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 여섯 마리 동물을 길들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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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 여섯 마리 동물을 길들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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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0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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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 여섯 마리 동물을 길들이는 방법

연기(緣起)·온(蘊)·처(處)·계(界)

그리고 해탈(解脫) 이야기

 

 

지난 30년간 우리말 불경 번역에 매진해온

불교학계 석학 이중표 명예교수의

세 번째 ‘정선(精選) 니까야 시리즈’ 출간

한국 불교학계를 대표하는 이중표 명예교수(전남대 철학과)의 『니까야』 번역 시리즈, 그 세 번째 『정선(精選) 쌍윳따 니까야』가 출간됐습니다. 제1권 『정선 디가 니까야』, 제2권 『정선 맛지마 니까야』의 후속작입니다.

이 니까야의 차이점은 이렇습니다. 먼저 『디가 니까야』는 외도(外道) 사상을 비판하고, 모순 대립하는 개념적 사유의 틀에서 벗어나 불교의 철학적 입장을 설명한 경집(經集)입니다. 두 번째 『맛지마 니까야』는 열반으로 인도하는 수행법을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담은 경집입니다. 이에 비해 세 번째 『쌍윳따 니까야』는 교리와 수행이 담긴 짧은 내용의 경(sutta)들을 주제별로 묶어 정리한 경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디가’는 길다는 뜻이고, ‘맛지마’는 중간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글의 분량을 의미합니다. 즉 긴 산문 형식으로 이루어진 게 『디가 니까야』이고, 『맛지마 니까야』는 중간 길이의 산문 형식을 취합니다. 당연히 읽는 데 호흡이 길 수밖에 없습니다.

『쌍윳따 니까야』는 위 두 니까야보다 내용이 짧은 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경의 수가 2,889개나 됩니다. 짧은 경이라서 하나하나 금방 읽을 수 있지만, 다 읽으려면 이 역시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저자이신 이중표 선생님은 ‘정선 니까야 시리즈’를 통해 『쌍윳따 니까야』도 2,889개의 경 가운데 500여 개의 핵심 경을 골라 이를 다시 402개의 경으로 편집하여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쌍윳따’는 ‘같은 종류의 묶음’이라는 뜻입니다. 즉 주제별로 묶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불교 교리의 핵심인 연기(緣起)·온(蘊)·처(處)·계(界)를 주제별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교리를 통찰한 후 수행을 통해 해탈에 이르도록 합니다. 가르침을 잘 이해하고 수행을 하는 것, 이것이 『쌍윳따 니까야』의 핵심 내용입니다.

교리의 이해 없이 수행한다는 것은 고삐 풀린 말 등에 올라탄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핵심 교리인 연기·온·처·계는 무엇일까요?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먼저 연기는 이 세상의 관계망입니다.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한 가르침입니다. A가 있음으로 인해 B가 생길 수밖에 없는, 그 B는 다시 C, D, E로도 영향을 주고, 자신을 낳은 A에게도 영향을 줍니다. A도 C, D, E도 직간접적으로 서로 얽혀 있습니다. 이 냉엄한 인과관계 체계를 설명하는 게 연기의 가르침입니다.

‘온’은 5온(五蘊)의 온입니다. ‘무더기’, ‘쌓임’이라는 뜻입니다. 인과관계로 인해 여러 가지 요소들이 결합합니다. 생각이 더해지는 것도, 물질이 쌓이는 것도 모두 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합니다. 그런데 평범한 우리는 이 덩어리들이 영원할 거라고 착각합니다. 불교에서는 이 온이야말로 망상의 집합체이자 번뇌라고 말합니다.

‘처’는 우리가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메커니즘과 관련된 가르침입니다. 무언가를 받아들이고, 인식하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일련의 과정을 설명한 내용이 바로 ‘처’입니다. 지혜롭지 못한 우리 대부분은 이 과정에서 욕심, 분노, 증오와 같은 나쁜 감정을 발산하게 됩니다.

‘계’는 부류(部類)를 구별하는 개념입니다. 연기하는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과정에서 ‘계’라는 관념이 생겨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계는 마음이 투영하여 만들어진 부류입니다. 계의 이해가 깊어지면 연기·온·처를 이해하기도 쉬워집니다.

『쌍윳따 니까야』는 이러한 내용들을 주제별로 엮어서 설명합니다. 위 교리를 한 줄 요약하면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와 그 속에서 번뇌가 만들어지는 프로세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를 명확하게 이해했다면, 이제 그 번뇌들을 하나하나 수행으로 극복해나가야 합니다.

불교 수행의 모든 것은 37도품(道品)입니다. 초기불교, 대승불교도 모두 이 수행법을 따릅니다. 이는 4념처(四念處)·4정근(四正勤)·4여의족(四如意足)·5근(五根)·5력(五力)·7각지(七覺支)·8정도(八正道)를 가리킵니다. 앞의 숫자를 모두 더하면 37이 되기 때문에 37도품이라고 합니다.

번뇌의 종류가 많으니 수행의 종류도 많은가 봅니다.

이 책에서 「여섯 동물 경」이라는 흥미로운 주제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뱀, 악어, 새, 개, 승냥이, 원숭이가 등장합니다. 인간의 마음 작용을 동물로 비유한 이야기인데, 요지는 이렇습니다. 이 동물을 모두 줄로 묶어 연결해 놓습니다. 각자 천성이 다른 동물들을 묶어놨으니 가려는 곳도 제각각입니다. 새는 하늘로 치솟으려 하고, 악어는 물속으로 가려 합니다. 저마다 가려는 곳으로만 가려 할 뿐 제어가 되지 않습니다. 결국 서로 묶여 있는 줄을 밀고 당기다 지치게 되고, 그중 가장 힘센 동물이 움직이는 대로 나머지 동물들이 질질 끌려가게 됩니다. 인간의 욕망과 갈등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여섯 동물을 튼튼한 기둥에 묶어놓으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제 갈 길을 가려고 발버둥 치지만 기둥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끝내 여섯 동물은 모두 지쳐 기둥에 묶인 채 온순해집니다. 비로소 감정이 제어되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동물들이 있는 이 세계는 연기의 세계입니다. 각 동물은 감정이자 무더기, 즉 ‘온’입니다. 각자 가고자 하려는 곳은 ‘계’입니다. 그 계를 만들어낸 것은 ‘처’입니다. 동물을 묶은 밧줄은 교리입니다. 기둥은 수행입니다.

한마디로 『쌍윳따 니까야』는 내 마음속 주체할 수 없는 감정과 괴로움을 기둥에 묶고 조복(調伏)시키는 내용을 담은 매뉴얼입니다. 이를 한 권에 정선하여 담았습니다. 지난 30년간 우리말 불경 번역에 매진하신 저자 이중표 명예교수의 뛰어난 안목과 번역으로 탄생한 이 책을 지침 삼아 저는 오늘부터 제 마음속 짐승들을 한 마리씩 잡아보려 합니다.

 

이중표 역해│788쪽│3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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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구 2021-04-10 13:22:17
쌍윳다니까야도 이북(전자책)을 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