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불교가 권하는 소확행 5가지

불광 씨가 권하는 나만의 소확행 5가지

2019-01-03     김우진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온라인서 검색되는 나만의 소확행 방법도 수십 수백 가지다. 취향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므로 다양한 소확행 방법이 나오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불교가 말하는 소확행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회사원 불광 씨의 하루를 통해 불교가 권하는 소확행 5가지를 살펴봤다.

|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

평범한 회사원인 불광 씨는 반복되는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우연히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에 대한 기사를 읽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작은 행복을 찾고 있더라고요. 불광 씨도 쳇바퀴 도는 듯했던 자신의 삶에서도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자 결심을 합니다.

불광 씨는 자신이 배웠던 불교를 통해 일상을 돌아보며 작은 틈마다 행복으로 채워 넣기 시작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교라고 하면 거창한 깨달음이나 산속에서 도를 닦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초기경전을 살펴보면, 부처님께서는 일상의 소소한 일에서 작은 행복을 찾는 것을 강조하고 있어요. 사람들에게 밝고 온화한 얼굴로 말하고, 누군가의 고민이 있어주면 들어주는 것 말이에요. 예를 들면, 마음을 조용히 가라앉히고 시간이 나면 소리 내지 않고 세상의 기운을 느껴 보는 겁니다. 한 가지 일을 할 때 그 일에 집중하고, 나쁜 감정을 키우거나, 물건이나 사람에 대한 욕망과 집착을 거두는 것도 좋아요. 

불광 씨는 부처님의 모습과 선사들의 말씀, 경전 속 구절 등 불교가 일러주는 삶의 방법이 행복으로 향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속도보다, 방향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하루에 한 번쯤 눈을 감고 숨을 고르고 마음을 가라앉혀 보기, 천천히 동네를 거닐며 매일 달라지는 소리와 공기를 맛보며 산책 해보기 등등. 오늘이 계획 첫날이라고 하는데요. 과연 불광 씨는 어떠한 모습으로 자신만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려고 할까요? ‘불광 씨의 하루’ 바로 시작합니다.                                        

➊ 명상과 스트레칭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전날 맞춰놓은 알람이 불광 씨 머리맡에서 울리네요. 불광 씨, 일어나서 준비해야죠. 평소 같으면 잠에 취해 이부자리에서 “조금만 더, 일 분만 더”를 외치던 불광 씨지만 오늘은 알람이 울리자마자 일어났네요. “그래 오늘부터 명상하기로 했지. 빌게이츠도 한다니까 한 번 스윽 따라 해볼까? 잠깐 어떻게 하더라?”

기억을 더듬던 불광 씨가 생각이 난 모양입니다. 이불 위에 그대로 앉아 반쯤 눈을 떴어요. 최대한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최대한 천천히 숨을 내쉬어 봅니다. 처음에는 들이마시고 내쉬는 데 20초, 그다음에는 더 천천히 30초, 40초. 그렇게 가는 숨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데 5분쯤 흘렀을까요?

불광 씨 자세가 흐트러졌어요. 어깨가 쳐지고, 등이 구부정해졌네요. 익숙하지 않은 가부좌가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맞다. 편하게 앉아도 된다고 했었지. 아침이라 그런지 몸이 뻐근하네.” 이부자리 위에서 천천히 몸을 움직입니다. 다리를 펴고 발끝에 손이 닿도록 뻗습니다. 팔도 이리저리 휘저어 보고, 어깨도 돌려봅니다. 기지개를 펴는 것처럼 온몸을 쭈욱 늘리기도 하고, 고양이처럼 등을 말아보기도 합니다.

불광 씨, 어때요? 정신이 한결 맑아졌죠? “잘한 건지 모르겠네. 일단 며칠 더 해보자.” 좋아요 불광 씨, 이제 시작인 걸요.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조금은 또렷하게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거예요. 

아 참 불광 씨, 이러다 늦겠어요. 출근 준비하셔야죠. 허둥대던 아침이 잠깐의 명상과 스트레칭으로 맑은 
정신을 찾는 소중한 시간이 됐네요.

➋ 식사시간에는 음식에 집중!

오늘도 아침을 거른 불광 씨. 오전 업무 시간 내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네요. 
이제 곧 점심시간이니 조금만 참아요.

“아이고 배고파 죽겠다. 얼른 가서 밥 먹자”

불광 씨의 두 번째 소확행 시간. 저기 식판을 들고 오는 불광 씨의 모습이 보입니다. “먹는 게 남는 거지. 밥 먹고 비즈니스 미팅 가야 하는데, 빨리 먹어야겠다.” 잠깐만요 불광 씨. 그렇게 먹는 것보다 음식을 꼭꼭 씹으며 맛을 느껴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부처님께서도 천천히 식사를 하셨다고 하고, 의사들도 천천히 먹는 게 성인병 예방에 좋다고 했으니까 나도 천천히 먹어야겠다. 이렇게 먹으니까 더 맛있는 거 같네.” 식사는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먹느냐도 중요하죠. 먹는 속도를 늦추고, 음식을 맛보면서 재료의 식감과 맛을 천천히 음미해봅니다. 서너 번 씹고, 삼키지 말고, 한 번 음식을 입에 넣고 30번 정도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씹어보면 전혀 다른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있죠.  이렇게 음식을 먹으면 음식도 맛있게 느껴지고, 소화에도 도움이 되어서 건강에 참 좋아요.

불광 씨가 잘 알고 먹고 있네요. “이 음식 어디에서 왔는지 천천히 살피며, 제가 한번 먹어 보겠습니다. 음~ 김치가 맛이 아주 잘 들었네. 사각사각 씹을 때 배추에서 나오는 단물과 김칫소가 머금은 짭조름한 맛이 어울리며 입안에서 단짠단짠 파도가 치는구만.”식당을 나오는 불광 씨 얼굴이 한결 기뻐 보입니다. 그렇게 기쁜 얼굴로 오후 업무도 마쳐야겠죠?

➌ 화 안 내요! 화안애어和顔愛語

아니 불광 씨, 거울 보면서 뭐하고 계세요? 
입에 물고 있는 건 또 뭐예요?

“개구리 뒷다리~ 기분도 좋으니까 웃는 얼굴 연습해보자. 

개그히 딧다히~” 아하. 미소 짓는 얼굴 연습 중이셨군요. 좋아요. 화안애어라고 하죠. 경전에도 부드럽게 미소 띤 얼굴로 상냥한 말을 건네는 이야기가 나와요. 밝은 얼굴로 다른 사람을 대하면 자기도 행복하고 상대방도 행복하니 모두 행복한 시간이겠어요. 불광 씨, 저기 부장님이 걸어와요. 자, 밝은 얼굴로 상냥한 말 준비~

“부장님, 식사 잘하셨어요? 그러고 보니 못 보던 옷이네요. 니트 티가 정말 잘 어울리시는데요.”

“아 그래? 아내가 하나 사줬는데 괜찮은가? 허허허. 자네도 웃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네.”

서로 덕담이 오가는 게 아주 보기 좋네요. 불광 씨, 오늘 하루 동안 기쁜 일이 가득한데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서로 화 안내고 웃으니 좋네. 역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앞으로도 자주 연습해야겠다.” 개구리 뒷다리. 우리도 한 번 해볼까요?

➍ 나만의 작은 여행, 동네 산책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

드디어 퇴근시간이네요. 불광 씨 오늘도 고생하셨어요. 고단한 하루죠? 서둘러 집으로 가서 쉬어야겠어요.

“이렇게 힘이 들수록 필요한 게 있지! 오늘부터 운동이다!”

집에 도착한 불광 씨가 편안한 복장으로 다시 나오네요. 무슨 운동을 하려고 그럴까요? 아니 그보다 힘들 텐데 괜찮겠어요?

“오늘부터 계획한 ‘나만을 위한 여행’ 동네 산책. 살살 한 번 걸어가 볼까?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서 뭐가 있는지 모르지만, 또 알아가는 게 묘미지.”

산책 좋아요. 부처님께서도 매일 1시간씩 천천히 걸으며 산책하셨어요. 평생 법을 전하기 위해 수많은 마을을 찾아다니시고, 밤이면 마을 곳곳을 둘러보며 자신의 시간을 보내셨다고 하네요.

불광 씨가 산책을 하고 있네요. 불광 씨, 천천히 걸음을 걸으며 몸의 움직임에 집중해보세요. 발바닥이 땅에 닿고 팔꿈치가 옆구리를 훑는 것을 느껴보세요. 낮게 깔린 밤공기가 내 안에 들어왔다 나갑니다. 다른 일을 할 때는 몰랐던 몸의 움직임이 느껴지죠.

어때요?

“아무 생각 없이 조용하니 좋다. 우리 동네가 이렇게 생겼구나. 평지를 걸을 땐 몰랐는데, 언덕 조금 올랐다고 숨이 다 차네. 땀도 살짝 나고.”

불광 씨, 그렇게 운동을 할 때 나오는 호르몬이 기분을 좋게 해준다고 합니다. 또 일하느라 경직된 몸도 풀어주고 근육도 단련시켜주고요. 신선한 공기 쐬며, 새로운 감각을 깨우는 산책, 좋았나요? 


➎ 꼭 필요한 물건, 올바른 경제생활

소확행의 시간 알차게 보낸 불광 씨. 집에서 평소 찜해뒀던 쇼핑리스트를 보면서 쇼핑하려고 하네요. 어떤 것을 고르는지 가까이서 볼까요?

“흠…. 이런 옷은 몇 번 입으면 목이 늘어나겠지. 컴퓨터는 지금 있는 것도 충분하니까 괜찮고. 반지나 이런 것은 별로 관심이 없으니 패스. 겨울이라 날이 많이 추우니까 목도리를 사야겠다. 가격도 괜찮으니까 부모님 것도 더해서 세 개.”

불광 씨, 목도리를 사고 만족해 하네요. 비싼 돈으로 고민하며 고른 게 아니라 적절한 금액으로 흔쾌히 선택했어요. 부처님께서도 돈을 벌고 쓰는 것에 대해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올바르게 벌고, 집착하지 말라’고 하셨죠. 현명한 소비생활, 이렇게 쇼핑을 하는 것도 행복한 순간입니다. 시장이나 마트, 백화점에 가서 다양한 물건을 보는 것만으로 즐거워질 수 있어요. 그리고 자신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물건을 살 때의 설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시간이죠. 더군다나 불광 씨처럼 고마운 분들께 선물까지 하면 행복은 두 배가 되겠죠? “빨리 목도리 왔으면 좋겠다. 올겨울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겠네.” 불광 씨 잠이 잘 오겠네요. 그럼 안녕.

 

특집 - 불교와 소확행

- 왜 지금 소확행인가   유권준
- 혜민 스님에게 듣는 소확행하는 삶  유윤정
- 경전속 붓다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김우진
- 소확행 하면서 사는 사람들   유윤정
- 일상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소확행 5가지  김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