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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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 송인창 외
  • 승인 2018.01.2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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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진단과 처방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2018 정진기언론문화상 경제경영도서 부문 우수상
저작·역자 송인창 외 정가 17,000원
출간일 2018-01-22 분야 경제경영
책정보

352쪽|판형 152mm×225mm|두께 16.5mm|ISBN 978-89-98602-61-1 (0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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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위로

“어제의 성공 방정식이 내일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기획재정부 정책 실무자들이 제안하는 우리에게 익숙한 경제 이론·지식 뒤집어 보기

경제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니 이미 진화했다. 개발 성장 시기에 통용되던 성공 방정식이 더는 유효하지 않은 시대를 맞았다. 기획재정부에서 경제 정책을 담당하는 저자들이 이러한 상황에서 대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었다. 경제 정책을 준비할 때 습관적으로 적용되어온 과거의 경제 상식을 해부하고, 오늘날 변화된 상황에 맞는 새로운 경제 지식과 정책 마인드를 점검하기로 마음을 모은 것이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분석한다.

경제 이론은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바뀌면 그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그동안 진리라고 생각했던 경제 지식이 과연 오늘의 현실에도 맞는지 늘 점검해보아야 하는 이유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기업 이론의 대가 로널드 코스, 혁신의 전도사 조지프 슘페터, 풍요한 사회의 비판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필립스 곡선을 만든 윌리엄 필립스, 조세 평탄화 이론의 창시자 로버트 배로, 재정 승수 이론의 창시자 리처드 칸, 행동경제학의 대가 대니얼 카너먼의 이론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에 대한 오만과 편견을 살펴본다.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또는 잘못 해석되어온 이들의 생각을 더듬어 가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경제 지식을 찾아낸다. 이 일곱 명의 경제학 대가의 이론은 우리 경제의 내일을 위해 고민해야 할 일곱 가지 주제인 재벌, 고도성장, 과소비와 저소비, 인플레와 디플레, 국가 부채, 재정 위기, 경제 정책 수립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저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과거에 습관적으로 받아들여졌던 경제 상식과 경제 지식을 내려놓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 나선다.

저자소개 위로

송인창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요크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획재정부에서 국제금융국장, 국제경제관리관 등을 역임했고, 현재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이사로 근무 중이다.

도종록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버밍엄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공공정책국 등에서 일했고, 현재 정책조정국 총괄서기관으로 근무 중이다.

민경신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요크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 국제금융국 등을 거쳤고, 현재 대외경제국 총괄서기관으로 일하고 있다.

범진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버밍엄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 국제금융국 등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금융국 총괄서기관으로 근무 중이다.

정광조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버밍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획재정부 예산실, 국제금융국 등을 거쳐, 현재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재직 중이다.

정여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정경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정책조정국 등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목차 위로

프롤로그

1장 재벌, 개혁 대상인가 성장 엔진인가
함께한 경제학자: 로널드 코스

2장 고도성장, 아직도 필요하고 가능한가
함께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

3장 과소비가 문제인가, 저소비가 문제인가
함께한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4장 인플레와 디플레, 우리는 누구와 싸워야 하나
함께한 경제학자: 윌리엄 필립스

5장 조세와 부채,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함께한 경제학자: 로버트 배로

6장 재정은 언제나 준비된 구원 투수인가
함께한 경제학자: 리처드 칸

7장 어떻게 좋은 경제 정책을 만들 것인가
함께한 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

에필로그
참고문헌

상세소개 위로

기획재정부 경재 정책 실무자들이 경제 이론 공부에 나선 까닭은?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경제 지식들

저성장이 일상화되었다. 환율이 절하되어도 수출이 늘어나지 않는다. 글로벌 경제에 도움이 되어야 할 유가 하락이 오히려 글로벌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 이밖에도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경제 지식들이 우리를 배신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많은 상식들이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리다. 이 책은 바로 이 문제의식으로 출발한다.

책의 공동저자 6인은 기획재정부에서 일한 경제 부처 공무원이다. 현재 3인은 기획재정부에서 총괄서기관으로 있고, 3인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2010년대 초반 영국으로 유학이나 파견근무를 나가서 늦깎이 공부를 하고 돌아왔다는 점이다. 이들은 돌아와서 ‘세상이 바뀌었다’고 절감했다. 고도성장의 신화는 깨진지 오래고,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경제 회복은 지지부진했다.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기업들이 투자하지 않으니 일자리가 생길 리 만무했다. 실질임금이 오르지 않아 가계 소비 여력은 늘지 않았고, 가계 부채는 증가 일로였다. 소득 분배의 양극화는 심화되어가고, 세수는 예상보다 적어 나라 살림은 갈수록 팍팍해졌다. 고령화에 따라서 복지 지출 부담도 빠르게 늘고 있었다. 정책 환경이 과거와 달라진 것이다. 과거에 알던 경제 이론과 지식이 소용없게 되었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저자들이 머리를 맞댄 이유다.

폴 크루그먼은 『불황의 경제학』에서 이렇게 말한다. “세계의 번영을 막는 단 하나의 중요한 구조적 장애물은 인간의 정신을 교란시키는 낡은 원칙들뿐이다.” 옛 원칙들이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제가 다시 비상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자들은 해법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재벌, 개혁 대상인가 성장 엔진인가” “고도성장, 아직도 필요하고 가능한가” “과소비가 문제인가, 저소비가 문제인가” “인플레와 디플레, 우리는 누구와 싸워야 하나” “조세와 부채,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재정은 언제나 준비된 구원 투수인가” “어떻게 좋은 경제 정책을 만들 것인가”라는 일곱 가지 질문과 만난다.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지금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들이다.

저자들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들어간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현대 경제학의 대가들로부터 구하겠다는 것이다. 로널드 코스, 조지프 슘페터,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윌리엄 필립스, 로버트 배로, 리처드 칸, 대니얼 카너먼이 이 책에 초대받은 대가들이다. 책은 이들의 이론 그 자체보다도 문제의식에 집중한다. 경제 이론은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바뀌면 달라질 수 있지만, 이 경제학자들이 당대의 문제를 풀기 위해 고심했던 문제의식과 사고방식만큼은 시간이 지나도 유효하다. 실제로 신자유주의자니 케인스주의자니 하는 이름표 너머에 있는 그들의 문제의식과 마주하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경제 지식과 통찰을 얻을 수 있다.

한국 경제의 나아갈 방향은 어디인가?
-20세기 경제학의 대가 7인의 혜안을 빌리다

책은 위의 일곱 경제학자들로부터, 앞서 말한 일곱 개의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장에서는 기업 이론의 대가 로널드 코스의 생각을 통해 우리나라의 재벌 문제를 살펴본다. 재벌은 대중들이 ‘욕망하면서 혐오하는 존재’다. 한편으로는 근대화의 주역이라는 찬사를 받아왔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정경유착과 비리의 온상으로 비난받는다. 코스는 비용 이론의 관점에서 기업의 순기능을 옹호한 학자다. 기업가의 자원 배분 역할을 높이 평가한 그의 생각은 정부의 개입을 비판하고 재벌을 옹호하는 맥락에서 자주 활용되었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코스는 ‘정부 무용론자’가 아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상세히 들여다보고 정부 개입의 편익과 비용을 따져서 개입의 타당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을 뿐이다. 또한 기업가의 자원 배분 역할을 높이 평가한 것은, 역으로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기업가에 대한 비판의 근거가 된다. 과연 현재 우리의 재벌들은 훌륭하게 자원 배분을 해내는 기업가로서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2장에서는 자본주의 발전의 동인을 설파한 혁신 전도사 슘페터로부터 저성장의 원인과 대책을 듣는다. 현재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장기화하는 저성장 추세다. 저성장을 운명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다시 한 번 재도약을 꾀할 것인지 선택해야 할 기로에서, 또 하나 중요하게 점검해봐야 하는 것이 GDP 성장률에 집착하는 지금까지의 관점이다. ‘삶의 질’이라는 화두 앞에서 GDP 성장률 중심의 정책이 유효한지, 새로운 혁신의 방향과 그 측정은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진다.

3장에서는 저소비가 문제인지, 과소비가 문제인지를 갤브레이스를 통해서 살펴본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는 소비가 부족해서 문제라 하고, 반대로 개인의 입장에서는 분수에 넘치게 소비하는 게 문제라고 한다. 과소비하는 경제 주체들이 모인 국가 경제는 오히려 저소비로 홍역을 앓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의 소비를 증가시키는 정책이 효과가 있는지, 그 효과는 지속 가능한지 궁금해진다. 갤브레이스는 풍요한 사회에서 부자들의 무분별한 과소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개인의 과소비를 부추기지 않고 경제 전체의 수요 부족을 확충하는 방법을 검토해본다.

4장에서는 과연 우리에게 디플레이션과 맞설 용기와 지혜가 있는지 살펴본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기억의 한편에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는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경제 성장률을 올리려면 물가 상승을 감수해야 한다는 ‘필립스 곡선’은 이제 재해석되어야 할 위치에 놓여 있다. 인플레이션을 감수하고서라도 성장률을 올려서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다면 다행이다. 일본과 유로존 국가들은 마이너스 금리라는 초강도 대책을 써가며 인플레이션을 유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정책 방향은 무엇인가?

5장에서는 정부의 재원 조달 수단으로 ‘조세’를 선택할지, ‘부채’를 선택할지 살펴본다.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은 세금이나 부채나 민간의 소비 수요를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측면에서는 마찬가지라고 본다. 과거에는 경제가 빠르게 성장해서 세수가 저절로 늘어났기 때문에 국가 부채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저성장이 지속되고, 그나마 성장한 만큼의 세수도 늘지 않는다. 유로존 재정 위기에서 보듯이 국가 부채 문제는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 우리도 부채가 누적되는 상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세금을 증가시킬 것인지, 국채를 발행할 것인지는 중요한 선택이다. 배로의 ‘조세 평탄화 이론’을 바탕으로 이 문제를 살펴본다.

6장에서는 리처드 칸의 ‘재정 승수’를 통해서 경기 침체와 불황의 시기마다 구원 투수를 자임한 정부 재정의 역할에 대해 살펴본다. 경제학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은 언제나 정부와 시장 사이에서 선택을 고민해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는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지지하는 케인스주의를 부활시켰다. 각국은 빚을 내서 경기를 뒷받침하는 재정 확대 정책에 매진했다. 하지만 유럽의 재정 위기는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만들었다. 재정 지출 확대가 경기 회복에는 효과가 없고 국가 부채만 누적시킬 뿐이라는 경고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현재의 장기 침체 국면에서 또다시 재정을 구원 투수로 내세워야 할 것인지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7장에서는 어떻게 좋은 경제 정책을 만들 것인지 살펴본다, 오늘날 정책 입안자들은 요리책에서 입맛에 맞는 레시피를 고르듯 좋은 정책들을 골라서 적용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초라하다. 원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고 전혀 다른 결과와 부작용을 초래하기 일쑤다. 정책의 대상인 인간에 대한 이해 부족이 중요한 원인이다.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인간은 이상일 뿐이다. 현실의 인간은 합리적이지도 않고 일관성도 없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소기의 정책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 행동경제학의 대가 대니얼 카너먼의 조언을 들어본다.

익숙한 경제 정책의 틀을 바꿔라!
-지금 우리를 위한 경제 정책의 출발점

진화론을 주창한 찰스 다윈에 따르면, 많은 생명체 가운데 결국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하거나 가장 지능이 좋은 생명체가 아니다. 환경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생명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살아남기 위해선 변화에 잘 적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과거의 달콤한 경험이나 도그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경제 성장을 경험한 탓에 더욱 도그마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과거의 성공이 아무리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울지라도, 그것이 앞으로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지난 시기에 경제 성장과 산업화를 성공시킨 경제 이론과 정책이 오히려 족쇄가 될 수도 있다. 낡은 틀을 깨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려는 몸부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바로 이러한 시점에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기존 경제 정책의 바탕이 된 경제 이론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면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고 외치는 것은 의미가 크다. 그동안 익숙했던 경제 정책의 틀을 과감히 깰 것을 제안하는 이 책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생각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책속으로 위로

그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 더는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과거에는 연 5% 이상의 고도성장이 지속되었으나, 이제는 연 3% 내외의 성장에 만족해야 한다. 산업화 과정에서 고도성장의 주역으로 칭송받던 재벌은 이제는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경제 민주화를 저해하는 주범으로 비난받는 신세가 되었다. 건전한 재정은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는데, 복지 지출 증가와 고령화라는 복병을 만나더니 쌓이는 국가 부채를 걱정할 처지에 놓였다. 이 무쌍한 변화들이 한 세대도 지나가기 전에 일어났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렇게 변화한 상황에서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아무런 해답을 주지 못한다. _6~7쪽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단순하다. 지금까지 배운 경제 지식이 오늘의 현실에도 여전히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당연히 맞는다고만 여기던 경제 지식이 그때는 맞았을지 몰라도, 지금은 더 이상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런 의구심을 풀 실마리를 ‘경제학자들의 생각’에서 구하고자 했다. 경제 이론은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바뀌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앞선 경제학자가 당대의 문제를 풀기 위해 고심했던 문제의식과 사고방식만큼은 시간이 지나도 유효하다. 경제 이론이 아니라 과거 경제학자의 생각을 온전히 들여다보면 현실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풀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우리는 이 작업에 임했다. _7쪽

기업이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느냐 여부는 기업가의 역량과 의지에 달려 있다. 따라서 모든 형태의 기업을 그 존재만으로 시장보다 우월한 자원 배분 조직이라고 말하는 것은 코스의 이론을 잘못 해석하는 것이다. 재벌의 기업 활동을 “거래 비용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이라고 무작정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코스의 거래 비용 이론에 근거해서 재벌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것은 코스 이론을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다. 결론적으로 재벌이 효율적으로 자원 배분을 하는 조직이냐의 판단은 재벌을 소유하고 경영하는 오너가 기업가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_45쪽

일반적으로 코스 정리는 “소유권이 명확하게 부여되고 거래 비용이 없다면 당사자들 사이의 자발적인 거래에 의해서 사회적 비용 문제는 해소되고 생산은 최적의 규모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정부 개입 무용론을 주장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코스가 강조한 것은 반대였다. 현실 세계에서는 거래 비용이 존재하므로 사회적 비용 문제가 시장에서 해결되지 않을 수 있고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벌 정책에서도 그렇다. 재벌들이 기업가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재벌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_59쪽

정부가 소비하고 투자하라는 것은 “작은 정부 대신에 큰 정부를 만들자.”라는 주장이 아니다. 공공 부문을 영구적으로 키우자는 것도 아니다. 공공 부문에서 쓸데없이 존재하는 기관이 있다면 없애고, 비효율이 존재한다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개혁의 메스를 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꼭 필요한 지출이 있다면 정부가 나서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분야에 지출하자는 것이다. _158쪽

전 세계가 이미 저성장과 저물가의 시대에 들어섰고 우리 경제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일부 품목의 일시적인 가격 급등은 피할 수 없다. 최근 수년간의 물가 하락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물가가 일시적으로 오르는 리플레이션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물가가 전반적으로 장기간 급등할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도 인플레라는 유령은 우리 경제 곳곳에 살아 있다. 우리 경제 주체들의 머릿속에, 마음속에 똬리를 틀고 있다. 지금은 인플레가 두려워서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디플레와 맞서 싸울 준비를 해야 할 때, 인플레를 걱정하고 있는 건 아닌지. _190~191쪽

배로의 조세 평탄화 이론은 바람직한 재정 준칙에 하나의 팁을 제시해준다. 조세 평탄화 이론은 세율 조정이 필요한지 여부를 지출의 성격, 즉 지출이 항구적 지출인지 아니면 일시적 지출인지로 결정한다. 항구적 지출 소요가 있는 경우에는 세율을 조정하자는 것이고, 일시적인 지출 소요는 세금 인상이 아니라 국채 발행을 통한 차입으로 충당하자는 것이다. 세수 확보를 위한 세율 인상은 경제 활동을 왜곡해서 경제에 추가적인 비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_232~233쪽

정책 입안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가급적 많은 국민의 생각을 담아내는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간혹 경제학 원리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전문성 못지않게 일반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건전한 상식’이 정책 담당자들에게 필요하다. 특정 분야에 특화되어 있는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오히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건전한 상식’을 가질 수 없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쩌면 바로 그 건전한 상식을 기반으로 좋은 정책을 만드는 시작이다. 정책 고객들로부터 격리된 채 고립된 외딴섬과 같은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동료들과만 교류하고 대화하는 환경에서는 더더욱 중요한 덕목이다. _3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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