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원로회의 부의장 원경 성진(圓鏡性眞) 스님이 12월 6일 오전 10시 평택 만기사에서 입적했다. 법랍 62년, 세수 81세. 영결식과 다비식은 12월 10일 오전 10시 경기 화성시 용주사에서 원로회의장으로 엄수될 예정이다.
원경 스님은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사회주의자이자 ‘비운의 혁명가’로 알려진 박헌영(1900~1955)의 아들이다. 남조선노동당(남로당)의 지도자였던 박헌영이 자신을 도와주던 여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원경 스님이다. 해방 정국에서 월북한 박헌영은 북한에서 권력 투쟁의 희생양이 됐다.
부친의 부음을 듣고 방황하던 스님을 품은 스승이 인천 용화선원 조실 전강 스님이었고, 원경 스님은 전강 스님의 맏상좌 송담 스님의 상좌로 출가했다. 이후 1993년부터 임경석 성균관대 교수와 함께 박헌영 관련 기록과 사진 자료를 모아 2004년 『이정 박헌영 전집』을 발간했다. 2010년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현대사를 기록한 시집 <못다 부른 노래>를 출간하기도 했다.
원경 스님은 더 치열하게 정진했다. 1960년 3월 용화사에서 전강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63년 3월 범어사에서 동산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으며, 1960년 인천 용화선원에 방부를 들인 이래 26안거를 성만했다.
가람수호와 전법에도 힘을 쏟았다. 흥왕사, 청룡사, 신륵사 주지를 역임하면서 사회복지에 관심을 두고 동국대 불교대학원 사회복지과를 수료하는 등 자비 실천에 애썼다. 경기도 지방경찰청 경승으로 전법에도 앞장섰다.
원경 스님의 묵묵한 발걸음에 조계종은 2014년 4월 원로의원으로 선출하며 종단의 어른으로 추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