀, 관)가 동시에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늘 명상을 생활화하면 집중 수행에서 얻은 마음의 예리함, 명료함과 차분함을 더 오래 유지할 뿐만 아니라, 정신적, 육체적 건강 모두 더 오래 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더 효과적으로 회복할 수 있습니다. 다른 이들이 모두 피곤해하고 혼란스러워할 상황에서도 더 명료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게 됩니다.

마음이 고요해지는 것 즉 ‘마음이 정지한다’라는 사마타에는 또 다른 의미도 있습니다. 바로 마음이 훨씬 더 빨라졌음을 뜻합니다. 생각이 줄면 우리 마음은 훨씬 더 예리하고 빨라집니다. 소림사의 전문 무술가도 망상을 줄이기 위해선 명상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상대방 공격에 더 빠른 속도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공격하는 순간 잡념이 일어나면 이미 늦습니다. 잡념이 줄어야 원하는 일을 생각대로 곧바로 실행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더 빨리 보고, 더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면 “지혜가 열린다”라고 말합니다. 마음이 멈춰야 드디어 이해가 시작됩니다. 그렇게 지혜가 열리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대부분 사람은 이게 얼마나 중대한 일인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몸이나 마음 어딘가가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그에 대한 걱정과 근심으로 더 건강을 해치게 됩니다.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심신이 경직되고, 두려움과 걱정에 휩쓸립니다. 육체적인 통증과 불편한 느낌은 현실입니다. 명상을 통해 그런 느낌을 자각하되, 그 밖의 잡념은 떨어뜨려야 합니다. 예로 ‘왜 이렇게 아프지?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을까?’, 이런 생각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입니다.

이게 문제를 다스리는 최선책입니다. 그런 자각의 힘을 키울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좋은 기술이 선(禪)입니다. 우리 마음에 어떤 생각이 일어났을 때, 아무것도 하지 말아보십시오. 한 박자 늦춰보십시오. 그러면 마침내 그 생각은 스스로 사라질 것입니다. 마음에 일어난 생각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러면 그 생각은 더 빨리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 마음엔 끊임없이 생각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마음이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므로 명상을 하지 않고, 선을 통해 힘을 기르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늘 명상해서 지혜와 힘을 키워야 합니다.

 

 

 

현안(賢安, XianAn) 스님

영화 선사(永化 禪師, Master YongHua)를 만나 참선을 접한 후 정진해왔으며, 2015년부터는 ‘공원에서의 참선(Chan Meditation in the Park)’이라는 모임을 캘리포니아 남부지역 중심으로 이끌었다. 그와 동시에 전 세계를 다니며 많은 이에게 참선법을 소개해왔다.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사업을 정리하고 미국 위산사(潙山寺, Wei Mountain Temple)에서 영화 선사를 은사로 출가했다. 2020년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 Jeweled Conch Seon Center)의 개원을 도우며, 정진 중이다. 불광미디어 홈페이지 연재를 비롯해 미주현대불교, 브런치 등에서 활발히 집필하며, 청주 BBS불교방송 라디오 ‘4시의 불교산책’에서도 활동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2021, 어의운하)가 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