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강백 종광 스님 입적 “나는 너…부처와 중생 함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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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백 종광 스님 입적 “나는 너…부처와 중생 함께 즐겁다”
  • 최호승
  • 승인 2021.10.2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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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광 스님. 법보신문 제공.
종광 스님. 법보신문 제공.

경주 함월사 기림사 전 주지 대강백 철해당(鐵海堂) 종광(宗光) 스님이 입적했다. 종광 스님은 10월 24일 오후 1시 5분 기림사 지족암에서 생의 집착을 버렸다. 세수 68세, 법랍 54세.

빈소는 동국대 경주병원장례식장 왕생원 특2호실이며, 영결식은 10월 26일 오전 11시 함월산 기림사에서 엄수된다.

종광 스님은 출가 후 교학으로 전법에 매진했던 대강백이다. 1968년 속리산 법주사에서 월산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1년 해인총림 해인사에서 고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이후 스님은 인재 양성을 원력 삼아 교학에 힘썼다. 1991년 법주사 불교전문강원 강주를, 1995년 남원 실상사 화엄학림 강주로 40여 년 넘게 선과 교를 넘나들며 부처님 말씀을 가르치고 많은 후학을 배출했다. 은사 월산 스님이 불학연구에 매진한 스님에게 각별하게 애정을 가진 이유다.

특히 한국 선불교의 교전으로 불리는 『임제록(臨濟錄)』을 혜안으로 풀어낸 『임제록 강설』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는 임제 스님의 ‘할[喝]’과 사상을 담백하고 쉬운 언어로 풀었다는 평을 들었다. 『임제록 강설』 출간 전부터 1918년 발행한 『교정 임제록(校訂 臨濟錄)』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후학들과 탁마하면서 선원과 강원, 불교교양대학에서 강의에 진력해 온 결과이기도 했다.

기림사 주지 소임을 내려놓은 뒤에도 부처님 말씀을 놓지 않았다. 기림사 산내암자인 지족암에 주석하면서 옛 선사들 어록을 탐구했다. 대강백 명성을 듣고 찾아오는 후학과 불자들과 선과 교학을 주제로 토론하기를 즐거워했다는 후문이다. 교학에 밝지 않은 이에게는 “불교의 목적은 개인 해탈이 아닌, 오직 모든 사람이 함께 편안함과 행복을 추구하면서 타인의 이익을 위해 애쓰는 데 있다”라는 말을 건넸다.

승가 공동체의 청정에도 앞장섰다. 1960~1960년대 비구·취처간 갈등, 1970~1980년대 종권을 둘러싼 대립, 1990년대 권력과 이권을 좇는 일부 스님들의 반목에 수행을 키워드로 내걸었다. 1990년 11월 도법 스님을 비롯해 지홍·현각·원행·범진 스님 등 80여 중진스님들과 선우도량을 창립하는데 동참, 수행풍토 진작과 조계종 개혁에 앞장섰다.

일상에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일은 더욱 소홀하지 않았다. 학교법인 능인학원 이사와 기림사 주지를 맡아 전법에 애썼다. 스포츠 포교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고 기림사 주관으로 2012년 6월 아수라야구단을 창단, 월정사 만월야구단과 지역 사회 야구단을 초청해 ‘기림사주지배 불교사회인 야구대회’를 열기도 했다.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장애인복지에도 애정을 가졌다. 경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으로 복지에 매진, 2008년 ‘사회 부분 경주시 문화상’과 2009년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종광 스님은 한결같았다. 오로지 부처님 말씀 전하며 법문집 『사랑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공저), 수행 에세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합니다』, 선어록 강설집 『임제록』을 남겼다. “자신의 이익을 포기할 때 다른 사람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것이 불자들이 추구해야 할 목적이며 바로 자기 이익을 얻는 최상의 가치이자 수행법”이라고 평소 강조했던 말씀도 남았다. 임종게에서도 그랬다. ‘나’라는 경계를 포기하고 ‘너’를 위할 때 하나가 되고, 그러면 부처님과 중생 모두 즐겁다고 했다. 종광 스님이 평생 일러온 가르침이자, 부처님 말씀이다.

이 물건 본래 고요하여 한 움직임도 없지만
이치와 모습이 서로 아무 차별 없이 어우러
너는 내가 되고 나는 네가 되네!
생사 열반에 차별 없어라, 부처와 중생이 동락하여라.

此物本寂寂(차물본적적)하고
性相混知處(성상혼지처)니라.
吾汝無二相(오여무이상)이니
佛衆同樂行(불중동락행)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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