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문경훈
상태바
치문경훈
  • 현진
  • 승인 2023.06.29 16: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심자의 첫 마음을 굳건히 다져주는 불교의 명문장

 

치문경훈
저작·역자 현진 옮김 정가 50,000원
출간일 2023-06-26 분야 종교(불교)
책정보

판형_180*244mm|두께_36mm|728쪽|양장|1도|ISBN_979-11-92997-37-7 (03220)

구매사이트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알라딘
책소개 위로

스님들이 경전과 어록보다도 먼저 공부하는 불교의 명문장 모음집, 『치문경훈』

꼼꼼한 번역과 상세한 용어 풀이로 읽는 동양 고전의 지성!

『치문경훈』은 이제 막 출가하여 불문(佛門)에 들어온 초심 수행자를 위한 옛어른들의 경책과 교훈을 모아 엮은 책이다. 예비 스님인 사미・사미니는 경전과 어록보다도 먼저 바로 이 책, 『치문경훈』을 공부한다. 이를 통해 어른들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길 뿐만 아니라, 난자(難字)가 가득한 원문을 읽고 해석하면서 한문으로 된 불서(佛書)를 읽고 공부하기 위한 기본기를 다져 나간다.

이 책은 역경 불사에 매진하겠다는 서원으로, 불교 경전을 기록한 모든 언어에 능통한 현진 스님이 1936년부터 현재까지 전통 강원에서 교재로 사용하고 있는 진호 스님의 『정선현토치문』을 꼼꼼히 번역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명과 지명을 비롯한 용어들과 한자의 용례에 대해 상세하게 주석을 달아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풀었다. 이를 통해 한문학적 지식과 더불어 불교 경전과 어록, 그리고 사서삼경 등에 녹아 있는 동양 고전의 지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소개 위로

옮김 현진(玄津)

대한불교조계종 봉선사 월운당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다. 중앙승가대학 역경학과를 졸업하고 인도 뿌나에서 산스끄리뜨 및 빠알리어를 수학했다.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봉선사 범어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 및 편역서로는 『산스끄리뜨 금강경 역해』, 『중국정사조선열국전』, 『산스끄리뜨문법』·『빠알리문법』, 『빤짜딴뜨라-다섯 묶음으로 된 왕자 교과서』, 『담마빠다-고려가사·한문·빠알리어로 읽는 게송과 배경담』 등이 있다.

목차 위로

∙ 초판 추천사 _ 버려서는 안 될 것이 있으니(종범 스님)

∙ 머리말 _ 개정판을 내며

∙ 옮긴이의 말

∙ 해제

서문(序文)

1. 원서

2. 치문경훈서

3. 서주치문경훈

4. 서

제1장 경훈(警訓)

1. 위산대원선사경책 : 대원 선사가 경책하다

2. 장로자각색선사귀경문 : 종색 선사의 귀경문과 자경문

3. 영명지각수선사수계・팔일성해탈문 : 연수 선사의 훈계와 성스러운 해탈을 이루는 여덟 가지 문

4. 설두명각선사벽간유문 : 명각 선사가 벽 사이에 남겨놓은 글

5. 천태원법사자계 : 원 법사가 스스로를 경계하다

6. 자운식참주서신 : 준식 참주가 띠에 쓴 경계의 글

제2장 면학(勉學)

1 고산원법사면학편 : 지원 법사가 배움을 권하다

2. 고소경덕사운법사무학십문 : 법운 법사가 권하는 열 가지 배움의 문

3. 서학로권동행근학문 : 서학로가 어린 행자에게 배움을 권하는 글

4. 보령용선사시간경 : 인용 선사가 간경하는 법을 보여주다

5. 우가령승록면통외학 : 승록이 외도의 학문에도 능통하길 권하다

제3장 유계(遺誡)

1. 고산원법사시학도 : 지원 법사가 배우는 이들에게 훈시하다

2. 주경사대중흥사도안법사유계구장 : 도안 법사가 남긴 아홉 가지 훈시의 글

3. 양고승칭법주유계소사 : 칭 법주가 어린 스님들에게 남긴 훈시의 글

4. 종산철우인선사시동행법회 : 종인 선사가 어린 행자 법회에서 훈시하다

5. 월굴청선사훈동행 : 혜청 선사가 어린 행자를 훈계하다

제4장 잠명(箴銘)

1. 대당자은법사출가잠 : 자은 법사의 출가에 관한 훈계의 글

2. 규봉밀선사좌우명 : 종밀 선사의 좌우명

3. 주위빈사문망명법사식심명 : 망명 법사의 마음을 쉬게 하는 다짐의 글

제5장 서장(書狀)

1. 동산양개화상사친서 : 양개 화상이 어버이를 이별하며 올리는 글

2. 무주좌계산낭선사소영가대사산거서 : 낭 선사가 영가 대사에게 산에 머물기를 권하고자 보낸 글

3. 영가답서 : 영가 대사가 낭 선사에게 답하다

4. 응암화선사답전장로법사서 : 담화 선사가 법제자인 전 장로에게 답하는 글

5. 대지조율사송의발여원조본선사서 : 원조 율사가 종본 선사에게 의발과 함께 보낸 글

6. 개선밀암겸선사답진지승서 : 도겸 선사가 진지승에게 답한 글

7. 안시랑답운행인서 : 안 시랑 운 행인에게 답한 글

8. 고경화상회분양태수 : 고경 화상이 분양 태수에게 회답하다

제6장 기문(記文)

1. 남악법륜사성행당기 : 남악 법륜사 성행당 기문

2. 무주영안선원신건법당기동승당기 : 무주 영안선원에서 새로 건축한 법당 기문과 승당 기문

3. 홍주보봉선원선불당기 : 홍주 보봉선원의 선불당 기문

4. 수주대홍산영봉사시방선원기 : 수주 대홍산 영봉사 시방선원 기문

5. 양주석문사승당기 : 양주 석문사 승당의 기문

6. 포선산혜공선원윤장기 : 포선산 혜공선원 법륜장 기문

제7장 서문(序文)

1. 남곡신법사자경록서 : 남곡 회신 법사가 자경록에 쓴 서문

2. 선림묘기전서 : 선림묘기 서문

3. 각범홍선사송승걸식서 : 각범 덕홍 선사가 스님을 걸식 보내며 쓴 서문

4. 석문등과기서 : 불문의 급제에 관한 서문

제8장 원문(願文)

1. 이산연선사발원문 : 이산 혜연 선사 발원문

2. 산곡거사황태사발원문 : 산곡거사 황태사 발원문

제9장 선문(禪文)

1. 전선관법 : 참선의 관법을 전하다

2. 장로자각색선사좌선의 : 종색 선사가 좌선의 격식에 대해 말하다

3. 권참선문 : 참선을 권하는 글

제10장 시중(示衆)

1. 여산동림혼융선사시중 : 혼융 선사가 대중에게 훈시하다

2. 백양순선사시중 : 법순 선사가 대중에게 훈시하다

3. 부용해선사소참 : 도해 선사의 소참 법문

4. 나암추화상법어 : 도추 화상의 법어

제11장 게찬(偈讚)

1. 백시랑육찬게병서 : 백시랑의 찬불 게송 여섯 수

2. 사마온공해선게 : 사마온 공이 선을 풀이한 게송

제12장 호법(護法)

1. 한현종개불화법본내전 : 한나라 현종이 부처님의 교화를 밝힌 『법본내전 』

2. 수고조문황제칙문 : 수나라 고조 문 황제의 칙문

3. 진왕수보살계소 : 진나라 왕이 보살계를 받으며 쓴 다짐의 글

4. 양황사도사불조 : 양나라 황제가 도교를 버리고 불교를 섬기며 내린 조서

5. 인종황제찬삼보문 : 인종 황제가 삼보를 찬탄한 글

6. 송문제집조재론불교 : 송나라 문제가 조정의 재상을 모아놓고 불교를 논하다

제13장 잡록(雜錄)

1. 명교숭선사존승편 : 명교 계숭 선사가 스님을 존경하라 하다

2. 석난문 : 스님 되기가 이렇게 어려우니

3. 범촉공송원오선사행각 : 범촉공이 원오 선사를 행각 보내며

4. 길주용제산우운무화상사예설 : 종무 화상의 사예설

5. 당수아법사청송법화경가 : 당나라 수아 법사가 『법화경』을 듣고 지은 가사

6. 주지삼보 : 불법을 유지하는 세 가지 보물

7. 우가영승록삼교총론 : 승록이 불교와 유교를 총괄하여 논하다

8. 상태재문공자성인 : 상나라 태재가 공자에게 성인에 대해 묻다

9. 제현송구 : 현인들의 게송

부록(附錄)

1. 전기(傳記)

2. 계고(稽古)

∙ 참고서적

∙ 찾아보기

상세소개 위로

고승이 초심자에게 하는 당부와

수행의 노하우를 알려주겠다는 목적을 담고 있는 『치문경훈』

새로운 환경으로 첫걸음을 내딛는 사람에게 선배로서 무엇을 알려주어야 할까. 새로운 곳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가벼운 이야기를 하며 친밀감을 쌓을 수도 있고,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순조롭게 하고자 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편법을 귀띔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알려주고자 하는 바는 결국 ‘첫 결심이 변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당부와 ‘너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노하우가 아닐까.

스님이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는 사미․사미니가 처음 만나는 책, 『치문경훈(緇門警訓)』은 바로 그러한 내용을 담겨 있다. 먹물 옷[緇]을 입는 곳[門], 즉 불문(佛門)에 들어온 이들에게 경책과 교훈[警訓]이 된다는 제목처럼, 이 책에는 역대 고승들과 문인들이 수행자의 길, 수행 방법과 지침, 깨달음의 가르침 등에 대해 쓴, 초심자가 앞으로 수행자의 길을 걸어감에 있어 반드시 숙지해야 하는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 안에는 따끔한 질책의 글도 있고, 열심히 공부하라는 격려를 담은 글, 그리고 수행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를 담은 굳은 결심의 글도 있다. 앞으로 나아갈 수행자로서의 삶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초심’을 잃지 않도록 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의 중요성만큼이나 『치문경훈』은 글자가 어렵기로 소문난 책이기도 하다. 진나라 때부터 원나라 때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역대 고승을 비롯한 여러 문인들의 글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한자와 한문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 정도로는 해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공부해야 하는 사미․사미니는 1년 내내 문맥을 알아차리고 이해할 때까지, 사전을 찾아가며 해야만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전과 어록을 기록한 글자인 한문을 읽고 해석하는 데 무리가 없도록 ‘기본기’를 습득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꼼꼼한 번역과 상세한 용어 설명으로

불교과 한문, 모두를 깨칠 수 있는 『치문경훈』 번역서

하지만 그동안 출간된 『치문경훈』 관련 도서들은 교재용으로 한문으로 된 원문만을 수록, 출간되거나 분권 또는 몇몇 내용을 가려 뽑아 출간되는 등, 학인 스님들이 아닌 일반 독자들은 접하기 어려웠다.

사실, 『치문경훈』은 200여 편의 글이 수록된 방대한 분량의 도서다. 중국 북송(北宋) 때 택현 온제 선사가 불가(佛家)의 명문장을 모아 엮은 『치림보훈』을 토대로, 원나라 때 환주 지현 선사가 진(晉)나라 때의 글부터 송(宋)․원(元) 때의 글을 보충하여 엮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치문경훈』이 고려 시대 때 우리나라로 전해진 후, 상세한 주석을 곁들이거나 중요한 글만 가려뽑는 등의 작업을 통해 편찬, 재편되면서 우리나라 고유의 다양한 판본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중 가장 대대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만들어진 판본이 바로 1936년 진호 스님이 편집한 『정선현토치문』이다. 전체 200여 편의 글 가운데 67편을 가려뽑고 유사한 성격의 글을 모아 13장으로 정리하였기 때문에 『치문경훈』의 핵심은 놓치지 않되, 책을 읽는 사람이 편안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하였다. 현재까지 전통 강원에서 공부하는 교재 역시 진호 스님의 판본이다.

역경 불사에 매진하겠다는 서원으로, 경전을 기록한 모든 언어에 능통한 현진 스님의 역작인 이 책은 바로 그 진호 스님의 『정선현토치문』을 저본으로 하여 옮긴 것이다. 누락이나 중략 없이, 한문으로 된 본문과 주석을 모두 담고 꼼꼼히 우리말로 옮겼다.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직역하되, 압축되거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풀어쓰거나 도움말을 첨가하는 등 『치문경훈』을 공부하고자 하는 이와 읽고 싶어 하는 이 모두를 배려하였다. 뿐만 아니라 각각의 글이 마무리된 뒤에는 인명과 지명을 비롯한 용어, 그리고 한자와 한문의 용례에 대해서도 그동안 축적되었던 내용을 종합하여 수록하고, 부족해 보이는 부분은 보충하여 상세한 설명을 담았다. 특히, 한문 경전의 주석서나 해설서에서 빠져 있던, 산스크리트와 인도불교에 대한 설명이 추가되었다. 불교 공부를 하고자 하는 사람과 고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 모두 『치문경훈』의 핵심을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옛어른들이 무엇을 강조하고자 했는지, 그리고 수행의 길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마음속에 반드시 새기고 살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속으로 위로

무릇 출가한 자는 발길을 내디뎌 세간을 초월하였으면 마음과 몸을 속인과 달리하여 성현의 종자를 이어받아 융성하게 함으로써 마군(魔軍)이 두려워 떨게 하고 네 가지의 은혜에 보답하며 삼계(三界)를 남김없이 구제해야 한다. 만약 이와 같이 하지 않으면 분에 넘치게 승려의 무리에 섞여 있는 것이어서, 말과 행동이 거칠고 성글며 헛되이 신도의 시주에만 젖어서 예전에 행하던 처신을 조금도 바꾸지 않은 채 흐리멍덩하게 일생을 보내게 될 것이니, 장차 어떻게 믿고 의지하겠는가!

-67쪽, “위산대원선사경책-대원 선사가 경책하다”

또한 배움이란 본디 스스로의 성품을 닦는 데 있으니 어찌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겠는가? 도(道)는 삶을 온전히 함을 귀하게 여기니 세상의 쓰임이 되기를 바라는 일이 없도록 하라. 사람들이 혹시 (나의) 뜻과 논리를 흠모하더라도 반드시 그 밖(의 내용)을 추천함도 필요하니, 마음과 정성을 돈독히 하여 기초에 근거하여 가르치되 뭇 서적들을 다양하게 주어 오묘한 종지를 깊이 있게 보여주라. 자비의 방[慈室]과 인욕의 옷[忍衣]은 잠시라도 떼어놓을 수 없으며, 큰 법의 보배가 있는 곳은 잠시라도 필시 그 자리에 도달하고자 해야 할 것이다.

-133쪽, “설두명각선사벽간유문-설두 선사가 벽 사이에 남겨놓은 글”

내 일찍이 지혜가 미치지 못하고 재주가 민첩하지 못함이 수치스러워 배움을 걷어치우는 자는 보았지만 음식이 다른 사람처럼 많지 않음이 수치스러워 음식을 걷어치우는 자는 보지 못했다. 음식을 걷어치우면 곧 생명을 잃을 것인데 어찌 반드시 많지 않다고 부끄러워할 것이며, 학문을 걷어치우면 곧 금수나 토목과 같아질진대 어찌 반드시 재주나 지혜가 다른 사람만 못하다고 부끄러워하겠는가. 진실로 재주와 지혜가 남만 못함을 부끄러워하여 배우지 않는다면 또한 마땅히 음식이 다른 사람만 못함을 부끄러워하여 음식을 폐해야 할 것이다. 이로써 살펴보면 어찌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니겠는가? 나 역시 지극히 어리석어 매번 재주와 지혜를 헤아려 보건대 다른 사람에게 미치려면 아직 멀었으나 음식을 걷어치우지 못함을 알기에 감히 배우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162~163쪽, “고산원법사면학편-지원 법사가 배움을 권하다”

못된 벗 피하기를 마치 호랑이 피하듯 해야 하고 어진 벗 섬기기를 마치 부모 섬기듯 해야 하며 스승을 받듦에 예를 다하고 법을 위해서는 몸을 잊으며, 선행을 했더라도 스스로 자랑하지 말고 잘못을 저질렀으면 속히 고치도록 힘써야 한다. 인의(仁義)를 지킴에 확연히 흔들리지 않고 빈천(貧賤)에 거처하되 즐거워함으로써 근심을 잊으면 자연히 재난과는 떨어지고 복록과는 모이게 된다. 어찌 관상을 보고 운명을 물음으로써 아첨하여 영달의 기회를 구할 것이며, 날을 선택하고 때를 가림으로써 막히고 어려운 운세를 구차히 면하기를 빌겠는가? 이것이 어찌 사문의 원대한 식견이리요! 실로 오직 속인의 망령된 뜻일 뿐이다.

-250쪽, “고산원법사시학도-지원 법사가 배우는 이들에게 훈시하다”

어른이라 하여 후생들을 업신여김이 없어야 하며, 젊었다 하여 나이든 이들을 기만함이 없어야 하며, 재물과 영화가 있다고 남을 깔봄이 없어야 하며, 의기가 있다 하여 남에게 거만히 읍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착하지 못한 몸으로 애써 상대와 친하고자 하는 일이 없어야 하며, 착하고자 하여 도리어 악한 이를 미워하여 물리치는 일이 없어야 하며, 조그만 능력으로 내가 옳다 일컫는 일이 없어야 하며, 조그만 견해로 다른 이의 그릇됨을 말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중략…) 슬기롭게 불법(佛法)을 향해 가는 가운데 마음을 쓰되 티끌의 경계 위에서 자주 세속의 정(情)을 제거하라.

-274쪽, “양고승칭법주유계소사-칭 법주가 어린 스님들에게 남긴 훈시의 글”

양개는 금생의 몸과 생명을 버리더라도 맹세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영겁의 근진(根塵)으로 반야를 깨우쳐 밝히려 합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부모님께서는 마음으로 들으시고 기꺼이 버리시어 뜻으로 새로이 인연을 짓지 마시고 정반 국왕을 배우시며 마야 모후를 본받으십시오. 다른 날 다른 때에 부처님의 회상에서 서로 만날 것이오니, 지금 이때에는 잠시 서로 이별하는 것입니다. 양개는 오역죄를 저지르고자 부모공양을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니, 그러한 까닭에 “이 몸을 금생에 제도하지 않으면 다시 어느 생을 기다려 이 몸을 제도할 것인가.”라고 한 것입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부모님의 마음에 이 자식을 다시는 기억하지 마십시오.

-322쪽, “동산양개화상사친서-양개 화상이 어버이를 이별하며 올리는 글”

가만히 생각해 보건대 도를 깨치기는 쉽고 과거는 급제하기 어려우니, 무슨 까닭인가? 학문과 기술은 나에게 있으나 주고 빼앗는 것은 저들에게 있으므로 나의 소견으로써 저들의 소견에 합치시켜야 하기에 대단히 어렵지 않겠는가? 그러한 까닭에 과거에 급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참선으로 진리를 구함도 나에게 있고 증득하여 들어가는 것도 나에게 있으므로 나의 소견이 없는 자리로써 저 소견이 없는 자리에 합치시키는 것이기에 대단히 쉽지 않겠는가? 그러한 까닭에 도를 깨치기는 쉬운 것이다.

그러나 참선하는 자는 많으나 도를 깨치는 자는 적으니, 어찌된 까닭인가? 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있으면 증득하여 들어갈 수 없으니 대단히 쉬운 가운데 어려운 것이다. 글을 읽는 자는 많고 급제하는 자 또한 많으니, 어찌된 까닭인가? 견해가 계합하기 때문이다. 견해가 계합하면 추천하여 선발에 응하는 것이니 이는 어려운 가운데 쉬운 것이다.

-364쪽, “개선밀암겸선사답진지승서-도겸 선사가 진지승에게 답한 글”

그대들이 여기에서 옛사람들의 말을 두루 살펴봄에 한 가지를 보아 천 가지를 깨닫고 붉은 티끌 속으로 들어가 큰 법의 바퀴를 능히 굴릴 수 있으면 모든 조사가 곧 그대이고 그대가 곧 모든 조사일 것이나, 만약 그렇지 않으면 개가 마른 뼈를 깨물고 소리개가 썩은 쥐를 쪼는 것과 같기에 쪼는 부리와 벌린 입술에 굶주림의 불길만 더할 뿐일 것이다. 그러한 까닭으로 분석하면 더러움과 깨끗함이 되고 나열하면 원인과 결과가 되고 판단하면 욕심과 생각이 되고 감응하면 괴로움과 즐거움이 되니, 깊이 빠져 표류하다 아득한 미래의 끝이 다하게 될 것이다.

-399쪽, “무주영안선원신건법당기동승당기-무주 영안선원에서 새로 건축한 법당 기문과 승당 기문”

무릇 알기를 모름지기 원만히 알고자 한다면 저 밝은 눈을 가진 종사에게 돌아갈 것이요, 수행을 반드시 원만히 닦고자 한다면 총림의 도반에게 부촉할 것이다. 처음 마음을 일으킨 자가 박복해 친하고 의지함을 잘하지 못하여 견해가 치우치고 메마르며 수행이 게을러지고, 혹은 성현의 경계를 높이 밀쳐놓아 자기의 영명함을 저버리게 되니, 어찌 덕상(德相)과 신통(神通)을 알겠는가? 범부도 도를 깨달을 수 있음을 믿지 않게 된다.

-527쪽, “권참선문-참선을 권하는 글”

도를 구하고자 하는 생각이 만약 정을 구하고자 하는 생각과 같다면 불도를 이룬 지가 이미 오래일 것이요, 중생 위하기를 마치 자기 몸을 위하는 것같이 한다면 피차에 전념하여 힘쓸 수 있을 것이다. 남의 그릇됨과 나의 옳음을 보지 않는다면 자연히 윗사람이 경애하고 아랫사람은 공순할 것이니, 불법은 시시각각 눈앞에 드러나고 번뇌는 티끌마다에서 해탈을 이룰 것이다.

-537~538쪽, “백양순선사시중-법순 선사가 대중에게 훈시하다”

언론사 서평 위로
내용을 입력하세요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