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이 오랫동안 기르던 고양이가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다가올 이별을 준비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예상보다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아내가 큰 실의에 빠졌다고 합니다. 조금 먼저 같은 아픔을 경험했던 사람으로서 그 슬픔의 크기를 알기에 조심스레 위로의 말을 건넸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 중에 이런 이별의 순간을 경험한 분이 적지 않을 테지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한동안 자책하며 터널 같은 시간을 보냈지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마음이 희미해져 갔습니다. 대신 반려동물과 함께했던 아름다운 추억만이 가슴에 남았습니다. 모든 것이 아름답게 기억되었죠. 적어도 데이비드 미치의 《나의 반려동물도 나처럼 행복할까》라는 책을 보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이 책은 제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했던 나날, 반려동물의 죽음과 그 이후 나의 감정을 돌이켜보게 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 모든 순간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자기(인간)중심적이었는지 반성하게 했습니다. 함께여서 좋았다는 말, 떠나보낸 뒤에 찾아온 슬픔, 남겨진 추억…… 이 모든 곳에는 오로지 ‘나’뿐이었습니다.
데이비드 미치의 글은 (저를 포함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모든 이들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반려동물에게도 마음과 감정이 있다는 걸, 그들 역시 의식을 가진 주체적 존재라는 걸 알고 있느냐면서 말이지요. 그 사실을 안다면, 그들과 관계 맺는 방식이 지금과 달라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료를 주고, 산책을 시키고, 같이 사진을 찍는 것 말고, 진정한 삶의 동반자로서 함께 살아가고 성장하는 길을 걸어갈 것을 제안합니다.
가축이 아닌,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이자 가족으로서 함께 사는 동물을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동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서서히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우리는 단지 그들을 소비하고, 필요에 따라 이용하고만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 나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존재 정도로 여기면서 말이지요.
만약 우리가 그들을 진실로 사랑한다면, 그들로 인해 우리가 행복한 것처럼 그들 역시 우리로 인해 행복하길 바란다면, 그들을 위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숙고하고 그런 일을 일상에서 실천해야 합니다. 반려동물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 그들의 더 나은 죽음과 그 후를 생각하면서 말이지요. 그런 관계 맺음을 통해서 비로소 우리는 함께하는 동물과 진정한 의미의 삶의 동반자, ‘짝’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서로를 위해 존재하는 연기적인 존재로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