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아 스님은 출가 이력으로 유명한 분입니다. 가톨릭 수녀가 되려고 했지만 신앙생활에 회의감을 느껴서 무작정 송광사 불일암에 계신 법정 스님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법정 스님께 ‘올바른 수행을 할 수 있고 자신을 잘 인도해 줄 스승이 있는 곳으로 보내달라’고 간청해서 추천받은 곳, 석남사에서 출가하였지요. 1991년 초기불교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치열하게 공부한 끝에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LA 로케리카 불교대학 교수, 갈릴리 신학대학원 불교학 강사를 지냈을 만큼 수행과 학문 양쪽을 놓지 않고 지내왔습니다.
그리고 그 공부를 풀어낸 것이 바로 다양한 초기경전 번역서와 연구서였습니다. <빠알리 원전 번역 담마빠다>, <빠알리 원전 번역 숫따니빠따>, <한 권으로 읽는 빠알리 경전>, <부처님은 어디에서 누구에게 어떻게 가르치셨나: 빠알리 니까야 통계분석 연구>, <아소까: 각문과 역사적 연구>…. 대중에게 초기경전의 면모를 정확히 알려주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 가르침을 바탕으로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 왔지요.
하지만 다른 책들보다도 이번에 출간된 <그림과 함께 읽는 감명 깊은 초기경전>은 조금 특별합니다. 일아 스님의 공력이 가장 많이 들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래전부터 나에게는 염원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 순수하고 맑은 게송들을 더 빛나게 할 도우미는 무엇일까를 고심하였다. 그것은 바로 그림이나 사진을 함께 싣는 것이었다.”
(「들어가며」 중에서)
스님의 이러한 고민과 생각에서 시작된 이 책은, 오랜 고민과 생각만큼이나 허투루 보아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방대한 초기경전 가운데 현대인들이 마음에 새겨야 할 만한 구절을 선별하는 것, 그리고 그 구절과 함께 수록할 사진과 그림을 선택하여 정리하는 작업은 만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이와 더불어 경전 내용과 사진만으로 이해가 부족할 것 같은 부분에는 스님 나름의 단상을 덧붙여 경전을 다시 한 번 새기며 사색하는 기회를 줍니다.
일아 스님이 이 책을 정리하며 가졌던 염원처럼, 바쁘게 살아가는 가운데 잠시나마 멈추어 내면을 들여다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