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불광사 법등 법회 - 법등 가족, 서로를 비추다

“만약 다른 사람을 밝게 해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이미 법등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밝히지 못한다는 것은 자신도 어두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바라밀 행자는 항상 바라밀 법등을 이웃에게 전해 주는 것으로 자신 생명의 충만도를 더해 가야 한다. 여기에서 전법이 없는 믿음은 믿음이 아니며, 전법이 최상의 공덕이며, 전법이 최상의 보은이며, 전법이 정토성취의 지름길이라고 말하는 까닭이 있는 것이다.”

| 이웃과 함께하는 신행 공동체

도심포교 활성화와 현대 불교 대중화의 선구자 광덕 스님은 저서 『반야심경 강의』에서 법등 운동의 이념을 이렇게 말했다. 광덕 스님은 ‘법등 法 燈 ’이라는 제도를 만들고 거주지역을 중심으로 십여 명의 불자들을 수행도반으로 모둠지어 법등이라 이름 지었다. 스님은 이를 “공간적으로 가까운 지역에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믿음을 키우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새해가 밝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법등 모임을 찾았다. 송파25구 법등 모임의 신년 법회다. 평소에는 각 법등끼리 소규모로 가정법회를 열지 만, 신년이라 구법회에 소속된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불을 드렸다. 송파25구 구법회에 소속되어 있는 4개의 법등 인원 약 45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법회는 불광사에 있는 광덕 스님 기념관을 빌려 진행했다.

“보통은 법등끼리 모여서 각 가정에서 법회를 봅니다. 매달 각각의 작은 모임으로 법등 법회를 진행하지요. 법회는 법등에 소속된 인원들끼리 돌아가며 주관합니다. 차례에 따라 법등 모임을 주관하는 분의 집에서 모여서 법회를 진행하 죠. 모든 일정은 법등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운영 합니다.”

송파25구 2법등 소속의 박종분 (55) 씨는 법등을 설명하면서 오늘 같이 구법회 법등 인원이 모두 모여 법회를 진행하는 자리는 일 년에 한두 번정도라고 소개했다.

이날 법회가 열린 기념관에는 불단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기에 법회 진행에 앞서 불단을 조성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일찍 자리한 회원 들이 임원진을 도와 정성스레 불감을 모셔와 초를 밝혔다. 도반들이 저마다 가져온 떡과 과일, 쌀, 음료 등을 올리고 새해 첫 법회를 봉행했다. 서로에게 덕담을 주고받느라 웅성거리던 기념관이 고요해졌다. 목탁 소리와 함께 삼귀의를 올리며 예경을 시작했다.

| 집에서 법회를 올리는 공덕

박종분 씨는 “법등으로 모여 가정에서 법회를 보는 것 자체가 정성스런 수행”이라고 했다. 법회를 주관하는 사람은 부처님을 모신다는 마음으로 공 양주가 되어 법등 도반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법회의 장을 열고 공양을 올린다. 초대를 받은 법등 도반들은 공양주의 집으로 찾아가 공양주와그 가정을 위해 성심을 다해 법회를 진행한다.

이때 법회 준비도 수행이다. 가정 법회를 준비할 때 법등 가족들은 법회를 올릴 공간에 함께 정성스레 불단을 조성한다. 집집마다 법당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마음을 다해 준비한 이 법당에서 예불을 시작한다. 불단 조성도 각양각색이다. 송파25구 2법등에는 불화를 그리는 도반이 첩본 형식으로 직접 부처님 상호를 조성했다. 2법등에 서는 매번 그 불감을 가지고 불단을 꾸리며 매달 가정에서 신행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불감이 없는 법등도 있다. 불감을 비롯해 기타 법회에 필요한 것들이 없는 법등은 가정 법회를 열 때 어떻게 하는지 묻자 박종분 씨는 “불광사 종무소에서 가정 법회에 필요한 불구들을 빌려준다”고 일러주었다.

사찰에서는 각 법등이 가정 법회를 열기를 적극 권하며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에서는 최선을 다한다. 또한 스님들과 미리 이야기를 나누고 약속 시간을 잡으면 스님을 법사로 초청하여 각가정에서 법회를 진행할 수도 있다.

법등은 서로가 서로에게 공덕을 쌓는 수행이자 신심을 다지는 공동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살뜰이 살피고 함께 챙길 수 있는 적절한 인원 으로 구성되었다. 그래서 법등에 소속된 사람이 너무 많아지면 법등을 나눈다. 불광사는 이 기준을 15명으로 잡았다. 법등의 소속 인원이 많아지면 분등이라 하여 법등을 나눈다. 또 나뉜 법등이 많아진 구는 분구라고 하여 구도 재편성한다. 송파25구 법회를 이끌고 있는 홍용희 (61) 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모임이라는 게 운영이 잘되고 활발히 활동하면 사람이 많아지지요. 사람이 많아지면 모두 함께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원들이 유대감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고, 임원 진은 파악하기 용이한 정도의 인원으로 계속해서 나누어 확장합니다. 불광 법등 조직은 전법을 통한 유입과 확장, 분등과 분구의 과정을 거쳐서 지속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지금 불광사의 법등 조직은 1개의 구법회에서 평균 다섯 개 정도의 법등이 조직적으로 활동 하고 있다. 현재 불광사에서는 약 60여 개의 구법 회가 운영되고 있다. 작은 법등 모임으로 보자면 300개 이상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 전법과 수행을 함께하는 법등 가족

“예전에는 가정에서 법회를 진행하는 법등의 수가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가정에서 법회를 진행하기 곤란한 사항들이 있더라고요. 법회를 진행하면서 목탁을 치는 것을 옆집에서 싫어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염불하는 소리에 항의 하기도 하는 등 가정에서 법회를 진행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런 일들이 있다 보니 가정에서 진행하는 법회의 소중함이 더욱 커졌어요.”

홍용희 씨는 이렇게 이야기하며 “그래도 법등이 모여 바라밀행자로써 법을 전하고 수행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새로 법등에 들어온 이들 에게 법을 전할 때에는 한 사람이 전법 하기보다 법등의 모든 사람들이 가족처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천천히 부처님 가르침을 익힐 수 있도록 법등 가족들 모두가 한 마음으로 도와준다. 이렇게 발을 붙인 이들은 쉽게 적응했고, 이들의 전법으로 지금까지 법등 식구가 늘어나고 있다. 가족처럼 환영받은 이들은 법등 가족이 되어 전법과 수행을 이어간다.

이날 열린 송파25구의 구법회가 거의 끝나갈 무렵 몇 가지 안내와 함께 봉사일정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다. 아이가 있는 가정을 위한 불광 장학 금에 대한 안내와 구법회 예산 사용에 대한 내역 서를 상세히 공개했다. 다음 번 공양간 봉사에서 준비할 음식을 정하고 마지막에는 서로의 애경사를 챙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특히 한 회원의 가족이 세상을 떠난 것에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찬불가 (빛으로 돌아오소서) 를 다함께 봉송했다. 홍용희 씨가 함께 법회를 진행한 도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법등 가족이 없었더라면 아무래도 사찰을 찾는 빈도가 많이 줄었을 것 같아요.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할 때 더욱 에너지가 솟는 법이잖아 요. 법등의 도반이 서로를 의지하여 신행활동을 지속해왔습니다. 또 함께 법등 활동을 하며 복을 짓기 위해 봉사도 하고 스님들도 찾아뵈면서 부처님 가르침을 많이 들어요. 신심도 깊어지고 좋은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많이 배웁니다. 뿐만 아니라 평소의 고민이나 어려움들도 이야기 나눌수 있고 도움을 주고받아요. 이젠 법등 모임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법등은 단순한 신도 조직이 아니라 서로에게 힘이 되는 모임이며, 불법을 전하는 신행 공동체 였다. 법의 등불, 법등. 이들은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보살이 되겠다는 서원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이 횃불이 되어 스스로 타오르며 함께 법을 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