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청년에게 듣다 : 원각사 불일청년회

수행과 생활 불교를 지향하는 청년회

2017-08-01     김우진

[특집] 청년에게 듣다

청년 불자들이 줄고 있습니다. 올해 발간된 『서울사회학』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서울의 청년세대의 종교 인구가 꾸준히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그중 불교 인구 감소는 더욱 가파르게 나타났습니다. 청년 불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불교계는 아직 청년을 잘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청년들은 무엇이 좋아서 불자가 되었을까요. 청년회에선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요. 청년 불자들은 무엇이 좋아서 청년회 활동을 하고, 무엇을 필요로 할까요. 그것을 알아야 청년 불자를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청년 불자들의 모임 청년회 에서 청년의 불교를 듣습니다.

01 조계사 청년회 | 맑고 밝고 기운차고 당당한 청년 불자 유윤정
02 원각사 불일청년회 | 수행과 생활 불교를 지향하는 청년회 김우진
03 불광사 청년회 | 청년 불자들의 마음을 들어주는 불교가 되길 유윤정
04 대한불교청년회 부산지구 청년불자봉사단 클럽25 | 부산 지역 사찰은 우리가 알린다! 유윤정
05 명법사 청년회 보리회 | 우리들의 젊은 날은 언제나 환하다 김우진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원각사 불일청년회의 정기모임 시간이다. 회원들은 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도착해 서로에게 가벼운 안부를 묻는다. 더위가 한창이라 이야기 주제도 날씨로 시작한다. 원각사 청년회실 안에는 작은 에어컨과 선풍기가 돌아가고, 청년회 회원들이 수박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한낮의 더위도 해가 지면서 조금은 수그러들었다. 모임 시간이 되었다.

사진 : 최배문

|    사찰 순례와 템플스테이 활동

원각사는 순천 송광사의 광주 포교당으로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번화가에 위치하고 있다. 주변을 둘러 상가들이 즐비하고, 금남로 길을 따라가면 5·18민주광장이 나온다. 도심 속에 위치한 원각사의 이런 환경 때문에 오며 가며 사찰을 찾는 이들이 많다. 

원각사 불일청년회는 광주광역시에서도 유명한 청년회다. 1980년부터 청년회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약 15명의 인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매주 수요일 저녁 법사스님을 모시고 강의를 듣는다.

“저희가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짧게나마 좌선도 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법화경』 독경 수행을 주로 하고 있어요. 때때로 사경과 명상 수행 등 정진도 합니다. 또 양로원과 역 근처 공원에서 사회복지단체들과 함께 봉사를 진행하기도 하고요.”

김수연(46) 회장은 불일청년회의 활동을 소개하며 기복 불교적인 활동이 아닌 수행 불교, 생활 불교를 지향하며 청년회의 활동을 조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은 부처님 가르침을 바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을 정확하게 알아듣고, 현대에 맞게 사유하고 행동하기까지가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송광사 승가대학장 연각 스님을 법사스님으로 모셨습니다. 스님께 핵심적인 가르침과 저희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지요.”

불일청년회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사찰 순례를 가거나 템플스테이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증심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며 신심과 단합을 키웠다. 주말을 이용해 1박 2일간 다녀왔다고 했다.

사진 : 최배문

|    청년불자가 늘지 않는 세 가지 이유

“저는 대학교 내의 불교학생회를 통해 불일청년회를 알게 되었어요. 사실 이전부터 사찰에 나가고 싶은 마음은 컸어요. 하지만 큰 계기라고 할까? 어떤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아요. 우연히 알게 된 인연으로 다니게 되었는데, 정말 마음이 편해요. 개인적으로 불교가 저한테 맞는 것 같아서 더 좋습니다.”

김화랑(28) 씨는 자신이 불일청년회에 들어온 계기를 말했다. 젊은 사람들의 힘든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불교가 청년들에게 더 많이 소개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10년 정도 전에 다른 지역에서 절에 다녔다가 공백기가 조금 있었어요. 다시 다녀보려고 했는데, 또래가 거의 없는 거예요. 그래서 공부할 생각으로 선수행센터에 다녔습니다. 거기서 지금 옆에 있는 문지수 도반을 만났어요. 제게 불일청년회를 소개하더라고요. 초파일에 연등 만들고 이런저런 행사를 하는데,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다니고 있어요.”

김미영(38) 씨는 원각사 사중에서 교육을 담당하기도 한다. 불일청년회 회원들은 사중에서 소임을 맡고 있는 이들도 있다. 김수연 회장은 사중에 여러 소임이 있듯이 나이 든 어르신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청년회의 역할이 모임에서뿐만 아니라 사찰 전체적으로 확대되어야 불일청년회도 원각사도 더 발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원각사는 위치해 있는 곳이 번화가다 보니 사람이 많았어요. 제가 처음 청년회에 나왔던 대학교 2학년 때만 해도 사람이 북적거렸죠. 요즘은 조금 사람이 줄어서 옛 생각이 날 때가 있어요.”

이선영(41) 씨의 말처럼 과거 불일청년회의 인원은 지금의 8~10배는 많았다고 한다. 김수연 회장도 현재 청년회의 인원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어 걱정이라며 말을 이었다.

“사실 제가 처음 청년회에 나오던 20년 전에는 회원이 정말 많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인원이 확 줄었습니다. 그 시기가 IMF 때였어요. 예전에는 청년들이라 하면 대학생들도 있지만, 직장인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경제가 가라앉고 사회가 변하면서 다들 살길 찾으러 뿔뿔이 흩어졌죠. 그때 청년회뿐만 아니라 지역 불자들도 많이 줄었어요.”

변해버린 사회 환경과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청년들이 많이 줄었다는 말이었다. 이어 김 회장은 세 가지 이유로 인해 현재에도 청년 불자의 수가 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단은 청년들에게 희생을 바라는 게 크죠. 재정적인 도움도 없이 막연히 청년들이 들어와 확산되길 바라는 거예요. 두 번째는 불교계에 젊은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어요. 청년들이 재밌어 하는 것은 계속해서 바뀌는데 이것을 충족시켜주질 못해요. 마지막으로 역시나 힘든 사회 구조입니다. IMF 이후로 경제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청년들이 설 자리는 많이 줄었어요. 우리 청년들이 경쟁 속에 내몰려있습니다. 각박한 마음에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상황입니다.”

사진 : 최배문

|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 위해

인터뷰를 마칠 즈음, 연각 스님이 오셨다. 불일청년회 회원들 모두 대웅전으로 향했다. 간단한 의례 후 스님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이날의 강의 주제는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 중 하나인 사성제와 팔정도였다. 강의가 시작되자 도반들과 웃고 떠들던 모습은 사라지고, 진지한 눈빛으로 스님을 바라보았다.

대웅전 문 틈새로 거리를 거닐다 호기심에 사찰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두어 명이 대웅전을 들여다 보다가 청년회가 앉아있는 것을 보고는 발뒤꿈치를 살짝 들고 대웅전 안으로 들어왔다. 이들은 청년회에게 전하는 스님의 법문을 듣다가 어느새 뒷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불일청년회에서는 저희가 정한 수행 불교, 생활 불교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입니다. 그와 함께 여러 활동도 시도해야죠. 청년회가 주인공인 음악회나 다른 단체와의 연계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 위해서 저희도 노력하겠습니다.”

김 회장은 청년들이 더 늘어나는 날을 위해 정진하겠다고 서원했다.