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보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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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보는 그림
  • 김한들
  • 승인 2020.01.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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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고독 속에서 가만히 나를 붙잡아 준 것들
혼자 보는 그림
저작·역자 김한들 정가 14,000원
출간일 2019-12-30 분야  

1) 문학 > 에세이 > 한국 에세이

2) 예술 > 미술 > 미술일반/교양

책정보

장정: 양장

쪽수: 184

판형: 128 * 188mm

두께: 15mm

ISBN: 979-11-90136-08-2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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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위로

시끄러운 고독 속에서 가만히 자신과 주변을 응시하는

젊은 큐레이터의 따듯하고 투명한 시선

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의 표지 그림을 기억하는가? 독일의 유명 화가 팀 아이텔의 작품이다. 팀 아이텔의 아시아 첫 전시를 비롯해 다양한 미술 전시를 기획해 온 김한들 큐레이터의 첫 산문집 『혼자 보는 그림』이 출간되었다.

뉴욕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돌아와 학고재, 갤러리현대 등에서 십 년 넘게 전시 기획을 해 온 그가, 갤러리와 미술계라는 일터를 배경으로 20~30대를 지나며 마주한 삶의 잊을 수 없는 순간순간을 따듯하고 투명한 언어들로 담아냈다. SNS에 범람하는 멋스러움과는 다른 결의 감각적이면서도 진솔한 매력이 묻어나는 에세이다.

저자는 이 책에 자신의 소란스런 시간과 마음을 달래 준 알렉스 카츠, 팀 아이텔, 박광수, 전병구의 그림들도 함께 실었다. 『혼자 보는 그림』은 어쩌면 당신의 고독을 조용히 다독여 줄 작품으로 들어가는 문이 되어 줄지도 모른다.

저자소개 위로

김한들

큐레이터. 학고재, 갤러리현대 등에서 전시 기획을 해 왔다. 주요 전시로는 팀 아이텔, 이우성, 윤석남 등의 개인전이 있다. 국민대학교 겸임교수로 현대 미술사와 비평 강의를 한다. 현재 <세계일보>와 <VOGUE KOREA>(웹)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월간미술>에 비평 연재를 했다.

목차 위로

책 머리에 - 저녁은 멀리서 온다

1부

한여름 속 온수역 승강장에 서서

좋은 그림을 마음껏 보며 살고 싶다는 생각

바다 냄새 나지 않는 바다로의 여행

풍경은 언제나 거기에 있다

두 번째라 더 좋아요

사물들의 통역가

나의 축제를 위하여

일곱 번째 방

봉봉이

이상한 나이

2부

슬픔이 피어오르는 순간

숲에서 사라진 남자

우리 나이여서 힘들 수 있는 일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마음Ⅰ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마음Ⅱ

기억의 벽

오월

작은 죽음을 맛보는 경험

슬픔이 가진 힘

3부

문득문득 떠올려 보는 것

종이 위에 한 손을 올려놓고 연필로 그리면 남는 공간

고요, 그 안에 머무르기

사람도 그립지 않은 밤

호우시절Ⅰ

호우시절Ⅱ

따뜻하기도 서늘하기도 쉬운

자정에 오는 것들

존 버거에게 다다르는 길

자전거 타기

4부

진실하며 필요 불가결한

팔월을 기다리는 시간

한여름의 태양은 가라앉는 것도 떠오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

바다 같은 사람

꿈에 관하여

플라뇌르, 한가롭게 거닐기

나오며 - 창가에서 햇빛을 맞는 일

상세소개 위로

『혼자 보는 그림』이 품은 예술에 있어서의 그 ‘태도’란 것을 덕분에 여러 번 되씹고 있는 와중이다. ‘혼자’라는 거, ‘봄’이라는 거, ‘그림’이라는 거, 그 풍경을 바라볼 때 발생하는 ‘거리’라는 거.

-김민정(시인)

 

시끄러운 고독 속에서 가만히 자신과 주변을 응시하는

젊은 큐레이터의 따듯하고 투명한 시선

 

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의 표지 그림으로 유명한 독일 화가 팀 아이텔을 아시나요? 『밤이 선생이다』뿐만 아니라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를 비롯해 신형철의 『느낌의 공동체』,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도리스 레싱의 『사랑하는 습관』 등 다양한 책의 표지에서 팀 아이텔의 그림을 만날 수 있습니다.

팀 아이텔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저자를 소개하기 위함입니다. 2011년 가을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 팀 아이텔의 아시아 첫 전시를 비롯해 다양한 미술 전시를 기획해 온 김한들 큐레이터의 첫 산문집이 출간되었습니다.

김한들 큐레이터는 뉴욕주립대 빙엄턴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돌아와 학고재, 갤러리현대 등에서 십 년 넘게 전시 기획을 해 왔습니다. 지금은 대학에서 현대 미술사와 비평 강의를 하며 <월간미술> 비평 연재를 비롯해 <세계일보>, <VOGUE KOREA>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책은 갤러리와 미술계라는 일터를 배경으로 저자가 20~30대를 지나며 마주한 삶의 인상적인 순간들을 진솔하면서도 감각적인 문장으로 그려 보이고 있습니다. ‘혼자 보는 그림’이라는 책의 제목과 ‘시끄러운 고독 속에서 가만히 나를 붙잡아 준 것들’이라는 부제를 통해 느끼셨겠지만, 그림을 실컷 보며 일하는 게 좋아 고된 일상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버티며 조금씩 단단해져 간 한 청춘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또 하나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본문에 삽입되어 있는 그림입니다. 큐레이터인 저자가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네 명의 동시대 미술가 전병구, 박광수, 팀 아이템, 알렉스 카츠의 그림이 글과 조화를 이루며 함께하고 있습니다.

혼자 보는 그림,

나와의 시간을 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

책은 총 4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는 저자가 큐레이터가 되고, 큐레이터로 지낸 일상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하루도 평온치 않았던 날들의 기록’을 남긴 전병구 작가의 그림을 배경으로 담담하게 펼쳐 내려갑니다. “좋은 그림을 마음껏 보며 살고 싶다는 생각”(24쪽)으로 큐레이터가 되었지만, 잠시 일을 쉬는 사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는 현실을 견디지 못해”(22쪽) 구급차를 두 번이나 타기도 했던 저자는 이제 이탈리아의 한 이름 모를 해변에 앉아 휴식을 즐깁니다. “삶을 지키는 것은 결국 마음”(32쪽)이고 그 마음은 훗날 이런 순간의 온기를 기억하는 데서 온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2부는 혁오의 ‘톰보이’ 뮤직비디오 감독으로도 널리 알려진 박광수 작가의 작품과 함께합니다. 1부의 키워드가 ‘일상’이라면, 2부는 ‘슬픔’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했던 무엇인가가 존재했던 자리. 그것은 작아지거나 옅어질지언정 사라지지 않는다. 슬픈 경험과 기억은 내 몸과 삶에 각인되어 나와 함께 살아간다.”(66쪽) 물론 저자는 슬픔이 가진 힘을 믿습니다. “슬픔은 계단이 된다”(102쪽)라고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가 “그 어떤 것보다 탄탄하게 구축해야 하는 것”이 “바로 나와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95쪽)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그림을 보는 것이야말로 자신과 자신의 내면을 연결해 주는 가장 적절한 행위라고 소개합니다.

고독할 때만 볼 수 있는 것

문득문득 떠오르는 것

3부의 키워드는 ‘고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의미의 고독은 아닙니다. 저자는 ‘선택적 고독’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이는 “누군가에 의해 외로운 형편에 놓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홀로 있는 상황에 자리 잡은 것”(116쪽)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고독은 애달프거나 구슬퍼 보이는 게 아니라 여유롭고 현연한 태도로 집중한 채 자세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팀 아이텔의 그림에서 만나게 되는 이들처럼 말입니다. 저자는 시(詩)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면서, 자신이 팀 아이텔의 그림을 좋아하는 것은 그의 그림이 시와 닮아서라고 합니다. 수수하고 옅더라도 오래 남아 문득문득 떠오르는 것에서, 사진기로 직접 찍은 스냅숏에서 시작하는 그의 그림이 결국은 어디인지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는 보편적 대상으로 거듭나 결국 해석의 문을 활짝 열어 버린다는 점에서 그의 그림을 좋아한다고 털어놓습니다.

4부는 팀 아이텔의 집에서 발견한 알렉스 카츠가 그린 팀 아이텔의 초상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아흔이 넘은 대가의 내공이 담긴 붓놀림은 숨길 수가 없습니다. 카츠는 지금도 매일 그림을 그립니다. 몸이 좋지 않은 날은 단 15분일지라도, 60년 넘게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림을 그려 왔습니다. “오랜 시일에 걸친 꾸준한 노력”(153쪽). 저자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공통점은 결국 ‘성실함의 가치’로 돌아옵니다. 4부에서는 카츠의 그림과 함께 ‘희망’을, ‘내일’을 이야기합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을, ‘열정’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따듯한 기운으로 포근히 나를 감싸 함께 머무르는”(166쪽) 오후 햇볕의 소중함을 이야기합니다. 바르셀로나의 한 작은 광장을 평등하게 감쌌던 햇볕의 온기. 그 온기가 결국 나를 더 살아가게 하는 것이니까요.

큐레이터 체험 에세이도, 작품 감상 에세이도 아닌 이 책은, 미술과 시가 일상인 사람, 그가 인용한 화가 모란디의 말처럼 “지금 보고 있는 것을 성실하게 보는” 사람이 자신의 내면과 주변과 세계를 감각하고 사유한 기록이다.

-문소영(미술 전문 기자, 작가)

저자는 글을 쓰다 마음이 눅눅해지는 순간이 찾아오면 써 온 글들을 종이에 인쇄해서 햇빛이 들어오는 창가 앞에 두고 한참을 기다렸다고 합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고 마음도 종이처럼 바삭해졌다고 전합니다. 미술과 문학과 영화와 일상을 오가는 한 큐레이터의 진솔한 기록이, 그리고 글의 배경으로 때로는 글의 주인공으로 함께한 동시대 미술가들의 그림들이 독자 여러분의 마음 또한 바삭하게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책속으로 위로

청춘은 어쩌면 나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역할이 정하는 경계 안입니다. 학생이 직장인이 되고, 소녀가 엄마가 되면 어쩐지 경계 밖으로 밀려납니다. 바람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벗어난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반면 미술은 경계가 없습니다. 작품 앞에서 나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관람자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미술 안에서 영원한 청춘입니다. 부유浮遊하지만 자유로운 특혜를 영유할 수 있습니다. 마음껏 기뻐하고, 슬퍼하고, 좌절하고, 위로받는 것이 가능합니다.

(pp.8-9, ‘책 머리에’ 중에서)

삶은 항상 짐작도 예측도 불가능한 지점에 인간을 데려다 놓는다. 그래서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맞이한다. 안정된 일상으로 향하는 대상이 나타나는 때까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진다.

(p.23, ‘한여름 속 온수역 승강장에 서서’ 중에서)

좋아하는 미술관이 멀어도 가끔은 찾아가 전시를 보는 것. 그런 소중한 경험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차를 마시며 작품에서 받은 감동을 온기로 목 안에 남겨 놓는 것. 나이가 들었을 때 감기에서 나를 지켜 주는 것은 이렇게 쌓은 온기일 것이다. 삶을 지키는 것은 결국 마음이고 마음은 이런 기억에서 온다.

(p.32, ‘바다 냄새 나지 않는 바다로의 여행’ 중에서)

조급함을 가지거나 욕심을 부리면 그 무게가 발목을 잡아 떠오르지 못한다. 그리고 그 무게에 지친 마음은 항상 눈앞을 가린다. 첫 번째일 때 가득했던 조급함과 욕심은 두 번째에서 어쩐지 스스로 사라진다.

(p.41, ‘두 번째라 더 좋아요’ 중에서)

흔하지 않은 형상의 등장도 일렁이는 검은 선의 느낌도 남달랐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를 끌어당겼던 것은 남다른 이야기 구성과 마지막 장면이었다. 불사람이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새는 죽어 버린 순간. 모든 것이 소멸하고 사라진 순간. 바로 슬픔이 피어오르는 순간이다.

사랑했던 무엇인가가 존재했던 자리에서 슬픔은 생겨난다. 그리고 그것은 작아지거나 옅어질지언정 사라지지 않는다. 슬픈 경험과 기억은 내 몸과 삶에 각인되어 나와 함께 살아간다. 생각해 보면 누구나 마음 한켠에 몇 개씩의 작은 돌멩이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공평하게 말이다.

(p.66, ‘슬픔이 피어오르는 시간’ 중에서)

그리움은 그림[畵], 글[書]과 어원이 같다. 모두 ‘긁는다’라는 동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긁는다’는 손톱이나 뾰족한 기구 따위로 바닥을 문지르는 행위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종이 위에 형태로 긁어내면 그림, 문자로 긁어내면 글, 그리고 마음속에 긁어 새기면 그리움이다.

(pp.85-86, ‘기억의 벽’ 중에서)

요가 중 내면을 보기 좋은 동작은 사바사나다. 세션의 끝에 편안하게 누워 있는 자세이자 시간이다. ‘송장’이라는 뜻이 있어 긴 여정의 끝에서 작은 죽음을 맛보는 경험이라고 부른다. 가만히 긴장을 풀고 있으면 때로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고 때로는 많은 생각이 든다. 생각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인데 비어진 상태이기에 본질만 명확히 보인다.

나의 직업인 그림 보는 일은 사바사나와 닮았다. 우리는 그림 앞에 서면 움직임을 멈춘다. 그리고 오직 시선만을 움직여 그림 안으로 향한다. 시선이 그림에 닿는 순간부터 그곳에는 캔버스와 나만이 존재한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난다.

(pp.96-97, ‘작은 죽음을 맛보는 경험’ 중에서)

내가 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렇게 문득문득 생각나는 것에 있다. 나는 화려하게 인상적인 것보다는 수수하고 옅더라도 오래 남는 것에 매번 마음을 주게 된다. 이러한 취향은 그림을 볼 때도 마찬가지로 드러나는데, 팀 아이텔의 그림을 좋아하는 것이 그렇다.

(p.108, ‘문득문득 떠올려 보는 것’ 중에서)

나는 이러한 것을 선택한 고독이라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에 의해 외로운 형편에 놓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홀로 있는 상황에 자리 잡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이지만 애달프거나 구슬퍼 보이지 않는다. 여유롭고 현연한 태도로 집중한 채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pp.116-117, ‘고요, 그 안에 머무르기’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작품에 집중하는 시종여일한 생활을 한다. 성실함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손에 익은 움직임만이 이끌어 낼 수 있는 자연스러움에 나는 곧, 잘 반한다.

(p.153, ‘진실하고 필요 불가결한’ 중에서)

추천사 위로

미술 기자로 일하면서 내가 매혹된 사람들 중에는 작가들 못지않게 큐레이터도 많다. 큐레이터. 영화에선 언제나 멋지게 차려 입고 화이트 큐브 안을 또각또각 걸으며 엘리트 관람객에게 작품을 설명하는 그들. 하지만 내가 매혹된 큐레이터들은 미술가의 작업실, 갤러리 전시실, 창고, 도서관을 정신없이 종횡무진하며, 작가만큼 작업에 대해 고민하고, 다큐 PD처럼 전시를 구상하며, 인부처럼 무거운 그림을 번쩍 들고, 기자만큼 글을 많이 쓰는 사람들이다.

그런 큐레이터 중의 한 사람인 김한들이 쓰는 글이기에 이 책은 예사롭지 않다. 큐레이터 체험 에세이도, 작품 감상 에세이도 아닌 이 책은, 미술과 시가 일상인 사람, 그가 인용한 화가 모란디의 말처럼 “지금 보고 있는 것을 성실하게 보는” 사람이 자신의 내면과 주변과 세계를 감각하고 사유한 기록이다.

여기에 그가 특히 아끼는 네 명의 미술가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하루도 평온치 않았던 날들의 기록”을 남긴 전병구, “잊히는 것만큼 잊는 것도 두려운” 것을 상기시키는 박광수, “다 말해 주지 않기에 여운을 남기는” 팀 아이텔, “바르셀로나에서 보았던 오후의 햇빛”을 다시 던져 주는 알렉스 카츠의 그림들이 함께한다. 이들과 함께 “최선의 마음으로 알아챌 수 있는 사물들의 통역가”가 되고 싶다는 김한들이 통역하는 세상은 한층 풍부하고 아름답다.

-문소영(미술 전문 기자, 작가)

 

그림에 문외한이니 배운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읽어야지 하였다가 단숨에 흡수해 버린 책이다. 미술이라는 흰 뼈를 제 근간으로 두되 그에 살 붙인 근육과 지방은 다양한 문화 전반에서 끌어올 줄 알았다. 예서 중요한 키워드는 아마도 ‘절로’일 것이다. 자연처럼 스스로 그러할 줄 아는 글의 귀함을 간만에 이 책을 통해 찾은 듯싶다.

이 탄력적인 영민함은 무엇보다 저자의 솔직함에서 비롯한 바 클 것이다. 기교라는 어떤 척으로부터 한참이나 먼 사람. 그 가면 쓰기에 능하지 못해 사회생활 가운데 다친 적이 꽤나 잦았을 것 같은 사람. 그런데 그 과정이 또한 어쩔 수 없었겠다 싶은 사람. 왜? 무얼 어떻게 보고 그 무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몸으로 타고난 사람 같으니까. 그런 청춘은 매 순간 아플 수밖에 없고, 그렇게 매 순간 흔들리는 일로 보는 우리에게 매 순간 자극이라는 떨림을 줄 것이 분명하니까.

『혼자 보는 그림』이 품은 예술에 있어서의 그 ‘태도’란 것을 덕분에 여러 번 되씹고 있는 와중이다. ‘혼자’라는 거, ‘봄’이라는 거, ‘그림’이라는 거, 그 풍경을 바라볼 때 발생하는 ‘거리’라는 거. “내가 가고 싶은 자연은 어디에 안 간다. 풍경은 언제나 거기에 있다.” 이 뚝심에 무한한 신뢰를 감출 수가 없음은 기본이고 말이다.

-김민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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