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경전 속의 소확행 : 소확행의 삶 걸었던 붓다

불교와 소확행을 말한다

2019-01-03     김우진

거창하지 않은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개인이 늘고 있다. 소확행을 외치는 이들이 늘었지만 뭔가 이상하다. “나는 행복해”라는 사람들, 진정 행복한 게 맞나? 우리는 붓다가 깨달은 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붓다의 삶은 그 자체가 깨달음이자 영원한 행복과 자유의 길이었다. 거창한 깨달음을 통한 신비한 삶이 아니라, 작은 욕망과 집착에서 벗어나 작지만 귀중한 행복, 즉 열반을 성취한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진실한 삶 속에서 모범이 되었던 붓다의 모습에서 우리는 이 시대가 추구하는 소확행의 모델을 찾을 수 있다. 경전 속 붓다의 모습에서 소확행의 길을 들여다봤다. 

 

|    “나는 누구와도 다투지 않는다” 

대립, 갈등, 경쟁, 각축, 다툼, 불화, 실랑이. 우리의 삶은 타인과의 불편한 관계 속에서 고통스럽다. 사랑하면 자주 볼 수 없어 괴롭고, 싫은 사람은 너무 자주 마주친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마찰이 일어날 때 우리는 마음이 불편하다. 그렇다고 혼자 살 수도 없는 노릇. 다른 사람과 어울림 속에서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맛지마 니까야』 속 이야기에 그런 상황이 담겨 있다. 

하루는 세존이 싸끼야 국에서 탁발을 마치고 나무 아래 앉아 있었다. 단다빠닌이라는 마을 사람이 산책을 나왔다가 그를 보고 인사를 건네며 물었다. 

“당신은 무엇을 가르치는 분이죠?” 

“나는 누구와도 다투지 않고 이 세상을 살아갈 힘을 가르칩니다.”

이 구절은 붓다의 삶을 스스로 명징하게 표현한다. 다투지 않는 삶이 괴로움에서 우리를 어떻게 해방시키는지 보여준다.

가족, 친구, 직장동료와의 갈등에서 지역 간, 세대 간의 갈등, 최근에는 성별 간의 갈등이 우리 사회에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는 사회라는 공간 안에서 많은 다툼과 함께 살아간다. 가시가 돋아 있는 말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는다. 부정적인 감정과 부적절한 표현이 칼날처럼 바뀐다.

『중아함경』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옳고 그르다는 것은 고정되게 정해진 바가 아니어서 고정된 실체가 없다.” 나의 말이 옳을 수 있지만, 동시에 그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상대의 말이 틀렸을 수 있지만, 동시에 맞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붓다는 다투지 않고 살아가셨다. 『맛지마 니까야』 속 붓다께서 말씀하신 대답은 간단하지만 함축적이다. 말씀 그대로 남과 다투지 않으면 ‘행복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구체적인 방법이 무엇일까? 경전에서는 집착을 끊으라고 말한다. 집착을 끊는 방법론으로 붓다는 여덟 가지 바른 길, 즉 팔정도八正道를 제시한다. 팔정도는 바르게 보고,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행동하고, 바르게 생활하고, 바르게 수행하고, 바르게 깨어있고, 바르게 집중하라는 실천적 지침이다. 

보고, 생각하는 것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올바르면 다투지 않을 수 있다. 바른 삶과 부단한 노력, 매 순간 알아차리고 마음에 안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화합을 이뤄낼 것이다. 팔정도의 다른 말은 중도다. 중도란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자세를 말한다. 극단에 치우치지 않은 삶의 자세는 균형 잡힌 삶의 태도다. 어떤 상황에서도 극단적 자세를 피하고, 바른 자세로 균형을 잡으면 다툼을 피할 수 있음을 설파한 것이다. 다툼이 없다면 감정이 상할 일이 없다. 붓다께서 남과 다투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도 일상에서 남과 다투지 않고 하루를 보내면 어떨까? 아마 함께 미소 지으며 소소한 행복이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   목욕에 관한 이야기

고단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와 따뜻한 물로 샤워할 때, 땀에 찌든 여름 시원한 등목을 할 때우리는 작지만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붓다께서도 그랬다.  

불교 경전 속에서도 목욕을 하는 장면이나 목욕에 관한 이야기들이 종종 등장한다. 

『불설온실세욕중승경』에서는 스님을 목욕시키는 공덕과 목욕의 효능 등에 대한 붓다의 가르침이 나와 있다. 붓다께서는 목욕을 통해 받을 수 있는 7가지 복을 설명하며 목욕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한다. 단순히 목욕 장면만 나오는 경전도 있다. 『온천림천경』은 ‘세존께서 라자가하 시의 따뽀다 온천에 계셨다’로 시작한다. ‘욕망과 집착에서 벗어나라’는 경전 속 이야기의 배경은 온천이다. 부처님 오신 날 아기부처를 목욕시키는 관불의식이나, 붓다께서는 고행을 통한 수행이 의미 없음을 깨닫고 부다가야의 네란자라 강에 나가 몸을 씻는다. 이처럼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목욕은 경전 속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단순히 개운하고 기쁘기 때문에 불교에서 목욕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것일까? 아니다. 목욕의 목적이 무엇인가? 깨끗하게 씻는 것이다.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청결을 유지하는 것. 불교에서 그 의미는 몸은 물론 마음까지 깨끗하게 씻는 것으로 진전한다. 내 안에 쌓이는 번뇌를 돌아보며 닦는 행위다.

다시 말해 목욕은 스스로를 건강하고 청결하게 유지하는 자세이며, 단정하고 향기롭게 남을 대하는 태도라 할 수 있다. 나를 위함과 동시에 남을 위한 일상의 작은 습관이다.

목욕이 단순히 개운하고 기쁘기만 한 것이라면, 경전에 그처럼 자주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불교는 단순한 감각적 욕망은 지양한다. 목욕에서 느껴지는 개운함과 기쁨은 일상에서 나와 타인을 위해 준비하는 활동에서 나온 덤일 뿐이다. 몸도 마음도 정갈하게, 건강도 챙기고 타인과의 원활한 관계를 고려하는 과정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다.

 

|    붓다의 ‘잠’ 이야기

사람들의 하루 일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잠이다. 하지만 잠은 왜 자야 하는지 조차 확실한 과학적 근거가 없을 정도로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많다. 다만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은 누구나 적절한 수면이 필요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몸이 병 든다는 것이다.

하루의 끝이며 하루의 시작인 잠. 붓다께서는 스스로 ‘잠을 잘 자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셨다. 『앙굿따라 니까야』에서 그 이야기가 나온다.

알라위국의 왕자가 추운 겨울 언 땅에서 잔 붓다께 지난밤 안부를 물었다. 붓다께서는 “잘 잤습니다. 나는 잠을 잘 자는 사람입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탐욕과 집착에서 벗어나 적멸을 성취한 이, 마음의 고통이 없고 청정한 이는 잘 잡니다”라고 말했다.

붓다께서는 게으른 의미의 졸음을 경계하면서도 잘 자야 하는 것을 강조하셨다. 자야 할 때와 자지 말아야 할 때가 분명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못하다. 현재 자신의 모습에 집중하지 못하고 허덕인다. 행복에서 멀어지고 있다.

경전 속 이야기를 다시 보자. ‘탐욕과 집착에서 벗어나 적멸을 성취’하면, 잠을 잘 잘 수 있다고 한다. 탐욕, 집착, 적멸, 성취. 바꿔 말하면 ‘고집멸도’ 즉 고통은 집착에서 시작하고 집착을 버림으로써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이 사성제의 이야기다. 사성제의 진리는 팔정도 수행으로 이뤄진다. 바른 모습으로 현재에 집중하는 사람은 잘 잘 수 있다. 편안하고, 행복하다.

고려 말 백운 경한 선사는 “배고플 때 먹고, 졸릴 때 잔다”고 말했다. 자연적인 흐름에 맞춰 살며 사념 없이 현재에 집중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 몸과 마음에 번뇌 없이 잘 자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잠이 올 때는 자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현재에 대한 집중이다.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그러한 긍정의 감정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선한 영향을 미친다.

경전 속 붓다의 가르침은 따지고 보면 일상의 행복을 찾기 위한 소소한 가르침이다. 어떻게 해야 관계 속에서 갈등을 없앨 것인가. 어떻게 해야 집착을 버릴 수 있는가. 어떻게 해야 마음속의 번뇌를 가라앉힐 수 있는가에 대한 가르침이다. 

 ‘함께 사는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 ‘건강 유지와 몸 관리의 이유’, ‘현재에 대한 집중’ 등의 이야기는 특별하거나 거창한 게 아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누구나 접하는 것들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며, 성취로 이루어진 행복이 아니라 만족에 의한 행복이다.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이 찾는 소확행도 각자가 느끼는 작은 만족에 대한 것이다. 자식이 선물한 내복에서 따뜻함을 느낀 부모나 집밥을 먹으며 감사함을 느낀 청년, 가족과 함께 있는 집에서 사랑을 느낀 누구나 붓다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며 더불어 어울리고, 늘 웃음 지을 수 있도록 알려주는 게 붓다 말씀 아닐까? 중도를 지향하는 삶의 태도, 사성제, 팔정도, 육바라밀까지 결국은 행복을 위한 가르침이다. 붓다는 늘 중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보다 쉽게 이야기 해 주셨다. 그 진리의 가르침, 경전의 모든 구절들이 아마 일상에서 소소하고 확실하게 행복을 느끼는 소확행의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특집 - 불교와 소확행

- 왜 지금 소확행인가   유권준
- 혜민 스님에게 듣는 소확행하는 삶  유윤정
- 경전속 붓다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김우진
- 소확행 하면서 사는 사람들   유윤정
- 일상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소확행 5가지  김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