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웅연, 상처 입은 마음의 재생을 돕는 조주록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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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웅연, 상처 입은 마음의 재생을 돕는 조주록 읽기
  • 불광미디어
  • 승인 2021.01.2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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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문장력의 작가로 알려진 '불교신문' 장웅연 기자의 산문집. 두 해 전 저자는 폐암 의심 진단을 받았다. 철학을 전공하고 불교계 기자로 20년을 살아오면서 삶의 구차함에 가끔은 ‘죽었으면 좋겠다’고까지 생각했는데, 막상 죽음이 다가오자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여러 번의 검사 끝에 받은 최종 진단은 폐결핵. 치료를 받고 완치되자 저자는 다시 삶이 지겨워졌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이 책을 썼다. 갑자기 또는 은밀하게 우리 삶을 위협해오는 것들에 너무 놀라지 말자, 무시로 찾아오는 마음의 상처를 두려워 말자는 일종의 청심환 같은 책이다. 특별히 《조주록》에서 108가지 화두를 빌려온 것은 조주 선사가 120세까지 장수한 것에 주목해서다. 건강 비결만을 캔 것은 아니다. 지루하고 두렵고 힘들고 화가 나고… 가끔 행복할 뿐인 우리의 삶, 100년이 넘는 긴 세월을 넉넉히 살아낸 조주 선사의 마음 비결을 엿본 것이다. 선사는 말년에 어금니 한 개로 살았다. 최후의 어금니 한 개에도 자유자재한 ‘마음의 괴력’이 스며 있었던 것. 저자는 오랫동안 삶의 씁쓸함과 우울과 싸우며 담금질한 직관과 사유로, 누구에게나 있는 ‘마음의 괴력’을 하나하나 밝히고 있다.

표지로 사용한 그림은, '잠자는 집시The Sleeping Gypsy', 앙리 루소Henri Rousseau의 작품이다. 사막에서 만돌린과 물병을 곁에 두고, 피곤에 지쳐 곤히 잠든 집시여인. 그 옆을 지나가던 배고픈 사자가 냄새를 맡지만 잡아먹지는 않는다. 하루를 잘 살아낸 이의 곤한 잠은 사자도 건드리지 못하는 것일까. 그 어떤 고난도 ‘그냥 있는 그대로’ 살아내는 이의 삶을 절대 무너뜨리지는 못한다. 하루를 잘 넘기고 잊어버리면 새로운 하루가 온다. ‘어제의 나’는 죽고, 오늘을 사는 ‘나’만 있을 뿐이다. 책 제목의 의미와 루소의 그림이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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