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선승들은 왜 기행을 일삼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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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선승들은 왜 기행을 일삼았을까요?
  • 김선경
  • 승인 2019.02.19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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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현 글 | 16,800원

 

 

“그대는 내가 강을 건너며 내려놓은 그 여성을 아직도 업고 있단 말인가!?”

여인을 업어 강을 건네준 것을 뒤늦게 탓하는 동료 스님에게 어느 스님이 한 말입니다. 이 이야기 모두 잘 아시지요? 그런데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누구이고, 이에 얽힌 이야기가 더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야기하자면, 이 말을 한 스님은 일본의 유명한 선승 하라 탄잔입니다. 하라 탄잔은 출가 전 여인에게 실연을 당합니다. 배신감에 연인을 죽이러 갑니다. 다행히 여인은 집에 없었습니다. 탄잔은 연인을 기다리며 무심코 책꽂이에서 책을 하나 꺼냅니다. 바로 불경이었죠. 그토록 사랑하던 마음이 한순간에 미움과 증오로 바뀌는 인간의 얄팍한 마음에 탄잔은 좌절합니다. 그리고 출가를 결심합니다. 애욕에 빠져 사랑하는 여인을 죽이러 갔던 하라 탄잔. 여인을 업어 주고도 내려놓는 순간 그것으로 끝인 하라 탄잔. 대자유에 이르기까지 스님은 얼마나 치열한 수행을 했을까요.

단무지 스님 이야기도 잘 아실 것입니다. ‘닥광’이라고도 하죠. 단무지를 처음 만들어 먹은 이는 다쿠앙 소호 스님입니다. 당시 최고 권력자였던 도쿠가와 이에미쓰가 다쿠앙 스님을 찾아왔습니다. 도쿠가와는 스님이 차려준 밥을 먹다가 무 반찬이 어찌나 맛있던지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해합니다. 맛을 좇지 않는 수행승이 겨우 소금과 쌀겨에 무를 절여 만든 궁여지책의 찬이었지만, 산해진미에 길들여진 도쿠가와에게는 세상에 없는 맛이었죠. 도쿠가와는 스님이 처음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그 찬에 ‘다쿠앙’이라고 이름을 붙여버립니다. 스님은 단무지의 친숙함처럼 보통 사람들에게는 자잘한 일상에 빗대어 알아듣기 쉽게 법문을 하고, 한편으로는 검劍을 통한 검선일여劍禪一如의 세계를 펼치며 선의 진수를 보여주었습니다. 치열한 자기 수행을 강조했던 스님은 제자를 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나의 선을 이었다는 자가 있으면 그는 법적法敵, 곧 불법 도둑이다.’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이 책은 일본 선승들의 일화집입니다. 책의 저자인 최성현 작가는 강원도 시골에서 농사짓고 책 읽고 번역하고 글 쓰는 분입니다. 작가는 어릴 때부터 이야기, 일화 형태의 글을 좋아했습니다. 재미있고 이해하기가 쉬웠기 때문이죠.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일화를 2년 동안 전국을 돌며 수집하여 쓴 『좁쌀 한 알』이라는 책은 잘 알려져 있지요. 또 일본어 번역가로 일본 책을 많이 읽고 번역하면서 좋은 일화를 많이 만났습니다. 자연스럽게 일본 승려의 일화를 중심으로 책을 엮은 계기가 되었지요. 이 책에 담긴 301가지 이야기에는 농부인 작가가 하루 일을 마친 밤 혹은 새벽에 깨어 옮겨 적고 생각을 써 내려간 감동이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무슨 이야기를 남기고 갈까’ 하고, 잠시 삶을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뛰어난 선승들은 왜 기행을 일삼았을까요?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까요?

답은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에 있습니다.

 

     잇큐 스님은 제자들에게 편지 한 통을 내어주며 말했습니다.

     “곤란한 일이 있을 때 이것을 열어봐라. 조금 어렵다고 열어봐서는 안 된다.

     정말 힘들 때 그때 열어봐라.”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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