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청년에게 듣다 : 명법사 보리회

여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일요일 오후. 경기도 평택의 명법사 청년회 ‘보리회’가 회관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오전 법회와 점심공양에 이어 오후 시간까지 온종일 같이 보내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당연한 일과였다. 방학을 맞아 여름불교학교 캠프를 준비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    새로운 모임 보리회

명법사 보리회는 청년회의 이름으로 쓰이지만, 청소년 학생회와 활동을 같이 한다. 가장 어린 중학교 1학년 학생부터 보리회 간사로 활동하는 서른두 살 김연웅 씨까지 격 없이 어울려 보리회를 구성하고 있다. 다들 오랫동안 같이 활동하던 사이라 나이에 관계없이 모임이 구성되었다. 김연웅 간사가 보리회에 대해 소개했다.

“사실 예전의 명법사 청년회는 지금의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청년회라는 이름의 어른들이 법당에서 그저 예불만 보고 사적으로 활동하는 친목모임에 가까웠죠. 그러다가 10여 년 전 화정 큰스님께서 저에게 새로이 청년회를 꾸려보라고 하셨어요. 보리회라는 이름과 함께요. 군대를 막 제대한 제가, 청년이 아닌 어린 친구들과 함께 시작했어요. 그때 멤버들이 지금은 다들 청년이 되었고, 지금의 청년회는 학생회와 구분 없는 젊은 모임이 되었습니다.”

보리회의 정기법회는 한 달에 한 번이지만, 보리회 회원들은 매주 함께 법당에 모인다. 특히 여름 방학 시기에는 여름불교학교 캠프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여름불교학교 캠프는 보리회가 초등학생들을 위하여 준비하는 행사로 부처님오신날과 12월 창립법회와 함께 보리회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행사이기도 하다. 불교를 잘 모르는 아이들을 위하여 법당에 익숙해지고 또 불교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재미난 놀이를 준비한다. 지금의 보리회 회원 중에도 여름불교학교 캠프를 통해 보리회에 들어온 이들이 있다.

이들은 아이들을 위하여 무대를 꾸리고 레크리에이션을 준비하며, 고깔과 물총, 각종 놀이 도구도 점검했다. 초등학생을 위한 행사지만, 준비하는 이들이 더 즐거워했다.

|    변화와 인정

보리회에서는 행사가 있을 때면 자체적으로 뮤지컬을 만들어 공연한다. 행사가 없을 때에도 춤을 추거나 악기를 연습한다. 특히 합창은 보리회 초기부터 준비한 활동으로 시간 날 때마다 준비한다. 김연웅 간사는 이런 활동들이 처음부터 수월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사실 처음 모임을 구성할 때에는 쉽지 않았어요. 그때는 보리회 내적으로도 힘든 시기였습니다. 합창을 지도하면서 친구들을 혼내는 일도 있었고, 그 때문에 서로 얼굴 붉히는 일도 있었죠. 첫 공연을 마치고 서로 얽힌 마음을 풀며 이야기했습니다. 제 마음이 너무 급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즐거움을 위해 공연을 준비하는데, 공연을 잘해야겠다는 마음 때문에 즐거워야 한다는 것을 잊었던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웃으며 준비해요. 각자가 해야 할 것을 찾아갑니다.”

초기에는 청년회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도 곱지 못했다. 젊은이들의 모임에서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다보니 경내에서 떠들기도 했고,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모습을 낯설어하는 사람이 많았다. 사찰에서 부정한 행동을 한다는 말, 버릇없다는 말, 불교와 맞지 않다는 말 등 좋지 않은 이야기들을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보리회의 활동을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바뀌었다.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니 그 다음은 쉬웠다. 보리회 회원들의 열정적인 마음이 한몫했다.

보리회에서는 합창과 댄스, 뮤지컬, 개그 콩트, 악기 연주회 등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다. 특히 찬불가를 만들고 뮤지컬을 창작하면서 청년회가 한 걸음 발전했다.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부딪치고 고민하며 배웠다. 그런 과정이 하나의 인격으로 또 하나의 단체로도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부처님 말씀이 지금의 보리회를 만들었다.

|    청년과 불교

보리회 청년들이 명법사에서 주말 하루를 함께 보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불교는 정해진 틀 안의 삶이 아니라 환경에 맞게 유연하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보리회 청년들의 말처럼 그들은 새로운 문화를 꾸리고 있었다. 또 오랜 시간 함께한 도반들을 아끼는 마음도 키우고 있었다. 보리회를 청년회라 부르는 이유는 나이 때문만은 아니었다. 스스로를 경계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마음이 그들을 청년회라 부르는 이유였다.

“보리회에서는 나가고 싶은 사람 잡지 않아요. 마음이 변하는 것을 어떻게 잡을 수 있겠어요. 한 번쯤 누구나 감정이 변하기도 하고 말 못 할 사정이 생기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때는 규칙이 하나 있어요. 다시 들어올 때는 천 배를 해야 합니다. 스스로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죠. 그렇게 스스로 재정리를 하면 그 전보다 열심히 활동합니다.”

김연웅 간사의 말에 이어 10년째 보리회에 나오고 있는 장희진(27), 장진호(25), 장희원(24) 남매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남이 강요한다고 해서 불교 믿지는 않아요. 자기가 정말 마음이 있고, 코드가 맞으면 오지 말라고 해도 올 겁니다.”라고 말했다. 김 간사는 불교계에서 청년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청년의 수가 준다는 것에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해요. 지금의 시기에 불교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어떤 유행 같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존의 불교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현 시대에 맞지 않기에 자연스럽게 청년이 줄었지만, 또 어떤 시기가 오면 다시 늘어날 것입니다. 저는 분명히 그럴 거라고 믿어요. 다만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환경을 맞이할 준비 말이죠. 현재의 불교 청년이 줄어드는 이유도 어쩌면 준비가 부족해서 아닐까요? 저희는 그래서 계속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최환도(28) 씨는 “이곳 명법사 보리회에서는 불교가 어떤 틀이 아니라 놀이 같다.”며 “보리회에 오고 부처님 말씀을 실천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해서 즐겁다.’, ‘합창과 뮤지컬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보리회 활동이 부처님 말씀을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등 보리회 회원들 대부분이 비슷한 생각을 했다.

보리회는 지금 다양한 불교문화를 가꾸어나가고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연구하며, 현재는 ‘1인 1찬불가 만들기’라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또 새로운 불교음악을 위해 구상한 불교문화콘텐츠다. 이들의 앞으로 계획은 많은 불자들이 자신만의 찬불가를 만들어 부르는 것이다. 

“서툴지만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기만의 느낌을 계속해서 표현하고 그것을 정리하면 자신만의 음악이 나와요. 처음이니까 쉽지 않겠지만, 계속해서 시도하다 보면 다양한 불교음악이 나올 겁니다. 나중에는 저희가 작업한 찬불가를 무료로 배포해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부르게 되면 좋겠습니다.”

김 간사의 말처럼 보리회는 앞으로도 서로를 격려하며 유쾌하게 활동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