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자락에서도 수행자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았던 한 선사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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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끝자락에서도 수행자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았던 한 선사의 기록!
  • 불광미디어
  • 승인 2023.09.1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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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탄허 스님의 강맥을 이어 각성 스님, 무비 스님과 함께 ‘탄허 3걸’로 칭송받아 온 분이셨습니다. 특히 불교경전과 조사어록 해독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강백이셨지요. 더욱이 그 역사가 가야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찰이자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칠불사를 20여 년간 중창하여 현재도 눈 푸른 납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바로 제월 통광 스님이십니다.
그런 스님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면 법석에 오른 큰스님들의 주장자같이 꼿꼿하고 단단하실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글을 물으러 찾아오는 이들에게 항상 친절하고 곡진하게 가르침을 주셨다는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 주변 스님들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부처님 말씀에 의지하여 자비와 원력으로 점철된 도인’이셨습니다. 책을 편집하면서 수집한 통광 스님의 귀한 사진 자료들을 살펴보니 스님의 자비로운 미소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습니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스님께 글을 물을 수도, 법문을 청하기도 어렵지만 입적하신 지 10년이 된 지금, 스님의 삶과 뜻을 잊지 않으려는 이들의 염원이 모여 스님이 남기신 유고를 엮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월 통광 스님
제월 통광 스님

 

‘오연하다’라는 단어의 뜻을 아시는지요? 사전에는 ‘태도가 거만하거나 그렇게 보일 정도로 담담하다’라는 뜻이라고 나옵니다. 저는 스님의 유고를 읽어내려가며 ‘죽음 앞에서도 오연한 선사’셨다고 생각했습니다. 말기 암이라는 벼랑 끝에 서서도 그야말로 ‘담담’하시기 때문입니다. 아니, 도리어 그 병마저 ‘불은(佛恩)’이자 ‘가피’라 여기는 스님의 문장에서 선사의 기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처님도 그러하셨듯, 암이 동반한 고통마저 지울 수는 없으셨을 터. ‘글 한 편 써내려 가는 것마저 고통스럽다’는 문장에 눈길이 닿자 그럼에도 스님은 왜 펜을 드신 건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건 아마 불자들을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통증이 심해지면 생각조차 나지 않아 이 작업이 내겐 무척 어려운 과제’라고 한 고백 속에서 고통보다 깊은 절절함이 느껴집니다. 다만 그것은 대강백이자 선사라는 위치에서 느끼는 의무감이라기보다 눈앞에 죽음을 두고 회향의 순간 한 치의 이기심도 발동해선 안 된다는 것, 회향마저도 보살도를 향해야 한다는 스님의 의지라고 생각됩니다. 마지막 순간에도 대중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야 한다는 의지, 그것으로 스님은 이 유고집에 실린 글들을 써내려 가셨습니다.

 

제월 통광 지음 | 312쪽 | 양장본
제월 통광 지음 | 312쪽 | 양장본

 

이 책에 실린 15편의 글들을 다시금 곱씹어봅니다. 이 글에 담긴 스님의 마지막 당부는 곧 깨달음에 닿아 있습니다. 스님은 그것을 ‘장부일대사(丈夫一大事)’, 다시 말해 ‘인간의 몸을 받아 태어난 이상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선을 그어 말씀하십니다.
삶이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우왕좌왕하지 말 것, 도리어 큰 발원으로 용맹 정진하면 ‘우리 인생에서 못 할 일은 없다’는 메시지는 사바세계의 우리에게 전하는 스님의 마지막 선물이자, 숙제일 것입니다.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쓸 것인가’, 그 물음의 답을 스님의 말씀 속에서 찾아보십시오. 지금도 여여하게 흐르고 있는 스님의 삶과 정신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바른길을 밝게 비추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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